‘지구적 의제를 결정’하는 기업가 클럽
「주간녹색좌파」 5/31 숀 힐리
올해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세계경제포럼(WEF) 아태지역 경제 회의가 멜버른의 크라운 카지노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계, 기업계의 정상급 지도자들이 단지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고, 시드니 올림픽에서 자신들이 거둔 성과를 비교하기 위해 거기 모이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권력에 맞서 세계 각지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움직임들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짜내는 것이야말로 거기서 논의되는 주요한 사항일 것이다.
스위스의 스키 리조트 도시인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의 연례 회의와 각 지역별 회의는 전세계 기업 엘리트들과 그 패거리들이 “지구적 의제를 다듬고”, 서로간의 영역을 조화시키기 위한, 그리고 지배계급의 국제적인 연대를 구축하는 최고의 장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에 있었던 세계경제포럼의 서른번째 연례 회의에서는 시애틀에서 벌어졌던 대규모 항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지배계급간의 의견 수렴이 모색되었다. 시애틀 행동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했던 무역 자유화 토의를 위한 “밀레니엄 라운드” 계획을 좌초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업 엘리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최고경영자(CEO) 클럽
세계경제포럼은 1971년 스위스의 경영학 교수 클라우스 슈밥의 제안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연례 회의는 “그해의 정치, 경제, 기업 의제들을 설정”하고 있다. 1995년 WTO를 낳는데 결정적인 자극이 된 바 있는 우르과이 라운드 통상 논의를 촉발시킨 것은 그 최고의 성과로 꼽히기도 한다.
1월의 다보스 연례 회의에는 1,200명의 경영자들과 250명의 정치 지도자들, 250명의 학술 “전문가들”, 250명에 이르는 언론인들이 모여들었고, 그 90%가 남성이었다. 그들은 각기 2만 달러의 참가비를 냈다. 주요 기조 연설자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수상,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이었다.
세계경제포럼의 968개 회원 단체들은 거의 대부분 연매출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초국적기업들로서 세계 최대의 기업들 중에서도 지배적인 부류들이 포함된다. 은행업계의 시티뱅크, 체이스 맨하탄, 자동차업계에서는 포드, 제네럴 모터스 등, 석유화학 분야에선 엑슨, 셸 등이, 농업 분야에선 몬산토와 카길, 정보 통신 기술 쪽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AT&T 등이, 의류 및 스포츠의류 쪽에서는 나이키, 언론 계통에서는 AOL과 타임워너, 비아콤 등이, 제약업계에서는 화이자, 듀퐁, 담배 쪽에서는 필립모리스,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등이 회원 단체로 있으며, 이러한 덩치 큰 초국적기업들이 끝없이 열거된다.
정치학자이자 신자유주의 씽크탱크인 삼자간위원회 멤버이기도 한 새뮤얼 헌팅턴은 “다보스 사람들은 실제적으로 모든 국제적 기구와 세계의 많은 정부 및, 경제체들, 군사력 등을 좌우하고 있다”고 큰소리친다.
세계경제포럼 연례 회의와 지역별 모임들은 가능한 한 사치스럽게 치장된다. “이 네트워크들의 클럽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재단의 활동은 오직 회원들과 특별 초대손님들로만 제한된다.” 그 공식적인 기록 중의 언급이다.
다보스의 언론인 참석은 슈밥의 스탭들에 의해 면밀히 통제되고 심사된다. CNN이나 월스트리트저널처럼 지배계급의 대변자 출신의 최고 저명 칼럼니스트나 논설위원들만이 전일정 참여를 허용받는다.
미디어채널의 대니 셰히터에 따르면 “언론의 취재”는 하이테크 회의장 건물의 감옥같은 지하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으며, “보도자료와 회의자료 요약문들 그리고 폐쇄회로 TV에서 방영되는 회의 과정상의 일부 단편적 장면들에 기초한” 기사를 송고하게 된다.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인들은 다시 초대받지 못하며, 좌파와 대안 언론은 모두 배제된다.
“대화”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세계경제포럼은 때때로 면밀한 통제을 받는 비판자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2000년의 회합에서는 비정부기구 대표로 6명의 참석이 허용되었다.
세계경제포럼은 일련의 특별한 회합과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언론 지도자 클럽”이나 “비공식 통상장관 모임”, “논설위원 및 해설가들의 비공식 모임”, 학술계 인사들과 “전문가들”을 위한 “포럼 펠로우”, “세계 차세대 지도자들” 모임 등을 주선한다.
다보스에서 열리는 특정 산업 분야의 핵심적인 기업들의 “경영자 회의”를 통해 “인간적이고 직접적인 고수준의 상호작용과 비공식적인 거래”가 이루어진다. “식음료 경영자 회의”는 세계 최대의 유전공학 회사들을 포괄하고 있으며, “세계 보건에 기여해야할 자신들의 책임” 중의 일부로 주장된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이 이미 완벽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코덱스 알리멘타리우스 위원회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다. 이 위원회는 무엇이 “안전한” 음식인지를 결정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경제 지도자들의 비공식적 모임에서는 시애틀 행동으로 좌절된 “통상 라운드 논의가 재개되기 전에 자유 무역 및 강화된 준비와 지도력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었다. 여기에는 연례 회합에 참석한 80여명의 최고위급 정치지도자들과 국가, 정부 수반들, 세계은행과 WTO와 같은 국제기구들의 지도급 인사들 그리고 선별된 기업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세계경제포럼은 또한 일련의 연구 프로젝트에 기금을 출연하고 있다. 그중에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세계 경쟁력 보고서로서 각 정부들을 기업친화적인 정책 실시 여부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1999년에는 환경적 지속가능성 지수를 발표했으며, 화학 재벌 듀퐁의 최고경영자이자 회의의 공동 주최자인 찰스 홀리데이는 “이미 우리가 기울이고 있는 노력들을 측정하기 위한 커다란 진전”이라며, 2000년 다보스 포럼의 참석자들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전망의 공유’
포럼의 주된 목적은 이데올로기적인 것으로서 이것이 지배계급의 모임이라는 사실이다. 기업이 주도하는 “지구화”에 대한 대중적 저항이 거세지면서 세계경제포럼의 다보스 회합과 지역별 회합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포스트 시애틀적인 위기의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올해의 다보스 포럼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세계경제포럼의 베테랑인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다보스 사람들이 자신들이 표상하고 있는 지구화의 바로 그 과정을 위협하는 이미지로 각인되는 문제에 봉착해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회의의 목적은 바로 승리를 통해 이러한 “이미지 문제”를 푸는 것이다. 텍스트론의 최고경영자인 루이스 캠벨은 회의 중에 보여졌던 얼마 안되는 진실된 어조로 이것을 “선전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중량급있는 인사들이 동원되었으며, 이 회의에 참석한 첫번째 미국 대통령인 클린턴은 이 쇼를 위한 스타였다. 미 국무장관 매들린 울브라이트와 재무장관 로렌스 서머스가 그와 동행했다.
클린턴의 메시지는 지구화는 계속 될 것이며 계속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하지만 앞으로는 지구화를 그 자체로만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했다. 지구화는 “단지 시장 그 이상의 것이다.” 지구화는 “상호의존이며, 우리중 그 누구도 우리 이웃을 돕지 않고서 우리 자신을 도울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그는 또한 “좀 더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전망”을 요청했다.
이 새로운 포괄적인 전망이란 블레어의 표현에 따르면 “전례없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열린 세계이며 열린 경제, 열린 세계 사회이다. 그리고 부 창출의 지원과 이익 투자의 방어, 시장 메카니즘의 이용이며, 사회정의와 민주주의, 협력이라는 진정한 가치들을 진실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특별히 강조되었던 것은 정부와 기업들이 “시민 사회와의 협력 구축”을 통해 비판자들을 흡수하고 무장해제시키는 데 좀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전통적인 ‘적들’을 포섭하는 것은 지상명령이며 우리는 그것을 하고 있다.” 포드 자동차의 빌 포드 사장이 세계경제포럼의 내부 잡지인 [월드 링크]에 한 말이다. “손색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난 그것을 완벽하게 즐기고 있다.”
경제적, 사회적 통념상의 실제적 변화는 거의 검토되지 않았으며, 그 어떤 것도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고양된 채 세계 기업 지배자들은 자신들과 자신들의 사명에 대해 훨씬 더 나은 느낌을 가지고 다보스를 떠날 수 있었다. “다함께 여러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클린턴이 결론으로 던진 말이었다. “좋은 사람들이 거대한 에너지를 가지고 전망을 공유할때, 나은 모든 것은 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적 임무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유라시아 경제 회의에서는 중앙 아시아와 코카서스 지역에서의 “기업 기회 확대를 위해 지역내의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내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5월 7일부터 9일까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메르코수르 경제회의에서는 “기업가들과 외국 투자가들에게” 아르헨티나와 칠레, 우루과이의 “새 행정부의 개혁 정책과 경제 프로그램들을 토론하기 위한 적정하고도 독특한 기회가 제공”되었다.
5월 23일부터 24일까지 워싱턴 D.C.에서는 세계경제포럼 회의가 열렸고, 지배계급의 거물들이 “다자간 통상 체제의 핵심적 출연자들과 함께 시애틀 사태 이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검토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남부 아프리카 경제 회의는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에서 열릴 예정으로 이 지역에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부 정책이 필요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다.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오스트리아 잘쯔부르크에서 열리게 되는 중동 유럽 경제회의는 “변화하는 경제적, 정치적 환경과 관련하여, 특히 시장경제의 약속된 혜택을 더 이상 기다릴 여력이 없는 지역민들이 점점 더 상황을 인식해가고, 요구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 속에서의 전략들을 재설정”하기 위한 자리가 될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다보스에서 미국 대표들이 했던 것-의제를 설정하고 자국 경제에 대해 떠들어대며 온갖 분야에 끼어들어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이번 멜버른 아태지역 경제 회의에서 자신이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 존 하워드 수상을 포함, 피터 코스텔로 재무장관, 마크 베일 통상장관, 리처드 앨스턴 통신장관, 존 파헤이 금융장관 등, 한 무리의 각료들을 내보낼 계획으로 있다. 미국 정부는 국무부 동아·태평양 차관보 스탠리 로쓰를 보낼 계획으로 있으며, 싱가포르, 뉴질랜드, 일본 등도 각료들을 보낼 것이다.
게이츠와 월스트리트 투자회사인 골드만 삭스의 케네쓰 커티스, 음료 재벌인 비방디의 장-마리 메시에르, 네슬레의 마이클 개럿 등 초국적자본의 거물들과 BHP의 이사인 폴 앤더슨, 오스트레일리아 국립은행 총재 프랭크 치쿠토, 텔스트라의 시기 스위트코시 등 이 지역 재계 인사들이 여기에 동석할 것이다.
“21세기의 아시아-태평양: 성장의 새로운 동력에 투자하기”라는 기조의 멜버른 회의는 다보스 포럼이나 여타 지역 회의들과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임무를 공유할 것이다.
그 중심적 목표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1997-98년의 경제적 피폐화로부터 다시 떠오르는 이 시점에서 정부와 기업간의 다음과 같은 정책상의 합의를 다지는 것일 것이다. 무역 및 투자 체제의 자유화, 서구 금융자본에 대한 경제의 개방 등으로서 사실상 위기를 야기한 주범이었으며, 이 지역 수백만의 사람들을 한층 더 깊은 빈곤으로 몰아넣은 그 정책들이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엘리트들은 강화된 비참함을 한층 격화시키면서 이것을 “진정한 가치들을 진실되게 유지”하는 것으로 꾸며댈 것이다. 그 가치들이란 다름아진 미국의 가치, 달러적 가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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