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히코 대선 PAN 당선 “신자유주의는 계속된다”

[주간녹색좌파] 7/12

7월 2일에 실시된 메히코 대선 결과 지난 71년간 정권을 장악해온 제도혁명당(PRI)이 역사적인 완패를 기록했다. 향후 메히코의 새로운 전개 양상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자.

메히코 국민들은 초반 개표결과와 출구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된 마지막 순간까지 초조하게 지켜보면서 결국 관건은 “국가당(state-party)” 체제의 해체 여부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선자는 코카콜라 이사이자 보수적인 국민행동당(PAN)의 주창자인 빈센토 폭스로서, 42.7%의 득표율을 얻었다. PRI 후보 프란시스코 라바스티다는 여기서 상당히 뒤쳐진 35.7%를 득표했고, 좌파 정당인 민주혁명당(PRD)의 콰우테목 카르데나스 후보는 16.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PAN은 또한 상·하원 선거와 두 개 주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이자, 메히코의 수도인 메히코시티에서는 PRD 소속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레도르가 시장에 당선되었고 PRI는 22%라는 굴욕적인 득표율을 얻어 큰 표 차이로 3위로 밀려났다.

원자폭탄

이 결과는 정치적으로 봤을 때, 원자폭탄이 폭발한 것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의미를 갖는다. PRI는 대통령 권좌로 통하는 탯줄에 기반해 거대한 보호 기제로 기능해왔다. 반대로 대통령은 사실상 집권당의 지도자였으며 차기 계승자를 선택해왔다.

노조와 농민, 그리고 사회 조직들에 대한 코포라티즘적 통제를 통해 “PRI-정부”는 조직된 노동자 계급을 광범위하게 지배할 수 있었고 필요할 때는 국가의 억압적인 힘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메히코 국민들은 PRI와 총체적으로 부패해버린 기구들에 대해 진저리를 쳐왔다. 이러한 불만은 수백만 명의 노동자, 농민들을 빈곤 상태로 몰아넣고 엄청난 구매력 하락(현재 메히코 국민의 42.5%가 하루에 2달러 이하의 수입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을 가져온 1990년대 중반의 경제위기, 그리고 계속되는 정치적 암살, 마약, 부패, 그리고 금융 스캔들 등으로 인해 불거진 것이다.

폭스가 당선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PRI를 패배시킬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폭스는 선거운동 막판에 이르러서는 두 가지의 주제만을 계속 강조했다. 카르데나스와 PRD에 투표할 경우 야당표가 분열되어 끝내 PRI가 상대적 다수표를 얻어 당선될 것이라며 “유용한 투표”를 행사할 것을 강조한 것이 그 하나고, 정권 교체가 메히코 민주화의 필수적 요소라는 것이 두 번째 내용이었다.

동시에 젊은 층과 도시민, 그리고 PAN의 반동적인 사회 정책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폭스는 관용에 대한 존중을 약속하고, 예술 검열을 반대했으며 비종교적 세속 교육과 노동조합의 권리를 지지했다. 또한 산안드레아스 평화협정에 대한 지지를 약속하고 12월 1일에 있을 공식 취임 이전에라도 사파티스타 반군들과 평화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국영 석유산업을 민영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운동 막바지에는 좌파를 견인하기 위해 공개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몇몇 유명한 지식인들을 최고 자문위원으로 앉히고, PAN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전 공산당원을 포함해 자칭 좌파의 서명을 받은 신문 광고를 개재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신자유주의 정당 PAN

그러나 PAN은 신자유주의적 경제관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동적인 카톨릭 성직자들과 역사적으로 연계해 왔다. 이데올로기적으로도 1910∼17년에 있었던 메히코 혁명에 뿌리를 둔 민족주의적 견해에 기반해 있지 않다.

조금 더 정직하고, 조금 덜 부패한 정도인 PAN 지도부가 PRI 보다 더 민주적이거나 진보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바자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마낄라도라(자유무역지대) 산업 부문에서 PAN 계열의 주정부가 파업을 방해하고 탄압을 가했다는 사실이 그 한 예이다.

라바스티다와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 모두 폭스의 승리를 인정했다. 왜냐하면 PAN이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근저에 관해 PRI에 동의하고 있으며 큰 분란 없는 안정적인 이행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세디요는 지금부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모든 수준에서 대통령 당선자에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결과는 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해서, 주식시장과 환율이 활기를 띄었다.

이러한 PAN의 정책과 전망 사이의 모순, 그리고 폭스의 당선은 전체 유권자의 우익으로의 광범위한 입장 선회라기보다는 대부분 PRI에 대한 반대표에 기반해 있다는 사실은 향후 사회적 충돌의 기반이 되리라는 점이 분명하다. 당분간 폭스는 PRI와 PRD의 협력을 요청하고, PAN이 아닌 자신이 통치를 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때를 기다릴 것이다.

위기에 처한 PRI

대선 패배의 결과가 조직된 분파들의 형성과 더불어 PRI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몇몇 사람들은 세디요가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며 그를 축출할 것을 주장했다.

최소한 세 개의 집단이 당내 지배권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푸에블라 주지사 마누엘 바르드레트와 같은 일부 구세력들은 이번 선거의 대패의 원인을 당을 계속 우경화시킨 신자유주의적, 기술주의적 세력들에게 돌리고 있다.

정부로부터 받아온 재정보조금과 기타 수입들이 줄어들고, 자리 쟁탈전은 강화됨에 따라 PRI의 미래는 그야말로 처량한 실정이다.

좌파 일간지「라 호르나다」의 한 칼럼리스트는 제도혁명당(PRI)이 이미 오래 전에 혁명적이기를 포기했고, 7월 2일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제도적이지도 않으며 이제는 가까스로 당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카르데나스의 득표율은 여론 조사 결과와 거의 동일했지만 PRD에게 있어서 대선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극심한 탄압에 고통 받았던, 그리고 PRI를 권력 밖으로 밀어낼 좌파에게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 우파였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예상 밖의 쓰라린 결과였다.

기본적으로 PRD 내외에서 조직된 중도 성향의 선거주의적 좌파는 자신을 신뢰할만한 대안세력으로 위치 지을 수 없었다. PRD에도 위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PRD는 경제정책, 치아파스, 그리고 무상 교육 등과 같은 이슈 지향적인 선거운동을 벌였고 메히코 전역에서 마지막까지 많은 군중을 끌어들일 수 있다. PRD에 대한 지지표는 의식적이고 정치적인 것이었으며 지지자들은 거리 유세에 쉽게 동원되었다.

투표일 밤에 카르데나스는 폭스의 당선을 축하하지 않을 것이며 PRD는 폭스의 당선, 그 순간부터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PRD 지도부는 지지자들에게 새로운 정부와 타협하지 말라고 요청하고 메히코 국민들에게는 국가 정책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투쟁에 함께 하자고 선언했다.

현재로서는 상·하원 모두에서 더 취약한 조건에 놓인 PRD가 만약 선거주의적 야망 보다는 대중투쟁을 우위에 놓는다면 반신자유주의, 반정부 공세와 더불어 광범위한 투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PRD는 새로운 정치 상황에 적응하느라 급급해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어려운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당내 차이들은 정치적 견해들 대한 반정립이라기 보다는 (최근, 세 명의) 주요 인물들을 둘러싼 경쟁 집단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선거 패배에 대한 희생양을 찾으려는 행태는 추잡스럽게 변질되어 혼란스런 내분을 장기화시킬 것이다.

동시에 사회운동(PRD 내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단체, 그리고 노조, 농민, 학생, 주민, 사파티스타)의 지도부는 새로운 정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메히코에서 대중 투쟁의 부활을 위한 시간, 즉 매우 독특한 정황에 놓여 있는 이 시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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