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가 내일(4일) 열린다. 브라질 유권자 약 1억 5,900만 명이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주지사 선거와 연방 하원의원 선거, 연방 의회 선거도 치른다.

브라질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전체 국내총생산의 약 31%를 차지하며, 남미의 메르코수르 무역 블록과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 미주기구의 창립 회원국이다.

1차 투표에는 여러 후보가 출마하지만, 누구도 득표율 50%를 얻지 못하면 3주 뒤 득표 상위 두 후보가 2차 투표에서 맞붙는다. 현직 ‘중도좌파’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는 ‘강경 우파’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의 아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Flávio Bolsonaro)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룰라는 대부분의 1차 투표 여론조사에서 앞서지만, 두 사람이 결선투표에서 맞붙으면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팽팽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룰라는 81세에 네 번째 대통령 임기에 도전한다. 브라질 헌법은 이를 허용한다. 연속으로 두 임기를 초과해 재임하지 않는 한, 한 사람이 대통령직을 맡을 수 있는 총기간에는 제한이 없다. 룰라는 2002년 처음 당선된 뒤 두 차례 임기를 마쳤다. 룰라 정부는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 같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으로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고, 브라질의 교육·보건의료 체계를 크게 확대했다. 조건부 현금 지원과 농촌 전력 공급 확대, 정기적인 연금 인상 덕분에 ‘최하층 프롤레타리아’는 생필품을 넘어 소비를 늘릴 수 있었고, 중소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경제도 활기를 얻었다. 룰라는 2010년 지지율 87%를 기록하며 퇴임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브라질이 수출하는 농산물과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급등해, 룰라가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여지가 어느 정도 있었다. 룰라가 두 차례 임기를 마친 뒤 2010년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가 대통령직을 이어받았지만, 바로 그 무렵 세계적인 원자재 호황이 잦아들고 브라질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었다.

호세프는 적대적인 의회와 만연한 부패, 경기 둔화에 대응해야 했다. 그는 성장률 하락과 공공부문 부채 증가를 극복하려고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노동자들의 실업보험 수급을 제한하고 사회보장 급여 지급 요건을 강화하는 긴축 정책을 도입했다. 정부 지출 삭감으로 공공투자는 32% 줄었다. 노동계급의 지지가 이탈하자, 호세프에게 적대적인 친기업 성향의 의회는 ‘연성 쿠데타’로 그를 탄핵할 수 있었다. 의회는 2018년 새 선거를 치르기에 앞서 친자본주의 성향의 미셰우 테메르(Michel Temer)를 대통령으로 임명했다.

룰라는 2018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할 준비를 했지만, 라바 자투(Lava Jato·‘세차’) 부패 수사 과정에서 ‘날조된’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 룰라의 출마를 금지하자 극우 후보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노동자당 후보 페르난두 아다지(Fernando Haddad)를 꺾었다. ‘열대의 트럼프’ 보우소나루는 룰라 집권기에 노동자들이 얻은 모든 성과를 되돌리겠다는 각오로 집권했다.

보우소나루 집권 아래 경제는 크게 악화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GDP 성장률은 0.3%에 그쳤다. 브라질 국민 75만 명 이상이 숨진 팬데믹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의 경험은 너무나 참혹했다. 결국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소부르주아 사업가로 이루어진 지지 기반을 제외한 브라질 국민들은 보우소나루에게 등을 돌리고 노동자당으로 돌아섰으며, 근소한 차이로 룰라를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보우소나루는 실패한 쿠데타에 가담한 혐의로 현재 수감 중이며, 공직 출마도 금지됐다. 그의 아들 플라비우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아버지를 석방하겠다고 약속한다.

브라질은 룰라의 세 번째 임기 첫 3년 동안 경제·사회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경제성장도 가속화해 남미의 다른 나라 대부분을 앞질렀다.

고용이 늘고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실질임금(물가 상승을 반영한 임금)은 상승했다. 이러한 개선에 최저임금의 실질 인상과 사회적 지원 확대가 더해지면서 빈곤과 식량 불안정이 크게 줄었다. 빈곤율은 2022년 31.6%에서 2024년 23.1%로 약 27% 감소했고, 극빈율은 40% 이상 줄었다. 심각한 식량 불안정은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약 22% 감소했다. 2025년에는 만성적인 영양 부족을 겪는 브라질 국민의 비율이 2.5% 아래로 떨어지면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기아 지도에서 브라질을 제외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인구의 20% 이상이 공식 빈곤선 아래에서 살아간다.

룰라의 이번 임기 동안 최하층의 생활 형편은 한동안 나아졌지만, 공식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만큼 개선을 체감하지 못했다. 브라질 유권자 다수는 여전히 생활비를 걱정한다. 9월 콰에스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의 약 33%는 지난 1년 동안 소득이 전혀 늘지 않았다고 답했고, 21%는 소득이 늘었지만 생활비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채권 보유자들이 이익을 얻도록 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매우 높은 금리를 유지해 왔다. 가계가 매달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에 쓰는 비중은 2023년 25.8%에서 2026년 6월 28.9%로 늘었다. 2024년 최저임금의 두 배 이하를 버는 대출자들은 소득의 35.9%를 원리금 상환에 써야 했다. 이는 최저임금의 열 배를 넘게 버는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비중인 17.8%의 약 두 배였다.

룰라는 이달 초 선거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하고, 경제가 성장하려면 정부가 투자해야 한다. 정부가 투자하려면 재정 흑자를 내고 엄격한 재정 통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부터 그만둬야 한다. 브라질의 가장 큰 부채 문제는 우리가 부담하는 금리다.” 그러나 그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도록 하지는 않는다. 대신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올려 정부 수입을 늘리려 한다. 정부 지출 확대를 지지한다는 룰라의 입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룰라의 참모들은 비공개로 보건의료 지출과 노인·장애인 급여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보우소나루는 국유자산 민영화와 함께 사회적 지출과 공공투자를 대폭 삭감하자고 공개적으로 주장한다.

두 후보 모두 긴축을 거론하는 이유는 룰라의 이번 임기 첫 3년 동안 생활 수준이 나아졌지만, 지난 1년 사이 그 성과가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은 연 2% 미만으로 둔화했고, 제조업과 산업 전반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0.5% 감소했고, 제조업 활동도 위축세로 돌아섰다.

룰라와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외교정책에 대해 서로 다른 구상을 제시한다. 룰라는 브라질과 중국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두 나라는 무역과 기술, 환경 보호 등 여러 분야에서 수십 건의 협정을 체결했다.

룰라 정부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우선시하고, 브릭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더욱 다극화한 국제체제를 지지해 왔다. 반면 보우소나루는 트럼프의 미국, 하비에르 밀레이의 아르헨티나,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강화하려 하며, 브라질의 브릭스 탈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룰라와 노동자당은 자본의 지배에 도전한 적이 없다. 룰라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처럼 국민소득을 국내 최약자층에 재분배하려 했지만, 브라질 경제가 호조를 보일 때만 성과를 거뒀다. 경제가 침체하자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나 대통령 재임 시절의 호세프처럼 긴축 조치를 도입했다.

노동자당은 외국 다국적기업과 은행, 대기업이 브라질 경제를 장악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룰라의 세 번째 임기 동안 빈곤은 줄었을지 몰라도, 브라질의 소득 불평등 수준은 여전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또한 브라질의 자본 부문은 여전히 생산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에 따르면, 브라질 자본의 수익성 하락은 2010년 이후 투자 둔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룰라의 두 번째 임기 마지막 해인 2010년에도 평균 이윤율은 여전히 2000년대 초반보다 높았다. 그러나 이윤율은 2010년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2015년 저점에 도달했다. 팬데믹 이후 이윤율은 회복했지만, 여전히 2006년의 정점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실은 브라질이 여전히 세계 자본주의의 부침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4년 안에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접어들면 브라질 경제는 급락하고, 유권자들은 소득과 고용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동안 얻은 성과도 사라질 것이다.

[출처] Brazil – four more years?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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