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는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그랬듯 브라질에서도 좌파 정부를 무너뜨리고 극우 정부로 교체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룰라가 승리하면서 트럼프는 실패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가 어젯밤 브라질 대선에서 승리하자 사람들은 이를 우리 시대의 위대한 정치적 재기 가운데 하나로 널리 평가하고 있다. 브라질 대선 역사상 1차 투표에서 패한 후보가 결선에서 역전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룰라는 다시 활력을 얻은 브라질 좌파와 새롭게 시작한 디지털 전략을 등에 업고 승리했다. 불과 2019년까지만 해도 감옥에 갇혀 있던 후보가 이룬 승리다.
하지만 룰라가 브라질 내부에서 좌파에 맞서 결집한 강력한 세력뿐 아니라, 브라질 외부에서 그를 권력에서 끌어내리려 한 적대적인 워싱턴 행정부까지 극복해야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승리는 더 인상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새롭게 수정한 국가안보전략에 따라 지난 21개월 동안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좌파 정부를 약화하고 같은 성향의 우파 권위주의 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개입해왔다. 이 문서는 “먼로 독트린을 재천명하고 집행”하며 “우리의 원칙과 전략에 폭넓게 부합하는 이 지역의 정부와 정당, 운동을 보상하고 장려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이 전략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트럼프는 위협과 신용공여를 함께 활용해 아르헨티나의 혼란스럽고 인기가 낮은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를 지탱했다. 그는 콜롬비아의 좌파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를 제재한 뒤 우파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고, 페트로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유명 인사 한 명을 구금했다. 또 부패 혐의로부터 볼리비아 우파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정부 관료들을 겨냥한 우파의 탄압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에서는 현직 대통령을 그냥 납치했고, 후임자가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으면 똑같이 하겠다고 위협했다.
브라질은 다음으로 쓰러질 도미노가 될 예정이었다. 대선 결선투표 하루 전,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룰라를 약화하기 위해 움직여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 캠페인을 담당한 미 국무부 관리 두 명은 브라질 주재 미국 외교관들에게 행정부의 최종 목표가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다시 권력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전직 대통령이자 룰라의 경쟁자 아버지로,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으며 현재 쿠데타 모의 혐의로 징역 2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로이터 보도는 이미 너무도 분명했던 사실을 사실상 확정적으로 확인해준 것에 불과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룰라에게 압박을 가한 정황은 비밀도 아니었다. 행정부는 보우소나루 기소에 대한 보복으로 브라질에 50% 관세를 부과했고, 브라질 대법관 한 명을 제재했다. 브라질을 포함한 이 지역 국가들과 우파 지도자들까지 공개적으로 룰라에게 축하를 전했지만, 트럼프는 지금까지 선거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소유한 모기업 메타(Meta)가 룰라와 그의 동맹 세력의 소셜미디어 노출을 제한하고 경쟁 후보의 노출은 확대한 움직임도 포함할 수 있다. 어제 영국의 메타 노동자들은 성명을 내고 책임을 회사의 “경영진과 지도부”에 돌렸다. 이들은 경영진의 정치적 성향이 “비밀이었던 적이 없다”고 썼다.
메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트럼프가 2024년 재선에 성공한 뒤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비위를 맞춰온 여러 기술기업 경영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행사에서 트럼프 뒤편에 자리했다. 트럼프가 저커버그를 조롱하며 그가 “내 엉덩이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고 사람들에게 자랑한 뒤, 아첨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였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브라질 우파뿐 아니라 미국의 MAGA 세력에도 큰 패배다. 브라질은 남미에서 가장 큰 국가다. 지정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는 우파 정부가 들어선 이웃 나라들조차 트럼프가 또다시 선거가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펼치는 데 동조해 룰라 정부와 관계를 악화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브라질에서 좌파 지도자를 끌어내리는 일은 트럼프의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에 큰 전리품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미국의 거의 ‘뒷마당’에 해당하는 지역에서조차 트럼프가 정치를 마음대로 재편할 힘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그동안 룰라 정부는 굴복하지 않았다. 워싱턴이 선거에 개입했다고 공식적으로 비판했고, 선거 개입에 관여했다고 지목한 미국 관리 두 명의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등 여러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가 룰라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룰라의 전직 보좌관 한 명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는 “이미 전 세계가 반응했다. 미국이 선거 결과에 반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브라질은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패배의 의미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 룰라는 승리했다. 이는 브라질 좌파뿐 아니라 인간이 살 수 있는 지구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큰 승리다. 그러나 그는 보우소나루주의 극우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회를 상대하며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게다가 여전히 저명한 좌파 지도자를 패배시키려는 워싱턴의 적대감이 계속된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룰라의 승리는 브라질 좌파에 싸울 기회를 남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트럼프 행정부의 역내 정치 개입 시도에 처음으로 일격을 가했다는 사실 자체가 결코 작은 이정표는 아니다.
[출처] Lula’s Win Is a Defeat for Donald Trump and MAGA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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