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이 완전 난리가 났어요.”

서울대병원 내과계중환자실2에서 일하는 6년 차 간호사 곽원형 씨가 전한 병동의 현실이다. 13일 그가 전해 들은 동료의 야간근무는 원래 오전 7시 30분에 끝나야 했다. 그러나 동료는 9시까지도 퇴근하지 못했다. 이전 근무의 신규 간호사가 끝내지 못한 일을 처리하고, 또 다른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고, 자기 환자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신규 교육하고, 그 와중에 환자도 보고….” 곽 씨는 그 동료만의 일이 아니라고 했다. 경력 간호사와 신규 간호사 모두 늘어난 업무를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곽 씨는 이 문제를 풀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날 본원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13일 낮 12시 결의대회를 열고 필수인력 99명 충원과 공공의료 강화,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노조는 환자 중증도에 맞게 인력을 늘리고, 신규 직원이 충분히 배우고 경력자가 현장에 남을 수 있도록 노동조건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대병원분회 투쟁선포 결의대회. 참세상 박도형 기자.

환자 돌보랴 신규 가르치랴… 와중에 병상은 가득?

곽 씨는 신규 간호사들을 “좀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없다고 했다.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 사태 이후 경력 간호사들이 진료지원 업무로 옮겨간 자리에 신규 간호사들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2024년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시작되며 환자들의 중증도도 높아졌다. 결국 경력 간호사들은 더 어려운 환자를 맡고, 신규 교육까지 책임져야 했다. 곽 씨는 교육할 시간도 없이 현장을 감당하다 휴직과 사직이 이어지면, 신규가 경력자로 성장한 뒤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담을 나눠 맡을 숙련 인력은 오히려 줄었다. 노조가 공개한 노사협의회 자료에서 본원 간호사는 2024년 1분기 1,596명에서 올해 1분기 1,611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3년 이상 경력자는 1,352명에서 1,193명으로 159명 줄었다. 전체 인원이 늘어난 동안 환자 돌봄과 신규 교육을 함께 맡을 숙련 인력은 줄어든 것이다.

경력 간호사들에게는 낯선 진료과 환자를 돌보는 부담까지 더해졌다. 2019년 입사해 호흡기내과 병동에서 일했던 권지은 서울대병원분회 교섭단장은 병원이 “빈 병상인 꼴을 못 봐서” 진료과를 구분하지 않고 환자를 입원시키는 운영을 비판했다. 낯선 진료과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시술 전후 준비를 확인하려면 다른 병동에 일일이 전화해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분회 투쟁선포 결의대회. 참세상 박도형 기자.

서울대병원 사측, 경영책임 다 하고 있나

두 간호사는 이런 현장 사정을 교섭장에서도 전하려 애썼다. 지난해 처음 단체교섭을 참관하고 올해 교섭위원으로 참여한 곽 씨는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하나도 없구나”라며 경영진의 반응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교섭에 처음 참여한 후 올해 교섭단장을 맡은 권 씨도 병원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안 된다’는 답이 반복되고 결국 돈 때문이라는 이야기로 돌아왔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8월부터 단체교섭 14차례와 실무교섭 11차례가 진행됐지만 병원은 제대로 된 수용안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에는 노동조합의 근로자대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교대근무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안을 제시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노조는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병원장의 책임도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 국립대병원 9곳의 특화 분야 지원 예산으로 1,188억원을 편성했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장은 교육부 소관인 서울대병원이 이 지원 대상에서 빠진다며 “교육부에 남아서 못 받는 재원, 백남종 병원장이 받아와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병원분회 투쟁선포 결의대회. 참세상 박도형 기자.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안 가져오길”

서울대병원은 오는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국정감사를 받는다. 노조는 지난 6일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으며, 14일 보라매병원 결의대회에 이어 16~2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21일까지 수용안이 나오지 않으면 22일 파업 일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결의대회는 15차 단체교섭을 앞두고 열렸다. 이날 무대에 선 박나래 서울대병원분회장 또한 “신규 직원에게는 충분히 배울 권리가 있다. 환자에게는 안전하게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병원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보장해야 한다”며 교육할 시간과 안전하게 돌볼 인력을 함께 요구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두 간호사는 조합원들과 함께 문화공연 무대에 올라 자신들이 만든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곽 씨는 교섭 상황을 자신만큼 자세히 알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분노해 나왔다고 말했다. “제발 사측이 정신 좀 차리고 제대로 된 안을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왔어요.” 권 씨도 “조합원들의 분노가 이만큼 가득하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라고 전했다.

문화공연 중인 서울대분회 조합원들. 맨 왼쪽이 곽원형 간호사, 중간이 권지은 간호사. 참세상 박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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