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사망자 대부분은 이란에서 나왔다. 전쟁은 이란 경제에 최대 3,000억 달러의 피해를 줬다. 반면 미 국방부는 9월 중순까지 그만큼의 파괴를 일으키는 데 약 440억 달러를 썼다. 전쟁 지지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꽤 좋은 투자수익률인 셈이다.
호르무즈해협이 폐쇄되고 석유·가스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 세계 사람들은 에너지, 운송, 식품 가격 상승을 통해 전쟁을 체감했다.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디젤 가격이 세계경제 전반에 미친 연쇄 효과는 농민, 트럭 운전기사, 광업 부문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월 전쟁이 계속될 경우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과 그 적대국들이 적어도 일시적으로 직접 공격에서는 물러섰고, 호르무즈해협 통항도 이란 선박을 제외하면 일정 부분 회복됐지만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이란이 어떤 형태로든 평화협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란을 섬멸하겠다고 또다시 약속했다. 전쟁과 제재로 이란 경제가 휘청이고 있고, 테헤란 정부도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이란 지도부는 항복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영향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 듯, 이란전쟁은 예멘,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걸프 국가들, 그리고 더 먼 지역에서까지 또 다른 지정학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이스라엘 공범 베냐민 네타냐후는 전쟁이 빨리 끝나고, 테헤란 정권이 깔끔하게 교체되며, 이란의 ‘저항의 축’이 무너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마주한 것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가득 찬 판도라의 상자다.
끝나지 않는 예멘전쟁
호르무즈해협에서 멀지 않은 아라비아반도 반대편에는 바브엘만데브(Bab al-Mandab) 해협이 있다. 이 요충지는 홍해와 북쪽 끝 수에즈운하로 들어오고 나가는 해상교통을 통제하며, 세계 교역의 10%가 이곳을 지난다. 호르무즈해협이 폐쇄됐을 때 사우디아라비아는 송유관을 이용해 석유를 서쪽 홍해 항구들로 돌렸고, 그 결과 바브엘만데브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하지만 이제 사우디는 이란과 연계한 예멘의 후티 세력에게 공격받고 있다. 후티는 홍해를 끼고 있고 해협에서도 멀지 않은 예멘 북부의 한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해 왔다. 지난 2010년대부터 사우디는 예멘 정부가 후티를 격퇴하고 나라를 통일하려는 시도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 노력은 결국 실패했고, 2022년 휴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란전쟁으로 그 휴전은 사실상 끝났다. 후티는 이 기회를 이용해 자신들의 거점 밖으로 진출해 홍해 연안의 영토를 장악하기로 했다. 9월 중순에는 모카(Mokha) 항구를 점령했고, 바브엘만데브를 지나는 선박 운항도 방해했다. 이들은 상당히 정교한 무기를 사용해 사우디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했고,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동서횡단 송유관도 포함된다.
이에 맞서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는 후티를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했다. 사우디가 움직이면 트럼프 행정부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현직 미국 관리와 전직 관리 한 명에 따르면, 미 정보·군사 분석가 200명 이상이 사우디 왕국 안의 지휘센터에서 사우디 정부를 지원하며 예멘 동맹세력을 위한 표적 분석과 선정을 돕고 있다. 이들은 작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익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미국이 방어적 공중순찰에 나선 사우디 전투기들에 공중급유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지원을 받은 예멘 정부군은 이번 주 모카 항구를 탈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후티를 공격하면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구금시설 공습으로 아프리카 이주민 수십 명을 죽였고, 항만 기반시설 폭격으로 민간인 80명을 살해했으며, 학교와 병원, 시장을 겨냥한 사우디 공격도 지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비판을 일축했다. 앞선 미국 정부들 역시 예멘을 지옥으로 만들고 민간인 수십만 명의 죽음으로 이어진 초기 사우디 폭격에 자국이 관여한 문제를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추가적인 위험에 직면했다.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작전이 후티를 제거하려는 사우디의 군사작전과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이 지역에서 또 하나의 ‘끝나지 않는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라크의 공백
바이든 행정부가 협상한 일정에 따라 마지막 미군이 지난주 마침내 이라크를 떠났다.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시작한 지 23년, 이슬람국가(IS)와 싸우기 위해 미군이 다시 이라크에 들어간 지 12년 만이다. 미국은 민족·정치적 분열로 갈라지고 부패가 만연한 국가를 뒤에 남겼다. 2003년 미국의 침공과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뒤 이어진 무능한 국가건설은 이란이 시아파 성직자와 준군사조직을 통해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도 만들었다.
9월 30일은 미군 철수 시한인 동시에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의 무장해제 시한이기도 했다. 미군 철수는 이뤄졌지만, 무장해제 시한은 6월 30일로 연기됐다. 민병대는 두 번째 시한 역시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과 연계한 인민동원군(Popular Mobilization Forces·PMF)은 이라크군에 편입됐지만, 이란과 가까운 일부 세력은 여전히 국가 지휘체계 밖에 남아 있다. PMF조차 반드시 국가에 복종하는 것은 아니다. 아미르 알아우카일리(Ameer Al-Auqaili)는 FPIF에 “국가기관의 지위를 얻으면 한 파벌은 돈과 사무실, 접근권, 정치적 보호를 얻는다”고 썼다. “별도의 지휘체계를 유지하면 독자적으로 작전을 벌일 공간이 생긴다.”
이라크 이슬람저항(Islamic Resistance in Iraq)이라는 연합세력이 수행하는 이런 독자 작전에는 지난달 후티와 공조해 사우디 동서횡단 송유관을 겨냥한 공격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미군은 사우디와 함께 PMF를 공격했다. 이로써 이라크는 이란전쟁의 또 다른 전선이 됐다. 이 전쟁에서 발생한 미군 전투사망자 18명 가운데 7명이 이라크에서 숨졌다. 트럼프는 이라크전쟁을 “엄청나게 비싼 지옥행 여행”이라고 불렀지만, 이미 이란을 상대로 그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 전쟁의 일부로 PMF를 겨냥한 추가 공격이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군 약 1,500명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승조원과 해병대원 1만 명을 태운 항공모함 USS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중동에 추가 배치하고 있다. 바그다드의 정치분석가 아흐메드 유니스(Ahmed Younis)에 따르면, 미군 철수는 “서방의 군사적 주둔이 사라지면서 이란의 대리세력들이 갈수록 힘을 얻었다고 느낄 가능성”을 높인다. “이들 세력은 국가정책 형성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대하고 핵심 국가기관 안에서 입지를 굳히려 할 수 있다.”
여기에 이슬람국가가 다시 부상하면 트럼프가 미군을 이라크로 다시 보낼 수도 있다.
트럼프의 온갖 의도로 포장한 두 번째 지옥행 길에 온 것을 환영한다.
‘저항의 축’은 끝났는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파괴하는 데만 집중하지 않았다. 그는 이란의 ‘저항의 축’ 전체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제거하고 시리아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약화하려 했다.
물론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쫓고 권리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이란은 이 지역에서 훨씬 더 강력한 행위자이며, 네타냐후는 자신이 이스라엘이 직면한 핵심 위협이라고 보는 존재를 뿌리째 제거하고 싶어 한다.
이스라엘은 폭발물을 설치한 호출기와 무전기를 이용한 작전에 더해 66일 동안 공습과 지상작전을 벌이며 레바논 헤즈볼라 지도부를 심각하게 타격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를 점령해 마을 전체를 파괴하고 군사기지 5곳을 설치한 뒤, 헤즈볼라 지도부 후계자의 후계자까지 제거하는 데 나섰다. 동시에 시리아 반군은 헤즈볼라의 약화를 신호로 받아들이고, 이란과 연계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했다.
그러나 이란은 두 나라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 헤즈볼라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도움을 받아 재건했고, 이란전쟁이 시작된 뒤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할 정도로 전력을 회복했다. 이스라엘은 소규모 세포조직 중심으로 재편한 헤즈볼라가 현재 최대 1만 5,000발의 로켓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드론 전력에도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이스라엘이 적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신화는 헤즈볼라에도, 하마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수개월 동안 가혹한 공습과 지상침투를 벌였는데도 가자지구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다.
아사드가 축출된 뒤 시리아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크게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 테헤란과 아흐메드 알샤라가 이끄는 새 정부의 관계도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이란의 영향력이 계속 남아 있다. 시아파 주민들의 종교적 정체성,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테헤란을 지지하는 정치적 공감, 그리고 시리아 이슬람저항전선(Syrian Islamic Resistance Front)과 여러 알라위파 준군사조직 같은 군사조직 형태로 그 영향력이 이어지고 있다.
더 먼 유럽에서도 이란은 제한적인 작전을 벌였다. 테헤란은 지난 3월 키프로스의 영국군 기지를 겨냥해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친이란 성향 조직 하라카트 아샤브 알야민 알이슬라미아(Harakat Ashab al-Yamin al-Islamia)는 유럽 전역의 금융기관과 유대인 시설을 겨냥한 잇단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최근에는 예상되는 이란의 드론 공격에 대비해 미국이 영국 공군기지에서 폭격기 12대를 철수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 음모에 이란이 실제로 관여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여기서 핵심은 이란의 위협을 과장해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계속하거나, 미국이 이 지역에 군사적으로 계속 주둔하거나, 이스라엘이 자신이 ‘실존적 위협’이라고 규정한 존재를 제거하려는 시도를 정당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테헤란 정권이 존속하는 것처럼 이란의 역내 영향력도 상당히 끈질기게 유지되고 있다. 핵전쟁 수준의 파국에 이르지 않는 한 어떤 군사력도 이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스라엘은 단독으로도, 미국과 함께서도 이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수차례 제거 시도를 당한 뒤 ‘저항의 축’이 더 강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사라진 것도 아니다.
주짓수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 정면에서 더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저항은 더욱 거세진다. 휴전, 이란과의 평화협정, 역내 이란 동맹세력과의 실질적인 정치적 협상처럼 균형과 지렛대를 활용하는 우회적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저항의 축’을 해체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출처] The Geopolitical Earthquake of the Iran War – CounterPunch.org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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