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의 세계를 민중의 관점으로 골라 매일 저녁 전합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1. 청해부대를 아덴만 너머 오만만까지 보내고 초계기 한 대를 더 붙이는 안을 국방부가 검토 중인데, 대통령이 ‘파병은 없다’고 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이 ‘강화’의 이름을 심층 ①이 묻는다.
  2. 한전KPS 하청노동자 직접고용은 합의 뒤 여덟 달 동안 전환 0명인데 주무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끝난 줄 알았다고 답했고, 총리실·공기업·노동부 사이에서 약속이 멈춘 자리를 심층 ②가 찾는다.
  3. 전날 7.57% 폭락했던 코스피는 16일 2.05% 오른 5,668.05로 마감해 7거래일 연속 하락을 멈췄지만, 되찾은 것은 하루 낙폭의 4분의 1이다.
  4. 경찰이 스마트워치를 쥐여 준 뒤에도 2022년부터 여성 17명이 살해당했고 살인미수까지 27건 가운데 63%는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같은 조치까지 내려진 상태였다는 국정감사 자료가 나왔는데, 피해자를 지키는 두 겹의 장치가 한꺼번에 뚫렸다는 뜻이다.
  5. 인천 흉기난동 이튿날 대통령이 대책의 대상으로 ‘우범자 특히 정신질환자’를 적자 정신장애인 단체가 철회를 요구했고, 그 한 줄을 둘러싼 말들은 온라인 광장 ‘오늘의 논쟁’에서 이어진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파병은 없는데 군은 강화? 청해부대 파병 현실되나

「국방부, 청해부대 파병 연장안 곧 제출…작전 범위 확대 검토」 한겨레 · 10/16 함께 볼 기사 「[단독] 정부, 청해부대 작전범위 오만만으로 확대·해상초계기 1대 파견 검토…호르무즈 파병엔 ‘선 긋기’」 경향신문 · 10/15 함께 볼 기사 「김병주 “청해부대 변경, 호르무즈 파병 전혀 아냐…초계기 투입은 방어능력 보강 차원”」 경향신문 · 10/16 함께 볼 기사 「정부는 호르무즈 우회 파병 추진을 중단하라」 경실련 성명 · 10/16 함께 볼 기사 「파병은 없다는 대통령, 청해부대 강화는 고심 중이다」 참세상 · 09/18

무슨 일이 있었나

정부가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해적을 상대해 온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오만만까지 넓히고, 해상초계기 1대를 더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15일 저녁 단독으로 전했고, 국방부는 16일 아덴만 해적 활동이 “예년에 대비해서 급증”했다며 연장 동의안 제출을 검토 중이지만 “세부 내용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청해부대의 현행 임무는 12월 31일에 끝나고, 정부는 그 전에 국회에 연장 동의안을 내야 한다. 문제는 지도다. 오만만은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오면 바로 만나는 바다다.

왜 ‘우회 파병’이라는 말이 나오나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호르무즈 봉쇄 국면이 이어지면서, 해협을 지나는 원유는 크플러 집계로 10월 8일 하루 2,080만 배럴에서 11일 290만 배럴로 줄었다. 미국은 한국에 호르무즈 ‘기여’를 요구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도 청해부대 활동을 “좀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검토하고 고심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한 달 만에 그 ‘강화’에 오만만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정부는 해적 대응일 뿐 호르무즈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는다. 경실련은 16일 성명에서 추가 투입이 거론되는 P-8A 초계기가 “약 2,200㎞ 떨어진 해역까지” 날아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오만만에 배치되면 호르무즈 일대의 감시·정찰에 쓰일 수 있고 그 정보가 미국 작전에 제공되면 교전이 없어도 군사적 지원이라고 짚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미국의 군사작전에 관여하게 되는 명백한 파병”이라 했고, 정의당은 “군사적 충돌의 당사자가 될 위험을 키우는 일”이라며 검토 중단을 요구했다. 반박도 있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호르무즈에 파병되는 것은 전혀 아니”라며 “청해부대 자체 방어 능력이 아주 취약하다는 것이 군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아덴만과 오만만은 “다 붙어 있는 해역”이라는 것이다.

지도 한 칸이 무엇을 바꾸나

여당 쪽 이름은 ‘방어능력 보강’이고, 야당과 시민사회의 이름은 ‘우회 파병’이다. 두 말 사이에 구축함 한 척에 탄 260여 명의 장병과 그 바다를 지나는 선박, 이란과의 관계가 놓여 있다. 현행 동의안이 정한 파견 지역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와 유사시 국민 보호를 위해 지시되는 해역”이다. 2020년에는 이 ‘지시되는 해역’ 조항으로 국회 동의 없이 활동 범위를 호르무즈까지 넓힌 적이 있다. 이번에는 동의안에 오만만을 적어 넣는 방식이 거론된다. 그러면 연말 국회의 연장 표결은 호르무즈 기여를 승인하는 자리를 겸하게 된다. 경실련이 “국회의 동의는 해외파견에 필요한 절차이며, 그 자체로 파견의 정책적 타당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쓴 이유다.

앞으로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첫째, 김병주 의원이 11월 중이라고 한 동의안의 작전 지역·전력 문구에 ‘오만만’과 ‘초계기’가 실제로 적히는가. 둘째, 정부가 미국과 어떤 협의를 해 왔는지 국회와 국민에게 공개하는지도 쟁점이다. 셋째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여는 10월 21일 국회 토론회와 남은 국정감사가 ‘기여’의 내용을 얼마나 끌어내느냐다. 대통령의 말은 아직 유효하다. 그 말이 바다 위에서도 유효한지는 동의안 문구가 말해 줄 것이다.


#청해부대 #오만만 #호르무즈 #우회파병 #해상초계기 #파병동의안 #경실련


장관은 ‘끝난 줄 알았다’, 하청노동자 593명은 여덟 달째 그대로 하청이다

「“직접고용 끝난 줄 알았다”는 노동부 장관…한전KPS 하청노동자 전환은 ‘0명’」 참세상 · 10/16 함께 볼 기사 「한전KPS 하청노동자들 “협의체 일방 구성 안 돼”」 매일노동뉴스 · 10/16 함께 볼 기사 「한전KPS 하청노동자는 1명도 직접고용되지 않았다. 직접고용에 합의한 고용노동부는 누구를 위한 감독기관인가!」 공공운수노조 성명 · 10/15 함께 볼 기사 「노·정, 발전산업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합의」 참세상 · 02/10 함께 볼 기사 「“죽음의 외주화 끝내야”…김충현 1주기 추모행동 시작」 참세상 · 05/27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KPS 하청노동자 직접고용이 늦어지는 문제를 묻자 김영훈 장관은 “직접고용이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다면 계획을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참세상이 16일 전한 장면이다. 공공운수노조는 15일 성명을 내어 직접고용된 하청노동자는 한 명도 없다며 “직접고용에 합의한 고용노동부는 누구를 위한 감독기관인가”라고 물었고, 한전KPS비정규직지회는 같은 날 별도 성명으로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16일 오전에는 한전KPS비정규직지회와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과 국회 소통관에서 회견을 열었다. 회사가 전환 대상과 기준을 논의할 노사전문가협의체를 당사자를 빼고 꾸리고 있으니 철회하라는 요구다.

어떤 약속이었나

김충현 노동자는 지난해 6월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선반 작업을 하다 회전체에 끼여 숨졌다. 28년 경력의 정비기술자였고, 소속은 한전KPS의 하청인 한국파워O&M이었다. 국무총리 산하에 꾸려진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는 26차례 회의 끝에 올해 2월 10일 한전KPS 발전설비 경상정비 하청노동자 전원을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당시 집계로 약 593명이 대상이었고, 화력은 5월 말, 원자력은 6월 말이 시한이었다. 법원도 지난해 8월 지회 조합원 24명이 낸 소송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했고,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41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지시를 내렸다. 회사는 1심에 항소했다. 약속은 세 겹으로 쌓였는데 전환된 사람은 없다.

왜 멈춰 있나

노조에 따르면 한전KPS는 7월 16일과 22일, 8월 18일 세 차례 보낸 협의체 구성 공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국정감사를 앞둔 10월 8일 홈페이지에 협의체 구성 계획을 공고하고 하청노동자 대표 후보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당사자들이 충분한 의견 청취와 조율을 거쳐 스스로 대표단을 꾸리도록 정해 두었다. 지회는 “현장에 먼저 전달돼야 하는 공고는 어디에도 붙지 않았고 당사자 간 의견청취 및 논의조율 과정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합의는 총리실이 발표했고, 이행은 공기업이 절차로 미뤘으며, 점검해야 할 주무 부처는 결과를 모르고 있었다. 책임이 세 곳으로 나뉘자 어디에도 책임이 남지 않은 셈이다. 2018년 김용균 노동자가 숨진 뒤에도, 지난해 김충현 노동자가 숨진 뒤에도 태안화력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된 하청노동자는 없다.

앞으로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첫째, 장관이 “확인해 보겠다”고 한 계획이 무엇으로 돌아오는가, 그리고 노조가 요구한 사과가 있는가. 둘째, 한전KPS가 10월 8일 공고를 거두고 하청 당사자가 뽑은 대표로 협의체를 다시 꾸릴지 봐야 한다. 셋째는 불법파견 항소심과 6월 말 시한을 넘긴 원자력 분야의 이행이다. 발전소의 위험은 하청 구조를 따라 흐른다. 그 구조를 바꾸겠다던 약속이 지금 어느 책상 위에 있는지, 장관의 답변은 그것조차 알려주지 못했다.

#한전KPS #김충현 #직접고용 #태안화력 #김영훈 #국정감사 #공공운수노조


03 한 장의 세계

허리케인이 끈 불빛, 공항과 대학에는 남아 있었다

자료: NASA 지구관측소 ‘Isaias Dims the Gulf Coast’(2026.10.16 게재), 10월 11일 밤 플로리다 펜서콜라~데스틴 일대 야간조명(Black Marble HD) · 원문 보기 →

허리케인이 끈 불빛, 공항과 대학에는 남아 있었다

올해 대서양의 첫 허리케인 이사이아스가 10월 9일 플로리다 데스틴 인근에 상륙한 이틀 뒤, 펜서콜라와 98번 국도 일대의 불빛이 위성 사진에서 지워졌다. 같은 어둠 속에 공항과 대학, 도심 일부만 밝게 남았고, NASA는 비상 발전 설비의 차이로 추정했다. 불빛은 사흘 만에 대부분 돌아왔지만, 어둠이 걷히는 순서는 위성이 먼저 기록했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아리셀 참사 대법원 선고를 나흘 앞두고, 법정 앞에 모이자는 공지가 떴다

스물세 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의 형사재판이 10월 20일 대법원 판단을 받는다. 이주노동자 단체가 올린 “서로 기운도 북돋고 방청할 예정입니다”라는 한 줄은 선고일을 사람이 모이는 자리로 만든다. 이날 한화오션 하청지회의 2차 원정교섭 보고(고공투쟁 17일째)와 쿠팡 고양센터 분회장 복직 선전전 소식도 올라왔다.


오늘의 논쟁

흉기난동 이튿날 대통령은 ‘정신질환자’를 적었고, 광장은 사건의 이름부터 다퉜다

지난 13일 인천의 복합상가에서 흉기난동으로 시민 여럿이 다친 이튿날, 이재명 대통령은 X에 “우범자 특히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습니다”라고 썼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또 다른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했고,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다시 “강력 범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다는 각오”를 말했다. 광장이 다툰 것은 사건의 이름이다. 윤단우는 범행 정황을 들어 여성혐오범죄로 불러야 한다고 했고, Dinn은 며칠 사이 대통령의 발언을 긍정과 부정으로 갈라 적었다. 포도롱의 “하루는… 정신병에 낙인… 내일은 뭐 나오냐”는 리포스트 1,318회로 퍼졌다.


국무회의 중계를 두고 대통령은 ‘직거래’라 했고, 비판자는 ‘원맨쇼’라 했다

경향신문이 장관들의 중계 축소 요청을 사설로 다룬 이튿날 아침, 이재명 대통령이 X에 직접 답했다. “국정을 포함한 모든 행정은 공개가 원칙”이고 비공개회의가 따로 있으니 “회의가 공개라서 말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중계를 꺼리는 쪽을 ‘중간유통업자’에 빗대자 박주현은 언론과 관료 시스템을 “거추장스러운 ‘유통마진’으로 후려치고” 권력자의 “생중계 원맨쇼”를 ‘직거래’로 격상시켰다고 되받았고, 대통령은 다른 비판 글에 “허위에 기초한 억지주장으로 혹세무민”이라고 답했다. 공개가 토론을 넓히는지, 카메라가 토론을 바꾸는지가 이 논쟁의 축이다.


오늘의 단어

시민권 박탈(denaturalization) 귀화로 얻은 시민권을 정부가 다시 거둬 가는 절차다. 태어나면서 시민이 된 사람에게는 쓸 수 없고 이민자 출신에게만 열려 있어서, 같은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언제든 취소될 수 있는 시민’이라는 등급을 만든다. 이번 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이 소말리아 출신 귀화 시민인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이 수사가 시민권 박탈과 추방을 겨냥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고 자코뱅이 전했다. 오마르 의원실은 “야권을 침묵시키려는 권위주의적 조치”라고 반발했고, 인터셉트는 존 볼턴 압수수색 때와 달리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워싱턴포스트 어디서도 규탄이 없었다고 짚었다. 중간선거를 앞둔 현직 의원에게 시민권이 ‘조건부 허가’로 꺼내진 이 싸움은, 시민권이 가진 사람의 권리인지 정부가 거두고 줄 수 있는 허가인지를 다투는 자리가 됐다.

오늘의 말

[비판] “시위와 집회를 일삼지 않을까요”, 추측 하나가 1,600명의 노동을 집회 비용으로 만들었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은 15일 국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두고 “이 사업을 받은 어떤 특정 단체는 그 사업비를 가지고 또 시위와 집회를 일삼지 않을까요?”라고 물었다고 뉴스클레임이 전했다. 이 사업은 최중증장애인을 고용해 권리를 알리는 캠페인과 인식 개선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하는 일자리로, 전장연에 따르면 전국 13개 지자체에서 1,600명 넘게 일한다. 질문의 형식은 추측이지만 효과는 규정이다. ‘않을까요’ 뒤에서 1,600명의 노동은 집회 비용이 됐고, 같은 자리에서 거론된 청년 AI 지원사업은 그 경쟁자가 됐다. 전장연은 “권리를 알리는 캠페인도 노동이다”라며 출근길 지하철 시민불복종과 권리중심 노동자의 권익옹호 직무는 다른 일이라고 답했고, 4년 9개월 73차례 이어온 출근길 지하철 시위도 이미 중단했다고 밝혔다. 당사자들이 서울시에 요구해 온 것은 2027년 본예산 반영인데, 국감장에서 돌아온 것은 예산이 아니라 의심이었다.


05 오늘의 주장

1. 청해부대 작전구역을 오만만까지 넓히고 해상초계기를 한 대 더 보내는 방안이 알려지자, 이것을 파병이라 부를지를 두고 시민사회의 입장이 하루 사이에 나란히 나왔다. 정의당은 「‘청해부대 확대’라는 우회 파병 논의, 즉각 중단하라」에서 이 확대가 “군사적 충돌의 당사자가 될 위험을 키우는 일”이라며, 전쟁에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던 대통령의 말을 근거로 세웠다. 경실련은 「정부는 호르무즈 우회 파병 추진을 중단하라」에서 작전구역 확대를 “사실상 파병”이라 부르고, 지금까지의 대외 협의와 검토 내용을 국민과 국회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새 기준’을 말한 데 대해서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전시작전통제권은 조건 없이 환수해야 한다」에서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했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한반도평화위원회는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간 조약과 합의를 훼손하는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하라」에서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는 사령관의 말을 조약 훼손으로 규정했다. 청해부대에서는 ‘검토’가, 전작권에서는 ‘조건’이 결정을 미루는 말로 쓰이고 있다.

2. 정신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을 향한 낙인이 대통령의 글, 국정감사장의 질문, 온라인의 밈에서 이틀 사이 함께 나왔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인천 흉기난동 뒤 대통령이 쓴 글이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또 다른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했고, 범죄 위험은 “개인의 구체적인 행위와 확인된 위험 요인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비마이너가 전했다. 전장연은 「‘밈’, ‘혐오∙조롱’말고, 함께 사는 권리를 연결하자」에서 박경석 대표의 지하철 포체투지 사진이 생일잔치와 카지노 장면으로 가공돼 돌고 그중 생일 축하 게시물이 3만 3천 차례 공유된 일을 두고 “바닥에 엎드린 몸은 남았지만, 그 몸이 외치던 권리는 지워졌다”고 썼다. 서울시 국정감사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발언에는 「서명옥 의원님, 국정감사의 공간이 청년과 장애인의 미래와 노동권을 갈라치는 장소가 아닙니다」로 맞섰다. 세 성명이 겨눈 자리는 달랐지만 요구는 하나로 모인다. 위험의 대상, 예산의 경쟁자, 웃음의 소재가 되기 전에 당사자가 먼저 논의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 한전KPS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합의가 여덟 달째 멈춘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뒤, 노동계가 책임을 물은 곳은 정부 감독기관이다. 공공운수노조는 「한전KPS 하청노동자는 1명도 직접고용되지 않았다. 직접고용에 합의한 고용노동부는 누구를 위한 감독기관인가!」에서 노동부가 합의 내용을 몰랐다는 말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했고, 한전KPS비정규직지회는 별도 성명으로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두 조직은 고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와 함께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회견을 열어 회사의 협의체 구성 공고 철회와 정부의 지도·감독을 촉구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금속노조는 「반도체 대기업은 메가 특혜, 소부장 노동자는 메가 탄압」이라는 이름으로 19일 국회 기자회견을 예고하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사업장에서 잠정 합의안을 사측이 백지화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특별근로감독과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요구했다. 합의서가 있는 사업장과 잠정 합의안이 있는 사업장, 두 곳에서 노조가 책임을 묻는 상대는 같다. 감독기관과 국회다.

4.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저녁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을 임명하자, 새 수사기관이 옛 검찰의 방식을 되풀이하지 않게 할 장치가 곧바로 요구 목록에 올랐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임명 당일 밤 낸 「초대 중수청장, 과거 검찰과의 차별성 입증해야」에서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맞는 수사 모델, 표적·별건 수사와 피의사실 공표 관행과의 단절,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의 감찰·통제 체계를 요구했다. 초기 인력에 검찰 출신 수사관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과거의 관행적 수사 행태가 이식되지 않도록” 내부 직무 기준을 세우라고 한 대목이 논평의 핵심이다. 청문회 다음 날 보고서가 채택되고 그날 저녁 임명장이 나온 속도에 견주면, 이 요구 목록은 한참 느리게 채워질 것이다.


06 사설·칼럼 비평

[주목] 가자에 침묵한 페미니즘의 명단에 필자는 자기 단체를 올렸다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침묵하는 페미니즘은 진정한 페미니즘인가」 프라밀라 벤카테스와란 참세상 · 10/16

서구 페미니즘의 침묵을 일반론으로 두지 않고, 필자가 지부 회장을 맡은 전미여성기구(NOW)를 명단 맨 위에 올려 따진 글이다. NOW는 2023년 10월 7일 직후 하마스를 규탄하는 긴급 성명을 냈지만 가자의 집단학살을 규탄하거나 휴전을 촉구한 적은 없고, 세계여성기금과 전미여성학회는 그렇게 했다는 대비가 글의 뼈대다. ‘하마스가 먼저 시작했다’는 반박에는 국제사법재판소의 2024년 1월 명령과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을, ‘10월 7일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반문에는 두 비극을 함께 인정할 수 있다는 답을 놓는다. 글이 다루지 않는 것은 한국이다. 재생산권과 동일임금을 말해 온 이곳의 단체들이 가자를 어디에 적어 두었는지는 독자가 확인할 몫으로 남는다.

[주목] ‘골대’라는 말은 국방부 대변인이 먼저 꺼냈고, 두 신문은 다른 처방을 썼다

「‘전작권 골대’ 옮기는 미국,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겨레 · 10/15

사설이 제목으로 삼은 ‘골대 옮기기’는 15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먼저 나온 말이다. 한겨레는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하는 새 기준이 생겼다”는 발언을 전환 시기를 트럼프 임기 뒤로 미루겠다는 뜻으로 읽고, 완전운용능력 검증의 평가단장이 바로 그 사령관이라는 사실, 지난해 ‘합격’이던 항목이 올해 ‘불충분’으로 바뀌고 있다는 전언을 근거로 든다. 처방은 헤그세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라는 것이고, “다소 대가를 치르더라도”라는 말이 붙었다. 15일 동아일보는 ‘전작권 시간표’를 진지하게 재검토하자고 했다. 한쪽은 설득할 상대를, 다른 쪽은 고칠 일정을 제목에 세운 셈인데, 그 ‘대가’가 무엇인지는 두 사설 모두 적지 않았다. 참여연대가 16일 ‘조건’이라는 말 자체를 문제 삼은 길은 두 제목 어디에도 없다.

[비판] 세 신문이 노후자금에 맡긴 일은 폭락장 떠받치기였다

「비쌀 때 안 팔더니, 폭락장에서 안전판 기능 잃은 국민연금」 조선일보 · 10/16

‘비쌀 때 안 팔았다’와 ‘떨어질 때 받치지 못한다’를 한 제목에 담은 이 사설은 국민연금에 꼭지와 바닥을 모두 맞히라고 요구한다. 중앙은 ‘자승자박’, 동아는 ‘증시에 손발 묶인’이라는 말로 같은 구도를 그렸다. 조선이 든 숫자는 2008년 18조 원과 2011년 13조 원의 투입, 국내주식 비중 상한 14.9%에서 20.8%로의 상향, 7월 말 비중 24.87%, 7월 한 달 평가손실 124조 원이다. 사설은 연금을 “증시의 안전판”이라 부르는데, 그 순간 가입자의 노후 소득을 위해 쌓은 기금은 외국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는 장치가 된다. 비중 확대 결정의 회의록을 2030년까지 비공개로 돌린 ‘깜깜이’ 비판은 정당하다. 다만 세 사설이 함께 비운 자리가 있다. 연금의 운용 원칙을 지키라는 요구와 연금이 폭락장을 받쳐야 한다는 요구는 같은 글 안에서 서로를 지운다.

[비판] 사령관 없는 전쟁을 걱정하는 사설, 그 전쟁의 표적은 묻지 않았다

「흉악 범죄와 전쟁한다는데, 경찰청장은 22개월째 공석」 중앙일보 · 10/16

“사령관 없이 전쟁을 할 수는 없는 법”이라는 문장으로 닫는 사설이다. 13일 인천 흉기난동, 12일 제주 스토킹 살해, 11일 송파 장모 살해를 줄 세우고, 스마트워치와 전자발찌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사실과 경찰청장 22개월 공석을 잇는다. 공석이 길다는 지적은 따질 만하다. 그러나 사설이 받아 적은 “강력 범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다는 각오”라는 대통령의 말 앞에는, 대통령이 X에 적은 대책의 대상 “우범자 특히 정신질환자”가 있었고, 정신장애인 단체는 그것을 낙인이라 불렀다. 사설은 사령관 자리를 세면서 그 전쟁이 누구를 겨누는지는 세지 않는다. 사설이 든 사건들의 가해자는 보호관찰 중이거나 신고가 여러 번 들어간 사람이었다. 청장 자리보다 먼저 비어 있던 것은 신고 뒤의 조치였다.

[논쟁] 만찬 한 번의 전언 위에 지난 1년의 정책 후퇴 목록을 올렸다

「장관들의 ‘국무회의 중계 축소’ 요청, ‘하명식’ 국정소통 바꿔야」 경향신문 · 10/15

이 사설은 지난 2일 총리공관 만찬에서 장관 10여 명이 중계 축소 건의를 부탁했다는 전언을 출발점으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안이 “‘너무 미약하다’는 이 대통령 한마디에 무력화”됐고 농지 전수조사와 노란봉투법 시행령이 “사전 검토 없이” 시작됐다 물러섰으며 보유세는 “유튜브 댓글로 즉석에서 여론을 수렴”했다는 사례를 줄 세운다. 결론은 건의를 “불만이나 항명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전언은 이튿날 대통령이 ‘공개하지 않게 건의했다’는 보도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반박하면서 일부 흔들렸다. 그러나 사례 목록은 전언의 진위와 무관하게 확인되는 기록이어서, 쟁점은 카메라의 유무에서 대통령의 한마디가 정책으로 번역되는 속도로 넓어진다. 생중계가 토론을 막는지, 토론이 없는 자리를 생중계가 보여 주는지는 그 뒤에 남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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