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 주] 이 글은 10월 17일 게재됐지만, 주요 취재는 10월 13일 시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당시 고등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과 경찰폭력 규탄 시위에는 경찰 추산 16만 1,500명, 주최 측 추산 48만 명이 참가했다. 이후 17일에는 노동자와 노란 조끼 등이 합류하고 생활비·노동조건·공공서비스 문제까지 결합하면서 시위가 더 큰 사회운동으로 확대됐다. 이날 참가자는 경찰 추산 55만 명, 주최 측 추산 80만 명이었다.
더 나은 학교 환경을 요구하는 청년 시위가 전국적인 정치 위기로 번졌다. 더 뜨거워진 세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현실도 그 배경에 있다.
파리—클레오(Cléo)가 그리스어 수업에 도착했을 때 그의 얼굴은 완전히 창백해져 있었다. 프랑스에 올해 두 번째 폭염이 연달아 닥친 6월의 어느 수요일이었다. 16세인 그는 치솟는 기온을 견디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클레오는 단지 피곤한 것으로 생각하며 수업을 버텼다. 하지만 다음 날 파리 동쪽 끝에 있는 찜통 같은 고등학교에서 메스꺼움과 극심한 갈증이 그를 덮쳤다. 보건교사는 열탈진 증상을 알아보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이번 주 클레오는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앞으로 닥칠 더 많은 폭염을 걱정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초록색 쓰레기통 더미 옆에 서서 학교 입구를 막았다. 지난 4주 동안 프랑스 전역 수천 개 학교에서 이와 같은 장면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더 나은 교육환경과 공교육 투자 확대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이 학생 시위는 최근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운동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경찰은 강경 진압으로 대응했다. 3주 동안 약 8,000명이 경찰에 연행돼 구금됐으며, 이 가운데 약 85%가 미성년자였다. 보복을 우려한 클레오와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Inside Climate News)와 인터뷰한 다른 미성년 학생들은 이름만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학생들의 요구는 광범위하다. 더 많은 교사, 더 작은 학급 규모, 단축된 수업일, 고등교육 진학 지원제도의 전면 개편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번 저항의 핵심에는 무너져가는 학교 시설에 대한 분노가 있다. 기후변화가 부추긴 폭염은 이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26년 여름은 프랑스에서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 여름 폭염 기간에 초과사망자가 8,000명 발생했다. 6월에만 사망자가 2025년 같은 달보다 약 12% 증가했다.
하지만 프랑스 학교들은 화석연료 사용이 여러 세대에 걸쳐 기후를 뒤틀어 놓은 뒤 학생들이 물려받은 더 뜨거운 세계에 맞게 지어진 건물이 아니다. 많은 학교 건물은 열을 가두도록 설계됐고, 에어컨은 드물다. 올봄 교실 온도가 화씨 100도, 섭씨 약 38도를 넘어서자, 학교에서는 실신부터 코피까지 여러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이번 주 파리 지역 고등학교 앞에서 시위한 학생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방치했다고 느끼게 만든 학교 시설의 여러 문제를 이야기했다. 천장이 무너지고, 벽에 곰팡이가 피고, 화장실이 고장 나고, 의자가 부족하며, 해충까지 들끓는다고 했다. 많은 학생에게 올해 기록적인 폭염은 기후가 더워지는 상황에서 학교가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 결정적 계기였다.
파리 외곽 몽트뢰유(Montreuil)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16세 학생 쿰바(Koumba)는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러 나왔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나왔다. 이 정부에도 지쳤고, 이 나라에도 지쳤으며, 이제 정말 참을 만큼 참았다”고 말했다.
낡은 기후를 기준으로 지어진 학교
마리엘렌 아잠(Marie-Hélène Azam)은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National Institute of Applied Sciences)의 공학 교수로, 프랑스 초등학교 건물을 폭염에 견딜 수 있도록 어떻게 바꿀지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겨울철 에너지 효율을 중심으로 건물을 설계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겨울의 쾌적함과 여름의 쾌적함을 조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러려면 건물을 조금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물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하자마자 더 강한 폭염이 또 찾아온다.”
— 마리엘렌 아잠,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 교수
전통적으로 프랑스 학교는 햇빛과 온기를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큰 창문을 설치했다. 그러나 기온이 오르면 이런 설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 교실을 온실처럼 만든다.
프랑스의 많은 오래된 건물과 마찬가지로 학교도 대개 ‘열관성(thermal inertia)’이 큰 무거운 구조물이다. 열을 흡수하고 저장했다가 다시 방출한다. 겨울에는 유리하지만, 무더운 날에는 교실 안이 바깥보다 더 뜨거워질 수 있다.
문제는 극단적인 기온 자체만이 아니다. 폭염이 나타나는 방식이 상황을 더 악화한다.
아잠은 “폭염의 강도가 더 세지고 더 오래 지속되면서 이제 밤사이나 두 차례 폭염 사이에 건물을 식힐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건물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하자마자 더 강한 폭염이 또 찾아온다”고 말했다.
해결책으로는 햇빛이 창문을 가열하지 못하도록 외부 덧문을 설치하는 방법, 학생들을 시원하게 해줄 천장 선풍기, 물을 이용해 열을 식히는 증발냉각 기술 등이 있다.
파리 지역 공립고등학교 시설을 관할하는 일드프랑스(Île-de-France) 지방정부 대변인은 올해 학교 신축과 개보수에 12억 달러를 배정했으며, 여기에는 지붕과 창문 개선도 포함한다고 밝혔다. 폭염 기간에는 추가 시험장을 열고 미스트 분사기와 선풍기를 구매하는 데 110만 달러를 썼다.
프랑스에서 에어컨은 지금까지 기후적응의 최후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에어컨을 광범위하게 설치하면 도시가 농촌보다 더 뜨거워지는 ‘도시 열섬’ 현상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에어컨은 뜨거운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 거리 기온을 높인다. 비용도 또 다른 장벽이다. 유럽의 에너지 가격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교실 밖으로 번지는 기후불안
시위에 나선 학생들은 에어컨 설치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많은 학생은 더위가 교실에서 시작해 교실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며, 졸업한 뒤에도 자신들을 따라다닐 것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경제 문제와 인공지능이 취업 전망에 미칠 영향과 함께 기후변화를 미래에 대한 불안의 원인으로 자주 꼽는다.
화요일 마르고 레비(Margaux Levy)와 라파엘 리샤르(Raphaëlle Richard)는 프랑스 전역에서 거리로 나온 수십만 명의 시위대와 함께 행진했다. 두 사람은 지도자들이 젊은 세대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라며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합류한 많은 대학생 가운데 두 명이다.
두 사람은 파리 7구의 보방 광장(Place Vauban)에 시위대가 밀려드는 가운데 팻말을 들고 잔디밭에 앉아 있었다.
대학 2학년인 레비는 폭염에 대해 “불쾌하다”며 “그렇지만 이 문제는 무엇보다 환경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이 좋은 장기 대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스스로 한 행동 때문에 결국 사라질 수도 있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불안하다. 우리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비관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상당히 암울해 보인다. 아무도 노력하지 않을 것 같고, 정당들도 이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경고를 들으며 자란 시위 참가자들은 이제 위기가 실제로 펼쳐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의대 2학년인 리샤르는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지만, 실제 결과를 직접 체감하지는 못했다. 이제 큰 폭염을 겪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보면서 그 결과를 보고 있다”며 “인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필요한 정치적 조치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앞서 스웨덴의 환경·사회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파리에서 시위하는 학생들과 함께하며 도시 북쪽 끝에 있는 한 학교를 방문했다.
그는 AP통신에 “이 세대는 절망감을 안고 성장해 온 세대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와 권리가 눈앞에서 빼앗기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들이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당연히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처] How the Climate Crisis Fueled the Youth Protests Roiling France – Inside Climate News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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