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의 장기 집권 지도자 알렉산다르 부치치(Aleksandar Vučić)가 우파 세르비아진보당(SNS)에 맞선 역사적인 학생 주도 야권 운동에 밀려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학생명부(Student List) 후보들은 학생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도하는 대중총회에서 선출한 정치 신인들이 대부분이며, 일요일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세르비아 정치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들의 승리는 세르비아 노비사드(Novi Sad) 기차역 지붕 붕괴로 16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시작한 학생 주도 운동이 2년간 이어진 끝에 나왔다. 이 참사는 부패와 정실주의, 정치적 폭력, 민주주의 후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의 중심 쟁점이 됐다.

“학생들은 이 나라의 정치 지형 전체를 정말로 바꿨고,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상상력을 바꿨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가 정치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꿨다.” 언론인이자 연구자인 렐라 부야니치(Lela Vujanić)는 베오그라드에서 《데모크라시 나우》!(Democracy Now!)와 연결해 이번 획기적인 선거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일은 학생들뿐 아니라 이 나라 전체에 엄청난 민주적 개방이자 민주적 각성이었다.”

10월 26일, 학생들이 지지한 운동이 조기 총선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Aleksandar Vučić) 대통령의 집권당을 몰아내고 장기 집권에 종지부를 찍자, 세르비아 전역에서 축하 행사가 이어졌다. 출처: 데모크라시 나우

에이미 굿맨: 여기는 데모크라시 나우! democracynow.org다. 나는 콜로라도에 있는 에이미 굿맨(Amy Goodman)이고, 후안 곤살레스(Juan González)는 시카고에 있다.

세르비아에서 장기 집권해 온 민족주의 지도자 알렉산다르 부치치가 일요일 치러진 선거에서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선거는 부치치와 그의 우파 정당이 2년간 반정부 시위를 이어오며 부치치의 권력 기반을 약화한 학생 주도 운동과 맞붙은 대결이었다. 학생 주도 운동은 2024년 11월 노비사드 기차역 지붕 붕괴로 16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처음 일어났다. 이 참사는 정부 부패와 정실주의, 정치적 폭력, 민주주의 후퇴에 항의하는 시위의 중심이 됐다. 개표 초반 결과에서 학생명부가 전체 250석 가운데 135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지만, 부치치의 정당은 105석에 그치자, 부치치는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역사적 패배로 그의 14년 통치는 끝났고 세르비아 정치에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부치치가 패배를 인정한 뒤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승리를 축하했다.

셰일라 키피치: 믿기지 않는 기분이다. 웃다가 울었고, 소리를 질렀고, 뛰어올랐다. 정말 믿을 수가 없다. 이렇게 오랜 세월 이어진 폭정과 독재가 끝나고 마침내 자유로워졌다.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에이미 굿맨: 새로 만들어진 학생명부 후보들은 학생이 아니라 농민과 운동선수, 예술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전문가 등 정치 신인들이다. 학생들은 부치치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농촌지역의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걸어서, 또 자전거를 타고 농촌 곳곳을 누볐다.

학생명부 후보 라도미르 사이치치(Radomir Saičić)의 말이다.

라도미르 사이치치: [통역] 이것은 두려움을 이긴 용기의 승리이며, 불안을 이겨낸 승리다. 세르비아는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야 한다. 여러분이 내디딘 모든 걸음과 보낸 모든 시간, 치른 모든 희생, 포기하지 않기로 선택한 모든 순간에 감사한다. 목소리를 내고 서로 곁을 지키며 이 나라의 미래가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

에이미 굿맨: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가보겠다. 언론과 사회운동을 취재하고 연구하는 언론인이자 미디어 연구자 렐라 부야니치와 연결돼 있다.

렐라, 데모크라시 나우!에 나와줘서 반갑다. 학생명부 운동이 거둔 놀라운 승리와 부치치가 무엇을 상징했는지, 그리고 지금 세르비아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는 학생 주도 운동을 보면서 이번 결과가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생각하는지 이야기해달라.

렐라 부야니치: 안녕하세요, 에이미.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 앞서 브라질 관련 내용을 들었는데, 룰라의 승리와 그런 선택을 한 브라질 국민에게 정말 기쁜 마음이다.

그런데 말씀한 대로 세르비아에서도 상당히 역사적이고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제 총선이 있었다. 세르비아 학생들이 이끄는 대규모 시민·사회운동은 이미 2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이 운동은 부치치와 집권 세르비아진보당(SNS)에 도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52%를 득표하며 압도적인 승리로 국민투표에서 이겼다.

또 중요한 것은 학생명부라는 이름의 선거명부를 독자적으로 내걸고 선거운동을 했다는 점이다. ‘독자적으로’라고 말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실제로는 세르비아 시민들이 학생들과 학생명부와 함께 선거운동을 벌였다. 흥미로운 점은 학생들이 다른 모든 정치세력을 사실상 쓸어버렸다는 것이다. 기존의 야당들은 세르비아에서 약 3%로 매우 낮게 설정된 선거 봉쇄조항조차 넘지 못했다. 보다시피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학생들은 정말로 이 나라의 정치 지형 전체를 바꿨고,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상상력을 바꿨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가 정치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꿨다.

사람들은 밤새 세르비아 전역과 베오그라드에서 승리를 축하했다. 한편으로는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어제만 해도 세르비아에서 모든 일이, 그러니까 부치치가 물러나는 일이 평화롭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많은 사람이 비상사태 선포나 선거 조작 같은 상황을 예상했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이 어젯밤 10시쯤 TV에 나와 “그렇다. 학생들이 이겼다. 나는 그 결과를 인정한다”고 말했을 때 모두 상당히 놀랐다.

후안 곤살레스: 그리고—

렐라 부야니치: 미안하다. 뭐라고 했나?

후안 곤살레스: 렐라, 언론은 학생명부 운동을 지도자가 없는 운동이라고 설명해왔다. 이 운동이 어떻게 조직됐는지, 실제로 지도자가 없는 운동인지 설명해 줄 수 있나?

렐라 부야니치: 감사하다. 아주 좋은 질문이다. 어제 세르비아에서 벌어진 일은 세르비아에 매우 특별하고 역사적인 사건이지만,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세르비아 사례를 연구하고 분석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 운동은 실제로 수평적으로 조직돼 있다. 처음부터 세르비아어로 ‘플레넘(plenum)’이라고 부르는 대중총회를 통해 직접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조직했다. 새로 보수한 기차역 지붕이 무너진 뒤 학생들은 이 나라 정치계에 정치적 책임을 요구했고, 세르비아의 네 개 대학 도시 전역에서 말 그대로 모든 단과대학을 점거했다. 학생들은 직접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조직하고, 플레넘에서 토론을 거쳐 결정을 내렸으며, 이 모델을 실제로 전국으로 확산했다.

시민들도 같은 모델을 받아들여 지역에서 동일한 원칙에 따라 조직했다. 시민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중총회를 운영했고, 이 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 이번 일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 나라 전체에 엄청난 민주적 개방이자 민주적 각성이었다.

후안 곤살레스: 이번 선거 결과가 유럽 다른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특히 세르비아는 오랫동안 유럽 국가들 가운데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렐라 부야니치: 그렇다. 세르비아는 조금 특별한 위치에 있다. EU 회원국이 아니고 이미 12년째 가입 후보국이다.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세르비아는 데모크라시 나우!에도 낯선 나라가 아니다. 데모크라시 나우!는 거의 30년 전 논란이 많았던 나토(NATO)의 유고슬라비아 폭격을 보도했다. 당시 세르비아 자체가 제재를 받았다. 이것이 학생명부를 포함한 세르비아 사람들이 이전 정부뿐 아니라 지금도 러시아연방에 제재를 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특별하다’고 말하는 것은 EU에도 나토에도 가입하지 않았지만,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학생들의 정책과 앞으로 세르비아가 다른 나라 및 세계 강대국들과 맺을 관계를 보면, 학생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없다고 밝혔다. 유럽과의 협상은 계속한다.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유지한다. 그리고 아마 가장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팔레스타인 민중을 체계적으로 지워버리는 데 공모하지도, 기여하지도, 참여하지도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에이미 굿맨: 팔레스타인 민중 이야기가 나왔으니, 다음으로 점령된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가보겠다. 렐라 부야니치, 함께해줘서 감사하다. 언론과 사회운동을 취재·연구하는 세르비아 언론인이자 미디어 연구자인 렐라 부야니치가 학생명부의 놀라운 승리 이후 베오그라드에서 함께했다.

잠시 뒤에는 이스라엘에서 화요일 치러지는 선거를 앞두고 점령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탄압이 강화되는 상황을 살펴보겠다. 이번 선거는 네타냐후가 총리직을 유지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잠시 뒤에 돌아오겠다.

[출처] Serbia’s Student-Led Movement Ousts Strongman Aleksander Vučić in Shock Election Result | Democracy Now!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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