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출교(出校)의 뜻은 “학교에서 나가는 것”이지만 제적과는 다르다. 제적은 재입학이 허용되지만 출교는 재입학할 수 없다. 그야말로 학교에서 영원히 내쫓는 것이다.
1학기 성균관대는 등록금 투쟁을 주도한 일반 대학원 학생회장 김태일씨를 비롯한 4명에게 ‘출교’라는 사상 초유의 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나머지 18명의 학생회 간부들에게는 제적과 무기정학, 유기정학 3개월의 징계가 골고루 내려졌다. 실질적으로 2학기 학생 자치 활동은 발목이 묶인 셈이다.
출교 조치, 자치 단체 죽이기의 신호탄
이러한 사상 초유의 징계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균관대의 입장은 이들 22명의 학생들이 등록금 투쟁에서 600주년 기념관을 34일 동안 봉쇄해 학교 행정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사찰문서’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학생의 본분’과 ‘교육투쟁’의 범주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총학생회는 1학기 등록금 투쟁이 학우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채 고립되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상 초유의 징계는 “자치 단체 죽이기”의 본보기로 연출되었다는 것이다.
학부 총학생회장 김강석씨(제적)는 “삼성 재단이 들어온 후 자치 단체가 속속 무너지는 등 학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 조교 협의회 같은 단체는 사라졌고 직원 노조는 어용이 되어버렸다. 강사 노조나 대학원 총학생회, 학부 학생회도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장이 제적된 것은 작년 손종호 총학생회장이 4.30 문화제 개최를 이유로 제적된 데 이어 올해로 두 번 연속을 기록하고 있다. 대학원총학생회 사무국장 김정대(출교)씨는 “삼성 재단은 성대를 철저하게 기업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며 “삼성의 ‘무노조’전략이 학내 자치 단체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에도 노무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강성’으로 불리던 성대 교직원 노조는 학교측의 파트너로 전락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강사 노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강사노조 위원장이 해고된 상태. 강사 노조 사무차장 윤희상씨는 “삼성 재단은 마치 회사의 노무 관리 부서와 같은 총괄 지원팀을 두어 강사들의 성향과 활동을 파악하고 비판적이라고 생각되는 강사들은 강사 임용 규정 등의 제도를 이용해 사실상 해고시키고 강사노조를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교수들 또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개강을 앞두고 열린 교수회의에서는 교수 사찰이나 학생 징계에 대한 어떤 입장도 채택되지 않았다. 역사학계에서 진보적인 교수로 불리는 정현백 교수 역시 마찬가지. 교수 사찰과 학생 징계에 대해 정교수는 “지금은 밝힐 때도 아니고 밝히고 싶지도 않다. 학교도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이지 않는가”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한 성대생은 “민교협 소속 교수가 23명이나 있으면뭘 하는가. 다들 재단에 벌벌 떨고 있다”며 비난했다. 삼성은 성대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삼성이 나가면 성대는 망한다?
사람들의 주된 비판 지점은 삼성 재단이 성대에 지나치게 간섭과 개입을 일삼고 있다는 것. 학교 운영 전반에 재단에 너무 깊이 개입하고 있어 학교 당국이 독자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성대 운영을 결정하는 실권은 재단 이사회에 있다. 이사회에서 학교를 대표하는 사람은 총장 1인. 때문에 돈을 쥐고 있는 삼성 대표 이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 재단이 성대에 들어올때 “성대 ‘인수’”라는 표현을 쓴 것은 눈 여겨 볼만하다. 삼성은 재단이라는 1주체로 참여하기보다는 돈으로 성대를 몽땅 사버린 것에가깝다.
이번 학생 징계에서 실제로 삼성 재단이 전면에 나선 적은 없다. 등록금 투쟁이 장기화되자 재단 사무국을 철수하고 성대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것이 전부다. 이후 성대생들은 “삼성이 나가면 성대는 망한다”며 반발했고 여론도 극도로 악화됐다. 삼성 재단은 손도 안대고 코푼 셈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복구된 금잔디 광장에 나무를 심는 것까지도 재단이 지시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삼성 재단이 들어오기 전 성대가 등록금 의존률 8, 90%로 근근히 학교운영을 하고 있었고 삼성이 들어온 후 지금까지 1900억이라는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는 점을 봤을 때 성대 내에서 삼성 재단의 권한은 무소 불위에 가깝다.
성균관인의 철학, 알아서 긴다
이에 대해 상명대학교 박거용 교수는 “재단은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곳이지 학교 운영에 간섭해서는 안된다. 삼성은 지나치게 성대 운영에 간섭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한 성대생은 “재단과 학교 당국의 역할이 제대로 서있지 않다. 학교가 재단의 눈치만 보고 설설 기는 것 같다”며 “총장이 재단 눈치 보느라 할 일도 제대로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성대생으로 자존심 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삼성은 지금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막대한 투자금이면 학교 대표인 총장을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학생 몇 명쯤 출교시키는 것도 그들에겐 식은 죽 먹기다.
요즘 성대에는 ‘알아서 긴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2005년까지 연고대를 추월하는 최고의 사학으로 성대를 만들겠다는 삼성. 입학부터 졸업까지 완벽하게 삼성맨이 되는 과정을 이수하는 삼성대학, 그것이 성균관대 비젼의 완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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