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을 그녀들
– 군산 매매춘 지역 화재사건에 의한 매춘 여성들의 죽음 –
최정민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 duck52@jinbo.net)
지난 19일 군산 대명동의 속칭 ‘감뚝’지역에서 아주 자그마한(?) 화재가 났다. 소방차가 5분만에 불길을 진압할 수 있었다던 이 자그마한 화재는 5명의 여성들을 숨지게 한 엄청난 사고로 기록되었다. 사고 당시 신문에서 기사 한 줄 발견할 수 없었던 그녀들의 죽음은 피해자가 남긴 일기장의 절절한 기록처럼 “너희들은 대한민국의 보통시민 축에 끼지 못해”라는 대표적인 가부장 사회 대한민국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유독 쇠창살이 설치된 건물
이 정도 화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특히나 그녀들이 자고 있던 곳은 건물의 2층이어서 화재가 났을 때 창문으로 뛰어내렸어도 크게 다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
지만 현장을 다녀온 기자들과 사회단체 관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기사와 얘기를 통해서 상상 가능한 탈출법이 그 곳에선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주변 다른 건물에는 보이지 않는 쇠
창살이 화재 현장 건물에는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통하는 계단에는 역시 쇠창살로 만들어진 철문이 버티고 있었다. 그랬기에 속수무책으로 유독가스에 질식하여 사망할 수밖에 없
었던 것이다. 근처에서 전기공사를 하던 사람들이 기중기로 쇠창살을 뜯었을 때는 이미 모두가 사망한 뒤였다.
누구에게도 책임은 없다?
누가 보아도 이번 사건은 불가항력적인 화재사건이 아니다. 이미 사건 뒤 달아났던 포주와 그 아들을 연행했으나 이들은 위의 모든 죄목을 부정하고 있다고 한다. 사건 소식을 듣고 군산으로 급히 내려갔던 ‘새움터’(기지촌 언니들과 아이들의 쉼터이다) 활동가들에 의하면, 화재가 난 다음 날도 그 지역에서 매매춘은 계속되고 있었으며 “경찰에서 괜히 난리다”, “아가씨들을 감금한 적 없다”, “그 아가씨들이 뭐했는지 모른다” 등의 말을 포주로 보이는 사람들이 했다고 한다. 이쯤에서 경찰과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가 빠져선 말이 안된다. 그들은 이번 화재가 난 곳이 “그런 업소(매매춘 업소)인줄 몰랐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사건 현장의 입구에는 버젓이 청소년 출입금지 지역이라는 푯말이 군산시장의 명의로 붙어있었는데도 말이다.
새처럼 날고 싶었을 그녀들…
“날고 싶다. 훨훨 새가 되어 꽉 막힌 곳을 벗어나… 베란다 중앙에 새장을 보았다. 외로이 새 한 마리가 보였다. 날 보는 것만 같았다. 새의 울부짖음을 보며 나 역시 울었다”
“항상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을 꿈꿔. 빨리 자유라는 걸 되찾고 싶어… 혼자서 목욕탕 가고, 슈퍼 가고 커피숍 창가에 앉아 사람들 구경하고… 근데 내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 희생자들의 일기 중 –
그녀들이 떠나고 남긴 일기장에는 새장을 벗어나 날고 싶었던 20살 꽃다운 나이의 젊은 여성의 소망이 빼곡이 담겨 있었다. 그녀들이 살았다는 곳의 사진을 오늘 보았다. 1평 남짓한 조그만 방에 매트리스 1개와 좁아서 채 열리지도 않는 서랍장… 그것이 그녀들의 살림살이 전부였다. 무허가 건물을 불법으로 개조해서 이런 조그만 방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단다. 불법으로 건물을 개조하면서 합판과 합판 사이에 붙인 아교가 녹아서 그렇게 많은 유독가스와 연기가 나왔다고 한다. 일기장 곳곳에서 알 수 있는 그녀들의 지옥 같은 삶에 몸서리가 쳐졌다. 감금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녀들의 삶은 포주와 몇 푼의 돈으로 그녀들의 육체를 짓눌렀을 남성들이 세운 이 땅의 가부장성에 의해 완전히 포박 당해 있었다. 그들이 죽기보다 싫었던 행위로 받은 몇 푼의 돈은 그마저 온전히 그녀들의 것이 아니었으며 나날이 늘어가는 빚에 새장을 걸어서 나온다는 것은 차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을 게다. ‘스스로 선택한 당연한 댓가’라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분명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매매춘의 현장에서 매춘 여성들은 행위의 주체가 아니다. 하룻밤의 환락을 즐긴 이들과 성(性) 산업에서 이득을 챙기고 있는 포주를 비롯해 그와 유착관계에 있는 바로 그들이 여성들을 매개로 하여 수요와 공급의 당사자들이 된다. 여성들이 이러한 지옥 같은 현실을 사전에 이미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스스로 매춘업소를 찾는 것은 아니므로 자발성이란 말을 붙이는 것에 어패가 있지만, 자발적이었다 하더라도 감금당할 하등의 이유는 없으며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윤락(淪落)이라는 말에 담긴 너무나 무서운 이데올로기. 누가 과연 윤리적으로 타락한 사람들인지…
그녀들은 원혼이 되어서야 그렇게 빠져 나오고 싶어했던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새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었을 그녀들…
부디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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