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아셈에 반대해야 할까?

인터뷰 :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부장 Ⅰ질문·정리 : 정종남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작년 11월 WTO 각료회의에 반대해 벌어진 ‘시애틀 시위’ 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저항하는 많은 사람들을 한껏 흥분 시켰다. ‘시애틀 시위’는 올해 4월 16일 IMF/IBRD 춘계회의를 겨냥한 ‘워싱턴 시위’로 이어지면서 ‘반자본주의 시위’가 일회성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 유럽에서는 9월 26일 개최되는 IMF/IBRD 55차 연례회의에 반대해 다양한 활동가들이 ‘프라하 시위’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열기가 전 유럽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바야흐로 ‘반자본주의 시

위의 계절’에 우리 나라에서도 10월 20일 ASEM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평화노동섹션에서는 아셈반대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 박하순 정책부장님을 만나 노동자들에게 아셈반대가 어떤 의미가 있으며 부문을 막론하고 왜 아셈에 반대해야 하는지 들었다

왜 아셈에 반대해야 합니까?

아셈 회의는 아시아 정부수반과 자본가수반들이 공동회의를 하는 것이다. 회의의 내용은 자유화와 개방화를 잘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내용은 미국이 주도하는 회의뿐 아니라 유럽·아시아 정상들의 회의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빠졌더라도 아셈은 무역과 투자의 완전한 자유개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는 다자간투자협정(MAI) 수준에서 논의될 것 같다.

자유화 개방화를 반대한다고 해서 폐쇄적으로 고립해서 살자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일부 근본적 생태주의자들이 그 같은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대세는 아닌 것 같다. 또 자유화 개방화를 반대하는 것이 분업화를 통한 생산력 증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점은 각국의 관계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제국주의 국가와 종속적인 국가, 중심부 국가와 주변 혹은 반 주변국가, 선진국과 개도국 또는 후진국 등으로 나뉘어진 불평등한 구조가 문제다. 이런 불평등한 구조에서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초국적 금융자본이 제3세계나 개도국을 착취한다. 이것이 97년 이후 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인이기도 하다.

자본의 위기의 시대인 현재 자유로운 개방화는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제3세계의 민중과 전세계의 노동자 민중을 공격하고 있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

재의 지배정부에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자본주의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셈반대는 신자유주의 반대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인데 미국이 빠져있는 아셈에 전면 반대할 수 있는가 하는 의견도 있는데요?

내가 알기에도 아시아 유럽이 뭉쳐서 미국을 견제하자는 의견이 있다. 나는 미국이 빠져 있음에도 아셈에 전면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 각국이 취하는 정책은 미국과 다르지 않다. 블레어와 슈뢰더 심지어 죠스팽조차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고 있으므로 그 나라들과 미국을 구분하는 것은 모호하다. 세계화를 추진하는 또하나의 기구가 아셈이라고 본다.

시애틀과 워싱턴 시위 등 일련의 반자본주의 시위에는 노동,평화,환경 문제를 포함하여 빈국의 부채탕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쟁점에 관심 갖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우리의 경우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참여할 것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연 월차 휴가를 내서라도 상경투쟁을 할 계획이다. 또 빈민, 학생들이 많이 참여할 것이다. 시위방법에 대해서는 회의 장소를 봉쇄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논의 중이다.

나는 정치조직에서 대중조직까지 다양한 잼점을 운동과제로 삼는 단체들이 모여 공동전선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여성운동가나 환경운동가들도 자본주의를 지양하자는 얘기를 할 수 있다. 민간

포럼에 참여하는 단체 중에는 급진적이지 못한 단체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함께 행동하는데서 누가 어떤 쟁점에 관심 있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의도가 불순하지 않다면 개량적이고 초보적인 사회변화를 원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같이 할 수 있다.

물론 관변단체 성격이 짙은 일부 단체의 지도자들이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을 이용하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상층 지도자들과 하층 대중은 구분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과도 연대하면서 서로 발전해 갈 수 있다. 특히 열어놔야 하는 사람들은 보통 시민들이다.

반아셈투쟁에 민주노총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노동자들이 반아셈투쟁에 참여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민주노총은 아셈과 무관하게 계획되어 있던 10월 초 투쟁을 아셈기간에 맞춰 조정했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민주노총이든 다른 많은 단체든 작년 시애틀 시위에서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동자들이 반아셈 투쟁을 계기로 단위사업장 투쟁도 전세계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맥락에 있다는 점을 확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시애틀시위 이후 대부분의 시민단체의 회의 내용이 신자유주의 반대다. 외채탕감, 투기자본 반대 등의 세계적 쟁점을 우리 내부로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에서는 자료집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운동의 세계화를 주장하는 것이 외국으로 가서 싸우자는 얘기는 아니다. 내 일자리를 위한 싸움은 세계적 운동의 일환이다. 세계적인 연대를 통해서만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개인적으로 커다란 바램이다. 고립 분산적으로 진행되는것 보다 나의 투쟁이 다른 쟁점들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 반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전체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시애틀 시위에서 서부항만노동자들은 구속된 시위참가자의 석방을 요구하며 항만을 폐쇄하는등 매우 인상적인 투쟁을 했습니다. 반면 노조지도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보호무역을 지지한 것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투쟁에서 노동운동은 어떤 위치에 있습니까?

AFL-CIO가 보이는 전통적인 친 민주당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점이 많음에도 그들은 노동자들을 동원했다. 노동자들이 그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시애틀 시위가 그토록 각광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정세가 80년대와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자본이 환경, 여성, 노동등에 대해 갈수록 약탈적인 행동을 심하게 저지르고 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인데 이렇게 공격이 심해지니까 어용적이고 관료적인 노조도 움직인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에서 중심부대를 꼽으라면 노동운동이다. 그 이유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이 노동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90년대 이후 노동자들의 지위하락은 극심했다. 미국의 경우 호황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과 불안정한 고용이 늘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싸우는 것이다. 그들은 어떤 교리를 암송해서가 아니라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싸움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반자본주의 시위에는 앞서 말한대로 노동운동이 아닌 부문의 쟁점을 더욱 중요시하는 다양한 세력이 참여하고 있다. 노동운동이 아닌 다른부문의 운동은 덜 중요하다는 뜻입니까?

내가 노동운동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고 해서 나를 전통적인 ‘노동환원론자’라고 지레 비판할 필요는 없다. 노동운동은 평화,여성,환경운동 등과 연대해야 한다. 나는 다른 부문과의 연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 것이다.

나는 오히려 노동운동은 노동운동대로, 평화운동은 평화운동대로, 환경운동은 환경운동대로, 여성운동은 여성운동대로 자신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본다. 자기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서로 연대할 수 있다. 노동문제가 근본적이라고 얘기하면서도 다른 부문과 차이를 인정하고 연대해야 한다.

시애틀 시위 이후에 일부에서는 이 운동의 구성이 너무 다양하고 일관된 정치색깔이 없음을 지적하면서 반자본주의 운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배타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이 지금 같은 시기에 있겠는가? 여성문제든 노동문제든 환경문제든 모두 자본주의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니 아셈에 반대해서 함께 싸울 수 있다.

또 다양한 세력이 문제될 것도 없다. 사상이 모호하고 생각이 서로 다르더라도 이 운동이 건강하게 나가도록 주도하려면 그 흐름을 타야 한다. 바깥에서 별거 아니다고 할게 아니다. 평화인권연대도 함께 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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