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구적 감시시스템, 에셜론(ECHELON)을 경계하라
놀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대안문화미디어모임 R.exe, hinol@orgio.net)
에셜론이란 무엇인가?
에셜론(ECHELON, 이하 영문표기 생략)은 하나의 감청시스템이다.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통신을 공동으로 도청했던 영국과 미국은 전쟁직후인 1947년에 ‘UKUSA’라고 알려진 비밀협정을 맺었다. 이는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이 연합한 코드브레이킹 시스템(정보, 기술, 기지, 인력 등)을 통합하기로 한 협정이다. 이후 이 시스템에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가 third-party로서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 미국은 중남미, 러시아, 아시아, 중국, 캐나다는 옛 소련 북부지역, 호주는 인도차이나와 중국북부지역, 뉴질랜드는 태평양 서부지역을 담
당하고 있다. 그러나 third-party 국가들은 거의 정보수집자의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어떤 정보를 누구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 모든 것은 NSA로 보내지고 NSA에서 조정된다. 약 50여년간 에셜론은 통신위성을 통해 전 세계의 전화통화, 팩스, 전자우편등을 도청하고 처리하는 지구적 감시시스템중의 하나이며, 가장 뛰어난(?)시스템으로 기능해왔다. 에셜론은 애초 공산국가들에 대한 군사정보 수집용으로 창설되었으나 현재는 NSA(United States National
Security Agency)와의 밀접한 관계 속에 유럽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고 미국 국적의 기업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경제스파이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에셜론의 실체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었다. 이 거대한 전지구적 도감청 시스템의 존재가 폭로된 것은 던컨 캠벨이라는 영국의 언론인에 의해서였다. 그는 지난 80년 이후 요크셔의 통신기지를 발견한 후 에셜론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해왔다. 88년 언론을 통해 에셜론(당시에는 ‘프로젝트 415’라고 지칭)의 존재사실을 최초로 폭로한 던컨 캠벨은 98년 1월 유럽의회에서 ‘감시기술의 발달과 경제정보 남용의 위험성’이라는 에셜론 관련보고서를 발표하고 전지구적 감시시스템의 존재를 폭로하였다. 그에 의하면 미국이 군사안보 뿐 아니라 상업적 목적으로 에셜론을 이용해왔으며, 주로 국제계약에서 유럽기업의 정보를 빼내 활용하는 방법으로 실제로 유럽의 대기업들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상업계약을 미국기업에 빼앗겼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에서 비밀해제된 문서들의 일부 또한 에셜론의 실체를 시사하고 있다.
에셜론의 작동방식
에셜론 설비들은 영국 노스요크셔 맨위드힐 미군기지에 있는 거대한 골프공 모양의 레이더 돔 30개를 포함해 미국 덴버의 베드 에이블링과 오스트레일리아의 파인갭 등 5개국 영토내 11개장소에 배치되어 있다. 이중 맨위드힐은 미국 메릴랜드의 포트미드에 있는 NSA본부와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정보통신본부를 포함해 다른 감청기지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얻어지는 감청내용은 강력한 음성인식 기능을 지닌 슈퍼컴퓨터가 분석하는데, 감청내용을 입력된 주요 단어나 메시지 형태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알려진 주요 키워드로는 법, FBI, 백악관, 폭파, 공격, 플루토늄, 핵, 도청 등이 있다. 또한 이 컴퓨터에는 이 분류를 가능케 하는 수천개의 키워드 뿐 아니라 수
천개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테러리스트 명단이 포함되어 있다. 인터넷 공간을 감시하는 컴퓨터 로봇들은 정기적으로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검색엔진기술을 이용해 흥미로운 자료들을 찾곤 한다. 때로는 이런 컴퓨터들의 덕택에, 파업소식이 올라오는 노동운동사이트의 조회수가 급격히 증가하기도 한다. 개인 이메일은 좀 다른 방식으로 감시한다. 이메일은 보통 내용을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엉킨 패킷으로 구성되어 전송되기 때문인데, 대부분의 이메일이 미국을 통해 나가는 점을 이용, 아홉 개의 주요 인터넷 교환포인트에 특수한 탐지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가로채고 있다.
물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감청시스템이 에셜론 하나인 것은 아니다. 러시아, 프랑스, 파키스탄, 이스라엘등 많은 국가들이 국내외 감청활동을 진행한다. 그러나 에셜론의 기능은 실로 가공할 것으로서, 첩보위성 120여개를 포함, 해양케이블과 각국의 통신위성등 각종 장비를 통해 전화통화, 팩스, E-mail등의 정보를 시간당 최고 수십억건식 감청하고 있다. (프랑스의 ‘프렌셜런’같은 경우 월 200만건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에셜론은 당신도 보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도 에셜론의 실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NSA등 정보기관들이 군사 및 정치적인 적들에 대해서만 감청을 해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제임스 울시 전 미CIA국장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이 유럽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했다는 것을 시인하며, 다만 정보수집활동은 기업간 거래에서 뇌물을 제공하거나 유엔규약을 어긴 경우로만 한정됐다고 밝혔다. (지구적 도감청을 인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상거래질서를 수호하는 경찰인양 으시대는 꼴이라니!) 그러나 에셜론의 종횡무진한 활약은 미국기업들에게 연간 수십억달러 이상의 해외사업권을 안겨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잇따르는 조직 관계자들이나 전직 고위간부들의 증언에 따르면, 에셜론은 국내외 정치인을 비롯, 국제산업스파이 활동은 물론 국제사면위원회(AI)나 그린피스와 같은 국제 인권환경단체들을 도청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으며 테레사 수녀나 영국의 다이애너 전 왕세자비, 찰스 왕세자등도 도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심지어 일반인들의 통신내용도 감시하고 있다. 전 캐나다 정보기관 소속이었던 마이크 프로스트씨는 미국의 어떤 시사프로그램에서, 한 여성이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아들이 연극도중 실수를 했다는 뜻으로 ‘bombed’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 통화를 도청하던 정보분석요원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이 여성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예비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전지구적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는 에셜론의 그물을 피해다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에셜론의 기능이 강화할수록, 사이버 공간을 포함한 우리의 프라이버시는 존중되어질 수 없다. 싫든 좋든 간에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에셜론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도감청과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텔레파시능력이 있다
면 또 모르겠지만.
자료출처:
한겨레(2000.02.25/02.27/07.07일자), 동아일보(02.24일자), 문화일보(03.03일자), 세계일보(03.05일자) 애셜론 관련기사 / ‘감시시스템과 프라이버시 국제토론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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