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안병주 (평화인권연대 회원, 수원환경운동센터 간사 )
30년전 만 하더라도 TV가 흔하지 않았던 시대였습니다. 혹시나 TV를 가지고 있는 집이 있으면 저녁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옹기종기 TV앞에서 조그만 통속에서 비춰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살았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또는 15년전만하더라도 컴퓨터(그때는 애플이나 MSX 컴퓨터가 인기였지요..)가 귀한(?) 시절이라 컴퓨터 가진 친구들을 몹시 부러워 했던 시절이였지요.
또 한가지 기억을 떠올리면 80년대에 치열한 학생운동을 하셨던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처럼 컴퓨터로 뚝딱 프린트해서 복사기로 복사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게 아니라 수동식 타자기 혹은 이것마저 없으면 손으로 직접 써서 팔이 떨어져라 등사기로 밤새 밀어 잠도 못 자고 다음날 새벽부터 유인물 뿌리고 다녔던 전설(?)을 가끔 듣곤 했지요.
이 많은 기억들을 되짚어 보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한집에 TV가 2대이상은 다 있고, 컴퓨터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드물고 자가용 한 대쯤은 누구나 한집에 한 대꼴은 다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운동진영의 유인물은 하룻밤이면 몇 천장씩 찍혀서 집회장소에는 유인물로 거리가 되덮힐 정도로 뿌려지고 있습니다. 참 편한 세상에 우린 살고 있지요.
이 편한 세상?
요즘 TV광고중에 아파트를 선전하면서 ‘e-편한세상’이라는 문구를 쓰더군요. 그야말로 지금 세태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문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온 세상을 손가락 한번 움직이면 갈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현대사회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편하고 행복한 세상인지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도록 하지요.
흔히들 알고 있듯이 70년대 박정희 정권시절에는 ‘공장의 검은 굴뚝이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남한사회를 지배하면서 온갖 공장이 들어서게 된 결과가 과연 현재의 우리들 삶을 윤택하고 있는 것입니까? 헌(?)마을을 새(!)마을로 만들자고 소리 높여 외치면서 농촌의 전통가옥을 현대식(?)으로 뜯어고치고 아스팔트길을 만들고 효과좋은 농약사용을 장려하면서 과연 지금의 농민들의 삶이 편안하고 윤택하게 보이십니까? 농촌은 잘못된 개발정책으로 인한 농지감소와 주변생태계파괴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직면에 있으며, 농민들은 잘못된 농정으로 평생 빚더미에 눌여 살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우리가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봅시다. 세계 승용차 생산은 1950년에 연간 8백만 대였는데 1988년에는 연간 거의 4천만대로 증가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사용중에 있는 자동차 대수는 1950년의 5천 3백만 대에서 1980년대에는 5억대가 넘는 자동차가 지구위에서 여기저기 다니고 있습니다. 40년동안 거의 10배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일반화된
자동차가 우리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편하고 자유롭게 변화시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한해동안 수백 여명이 되고, 다치고 불구가되는 사람도 수백명이 넘을 것입이다. 거리는 자동차로 뒤덮여 대기오염물질을 하루에도 수십톤씩 쏟아내고 있고, 이로 인해 죽어가는 동식물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tv의 자동차 광고는 끊임없이 사람들로 하여금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참 안타깝기 그지없지요. 이렇게 비참한 사회를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은 ‘이 편한 세상’이라고 자꾸 우릴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
감추어진 진실
얼마전 경제위기다 IMF다 호들갑을 떨면서 세계화 시대의 경쟁력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흔들던 사람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고 국가 신인도가 얼마고 하면서 우리들에게 끊임없는 발전과 개발 그리고 서로간의 경쟁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 극명한 예가 바로 ‘국민PC’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한
가구당 PC 1대씩은 꼭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 그래야 경쟁
력 있는 국민이 된다는 당연한(?) 논리, 집에 컴퓨터 없으면 무언가
시대에 뒤떨어져 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기에 국민PC를 우리에게 이처럼 강요하는 것일까요? 이 속에 감추어진 진실은 무엇일까요?
다음 호부터 감추어진 진실을 파헤쳐 봅니다.
개발이데올로기 혹은 발전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비판을 할 예정입니다. ‘라다크에서 배운다’를 쓴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는 자본주식 개발을 통한 문명의 파괴를 라다크라는 지방을 통해 절실히 느끼면서 이에 대한 반경향 혹은 운동의 방향으로서 ‘반(反)개발’이라는 개념을 쓰기도 합니다. 어쨌든 개발 혹은 발전의 모델이 서구식 특히 미국이라는 단일한 문화로 집중되면서 다양한 토
착문명이 파괴되어지고 인간의 의식구조 역시 미국식 합리주의 속에서 그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비인간화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그 반경향을 적극적으로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하기에 그 기초작업으로서 개발이데올로기의 역사적 형성과정과 문제점, 그리고 여러 가지 사례 등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한번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호를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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