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자수첩 2] 이랜드 성공 신화, 그 씁쓸함에 대해

중저가 브랜드로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젊은이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랜드’. 우리에게 낯익은 헌트, 언더우드, 브렌따노. 스코필드, 쉐인, 로엠, 로이드, 2001아울렛 등 중저가 브랜드는 모두 이랜드 그룹의 계열사들이다.

기독교 기업이라는 이미지와 브랜드의 대중적 인기를 배합해 ‘이랜드’는 빠르게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몇 년전 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던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였을 정도로 뜨는 기업이었다.

잘나가던 이랜드가 최근 비틀린 노사관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파업이 시작 된지 벌써 1백여일이 넘어가고 있다. 지난 9월 6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이랜드 그룹의 불법·부당행위 진상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이 있던 날, 조금은 당황스런(?) 내용을 접했다. 2001 아울렛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이 7차례에 걸쳐 병영교육체험이라는 명목으로 군부대를 방문해 부대에 있는 군목(군대에 근무하는 목사)과 인솔자로부터 “군인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교육이다, 음식을 먹여주어라, 안아주어라”는 등의 지시를 들었고 병영교육체험 과정에서 심각한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진술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회사쪽은 “노조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성희롱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병영프로그램을 기획했던 담당 직원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나도 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한 사람인데 …

병영교육체험은 갇혀 있는 여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병영교육체험은 우리 보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군인들을 보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자신들이 주어진 조건에 감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했고, 반응도 아주 좋았다”고 항변했다. 물론 병영교육체험에 참석했던 300여명의 여직원들이 모두 일률적으로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매일 갇힌 공간 안에서 하루 종일 힘든 노동에 시달리는 여직원들을 위한 행사였는지는 의문이다. 혹 이 교육훈련의 목적이 힘들게 훈련을 받는 군인들을 보고 ‘이렇게 더 힘들게 지내는 사람이 있으니 감사하면서 살아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강요한 것은 아닌지. 이랜드는 기독교 정신을 기업문화로 활용하면서 직원들에게 ‘아주 부지런히 일하며 받은 댓가에 감사하면서 살자’는 이데올로기를 유포시켰다. 그 이데올로기가 바로 이랜드가 단시간내에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그 이데올로기는 이랜드에 부메랑이 돼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이랜드 노조는 파업을 진행하면서 ‘신앙을 빙자한 노동착취를 멈추라’고 주장한다. 실제 이랜드에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불법파견’을 공공연히 저질렀고, 노조에 대해 ‘사탄의 사주를 받았다’며 교섭을 해태시키고 있다.

이랜드가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신화적인 기업성장은 멈출 수밖에 없다. 기업은 하나님이 저절로 잘 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밑거름이 돼 성장한다. 이 평범한 진리를 이랜드 회장 박성수 장로는 왜 모르는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박수원/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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