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해마다 온 국민이 가족을 만나러 고향을 찾아가느라 한바탕 ‘전쟁’을 겪게 되는 한가위. 저도 예외는 아니었죠. 운 좋게 구한 입석 기차표를 손에 쥐고 서울역으로 총총 향했습니다. 그 와중에 제 눈에 들어온 두 가지 광경. 평소에는 보고도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는데‘한가위’를 앞둔 그때만큼은 그 모습이 마음 한구석으로 들어오더군요. 하나는 신용산역 부근에 있는 사창가에 모여있는 여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역 지하도에서 쭈그려 잠을 자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명절만 되면 얼마나 쓸쓸하고 고통스러울까’. 고향에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디 한가위 때 고향에 못가는 사람들이 그들뿐이겠습니까? 이산가족, 악덕기업주 만나 임금도 못받고 짤려서 천막치고 싸우는 노동자들, 수배상태로 숨어지내야만 하는 운동가, 그리고 돈 벌어오겠다고 서울 올라와 직업하나 못 구해 전전긍긍하는 서민들도 마찬가지였겠죠. 그리고 휘엉청 밝은 보름달만큼, 가족들과 함께 먹던

맛있는 송편에 대한 기억만큼이나 그들의 마음은 허전해질테죠.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서울에 돌아와 우연히 이메일을 확인해보니 한친구로부터 ‘한가위에 부치는 편지’가 왔더군요. 편지라기 보다는 시에 가까운 그 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제 어머님은 더이상 한가위를 기뻐하지 않으신다…마을 사람들 모두 모여 음식 장만하고 마실 다니던 기억들이 이제는 남의 얘기가 되어버린 도시의 한켠에서…소수의 강자들에게 여유로운 한가위는 가고 다수의 민중들이 향유할 수 있는 그런 한가위…풍성함이 진정 풍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향해…”뭔가 마음 한 켠이 답답했던 한가위. 그래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한 그 친구의 편지를 보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다음 한가위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지낼 수있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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