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상가 강제철거, 학생 자치권 훼손 사태
대학발전을 위해서라면 민주주의는 필요없다
배제와 폭력에 익숙한 대학의 현 주소
대학이 직접 강제철거를 지휘하고 나섰다. 9월 23일(토) 숭실대 앞 사거리는 숭실대 정문이전을 위해 학교주변 상가를 철거하려고 모인 집달관과 철거용역, 전경들로 가득했고 주위에는 이를 지켜보는 교수, 교직원들이 있었다. 강제철거를 저지하기 위해 모인 상가 주민과 학생 70여명은 결국 경찰에 연행됐고 상가건물은 토, 일요일에 걸쳐 완전히 철거됐다.
32명의 학생들이 불구속처리된 강제 철거 사태 이후 대학본부에서는‘상가철거개요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알림’이라는 유인물을 내놓았다. 유인물에 실린 글은 ‘새 정문을 세우고 학교 이미지를 쇄신하여 새 천년 새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는 책무가 엄숙하게 우리앞에 놓여있다’는 문장으로 엄숙하게(?) 시작해 ‘아름다운 정문을 가진 대학으로 우리 학교가 손꼽히게 될 것을 기대해 달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말보다는 법, 법보다는 힘이 우선이다
약 20여년 전부터 제기된 숭실대 상가 철거 및 정문이전 문제는 95년 숭실대 앞에 지하철 건설이 예정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재단과 학교측은 95년 4월 상가소유권에 대한 법적 소송을 제기했고 99년 3월 대법원으로부터 상가의 소유권이 숭실대학교에 있음이 최종판결내려지면서 철거는 현실적인 궤도에 올랐다.
대책위를 구성한 상가 측은 학교, 재단, 상가, 교수, 학생 등 제 구성원이 참가하는 대화창구를 마련하자며 학교에 제안했다. 하지만 학교는 철거 업무를 변호사와 철거용역업체인 태창공사에 위임하고 “상가와 이야기할 게 없다”, “변호사와 만나 상의하라”며 대화를 거절했다.
이후 변호사와 태창공사는 상가대책위와의 협상이 아닌 개별접촉과 강제철거집행을 추진해 상가주민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정문이전 문제에 있어 일 주체인 학생들에 대한 학교측의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총학생회에서도 대학본부에 제 구성원이 참가하는 정문이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총장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죠” 부총학생회장 김혜정씨의 말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는 정문이전 공사비용을 재단전입금이 아닌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하려 하고 있다.
학생 연행 사주에 자치권 탄압까지
학생들은 학교측 유인물에 ‘학생들이 있는 한 경찰력을 투입할 수 없다며 미온적 태도를 취한 경찰에게 학교가 항의했다’고 쓰여 있는 부분과 경찰서 조사과정에서 학생들이 확인한 ‘학교측의 요구로 학생연행 방침’이라는 글을 근거로 학교가 23일 강제철거과정에서 학생연행을 사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5일 폭력철거 및 학생연행 규탄 집회를 갖은 학생들은 총장, 부총장, 각 처부실장 집기를 들어내며 항의를 표시했고 이후 철거과정이 담긴 사진과 대자보를 부착했다. 그러나 그 선전물들은 서봉철 부총장과 학생처직원에 의해서 찢겨나갔다. 그 일을 목격한 김혜정씨는 “그 날 부총장은 술냄새까지 풍기면서 선전물 훼손에 항의하는 학생들에 오히려 큰소리를 쳤어요. 현재 대학내에서 어윤배 총장과 민주주의, 정문 이전과 관련된 선전물은 찢기거나 철거되기 일쑤”라고 말한다. 숭실대의 교육이념인 ‘진리와 봉사’는 어디로간 것일까?
학교발전 논리속에 죽어가는 것들
정문이전과 상가철거 계획이 본격화되자 학생들사이에서도 활발한 논쟁이 오갔다. 샛길에 있는 학교정문을 전철역과 왕복8차선도로가 있는 부근으로 옮기면 연간 40억 이상의 홍보효과와 학교의 대외적 이미지가 제고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강제철거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를 놓고는 의견이 대립돼 왔다. 숭실대 신문사 편집장 계지은씨는 “크게 법적으로 소유권이 학교에 있기 때문에 불가피할 경우 강제로 철거할 수도 있다는 입장과 상가측과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 제기됐다. 한편 강제철거를 반대하는 총학생회의 입장에 대해 안티총학의 흐름도 대두됐다”고 말한다. 총학생회에서는 9월에 두 차례 대학본부, 상가, 학생 등이 모여 상가철거와 정문이전에 관한 공청회를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23일 강제철거가 집행되면서 대화 및 민주주의적 의사 수렴을 통한 문제 해결은 더 이상 바랄 수 없게 됐다.
대학에서 학교발전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최우선적으로 추구되어야 할것인가? 학교발전 논리속에 민주주의가 오히려 후퇴하는 현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박정희 독재 당시 국가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 민주주의는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는 조선일보식 궤변이 떠오른다.
<이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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