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의 커밍 아웃이 보여준 것

동성애자들에게 커밍 아웃은 양날의 칼

탤런트 홍석천씨의 커밍아웃이 화제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서 공개적인 커밍아웃을 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연예인으로서 최초의 커밍아웃이었다는 점에서 홍석천씨의 커밍아웃은 많은 사회적인 파장을 가져다주고 있으며 적어도 하나의 중요한 사회적 사건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사건은 우선 한 사람의 동성애자로서, 그리고 대학 이반운동 모임의 대표로서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

게 해 준다.

커밍아웃이란 주로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 자기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도 일종의 커밍아웃이며, 자기 주변의 가까운 이들에게 야기하는 것도 커밍아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커밍아웃이 사회적인 파장을 가져오는 경우는 아무래도 공인이 공식적인 커밍아웃을 할 때이며 연예인인 홍석천씨의 경우도 이런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적어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있어서 동성애자로서의 커밍아웃은 굉장한 위험부담을 지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예외적인 일부 영역이나 개인도 존재할 수는 있지만, 대체로 아직 국 사회는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인식, 다양성에 대한 인정의 측면에서 볼 때 인권의 사각지대 즉,다수가 소수에게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사회이다. 서갑숙씨에 대해서, 오현경씨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미풍양속과 건전하고 보편적인 사회 정서라는 미명하에 사회적인 매장이라는 살인적 철퇴를 선사하였다.

이런 사회적인 매장은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사회집단도 한번 매도당하기 시작하면 그들을 매도하는 목소리와 움직임은 이미 인간적임은 사라져 버린, 섬뜩하리만한 위력이 실린다. 중앙방송사와 명망있는 일간지부터 조그마한 언론들까지 언론 전체, 아니 사회 전체가 마치 주문에 걸린 것처럼 토씨하나 틀리지 않는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며, 비난받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도록 편집되고 조작되어 구색맞추기 식으로만 등장할 뿐 아무런 위력을 갖지 못한다.

최근 의약분업과 관련한 의료계 폐업 사태를 지켜보며 느끼는 바이지만, 한번 정부와 언론이 의사들, 그리고 의대생들까지 돈에만 눈이 된 살인자, 예비살인자 집단으로 매장시키기로 작정하여 선동을 시작한 이후, 어린시절 고열로 사경을 헤멜 때 따뜻한 손길로 다가왔던 동네 의사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 남들보다 몇 배의 고생을 하며 생명을 지켜 낼 준비를 하는 성실한 의대생 친구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던 주변의 친구들은 집단적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렸다. 도저히 이성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으로 보여지지 않는 일방적인 매장을 보면서, 교묘하게 국민을 농락하는 보건정책 담당자들에 대한 분노보다 우리 사회의 미성숙함에 대한 환멸이 더욱 컸던 아픈 기억이 있다.적어도 동성애자들에게 있어서는, 적어도 의사들에게 가해지는 그 정도의 소리높은 비난은 가해지지 않는다. 이번에도, 동성애에 대해 소리높은 비난을 가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는,적어도 심각한 도덕적인 비난을 받는 대상은 아닌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면이 많다.

홍석천씨는 이미 출연하고 있는 TV 프로그램에서 더 이상 출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의사들처럼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집단은 그래도 좀 처지가 나은 편이다.

더 무서운 것은 아무도 대놓고 욕하지 않지만 숨쉴 수 없게 만드는 사회적인 압박이다. 마치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여성이나, 특히 강간 피해자에 대해 가해지는 무언의 사회적 매장처럼. 특히 성폭력 피해자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자신은 더 더러운 생각으로 가득차 있으면서 성인 군자인양 하는 많은 이들의 사회적인 시선은 우리 나라를 전세계적인 성범죄의 천국으로 만들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홍석천씨는 사실상 언론에 의해 강간당한 셈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직접 커밍아웃 한 것이 아니라, 일개 스포츠 신문의 기자가 준비가 안 되었다는 홍석천씨의 본인 의사에 반하여 폭로성의 기사를 쓴 것이다. 홍석천씨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불륜이나 비리처럼 비도덕적인 것도 아니고, 염문이나 열애설보다도 본인이 받게 될 피해가 더욱 큰데도, 한 황색 언론에게는 충격적인 기사 제목을 통해 늘어날 판매 부수만 눈앞에 보였던 것이다.

다행히도 전화위복이랄까, 홍석천씨는 커밍아웃 당함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커밍아웃을 했다. 한 시사주간지와의 장문의 인터뷰에서 홍석천씨는 뒤늦게나마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말을 번복하면 다시 방송 활동을 하게 해주겠다는 회유를 뿌리치고 위험한 도박을 시작한 셈이다.

동성애자들에게 있어서 커밍아웃은 양날의 검이다. 사회적인 매장의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상 동성애자에 대한 터무니없는 편견과 혐오가 사회 전반을 휩쓸 수 있는 이유 자체가 많은 이성애자들이 자신 주변에 군데군데 숨어있는 동성애자들의 존재를 모르고서 마치 자신의 삶은 동성애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면, 커밍아웃은 동성애자들이 받는 인권침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홍석천씨는 일부 언론의 의도적인 오보에도 불구하고 연예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뿌리깊은 편견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에 일말의 희망을 걸어보고 하는 도전인 셈이다. 제 2, 제 3의 연예인 커밍아웃은 양심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사이비 언론인의 폭로가 아닌, 용기와 결의에 찬 당사자의 주체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기를 바란다는 바람과 함께.

홍석천씨의 용기와, 아직 그에 비해 성숙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파시즘적 폭력에 대해 그가 취하고 있는 의연한 태도에 다시 한 번 존경을 표하며,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 석천형.. 형은 혼자가 아닙니다. 힘내세요!

<문영준/ 서울대 이반모임 마음 006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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