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활동가들이 몰려온다.
「레드페퍼」 2000년 11월 앤드루 웨이슬리
‘그들은 비디오 카메라와 노트북 컴퓨터, 마이크와 휴대전화로 무장한 채 몰려
온다. 떼거리로 몰려들어 여기저기서 영화를 찍고 행동을 포착해서 인터넷으
로, 컴퓨터로, 각 가정의 거실로 보낸다. 거대 네트워크 방송사의 뉴스에는 너
무 사소한 것이지만 분노와 권능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한 필름 조각들
을…’ 시애틀과 워싱턴의 시위를 취재한 독립 언론들을 검토하면서 한 미국
언론인이 한 말이다. 이번 호에서는 앤드루 웨이슬리가 미디어 활동가들과 그
들이 미친 영향에 관해 보도한다.
아무 시위 장소에나 한번 가보라. 틀림없이 세계화와 자본주의에 맞서는 캠페인
이 확산되면서 이를 따라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독립미디어 운동의 일부분인 미디
어 활동가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정치 적으로 다양하고 이상주의적인 이들 미
디어 활동가들은 미디어-특히 언론-를 운동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
들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 미디어(신문, 라디오)와 하이테크
미디어(인터넷) 모두를 활용해서 사회, 정치적 변화를 옹호하며, 언론은 대중에게
‘공정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 이상을 해서는 안된다는 개념에 도전하고 있다.
외견상 규모와 다양성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독립 미디어
(indymedia)의 성장은 논쟁과 퇴보, 자금과 이미지 문제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
다. 전문성을 결여하고 부정확한 언론이라는 힐책이 계속되고 있고 ‘민중선동식
프로파간다’라는 비난 또한 널리 퍼져 있다.
미국 언론인이자 언론 비평가, 진보적 미디어 웹포털 사이트인 미디어채널
(Mediachannel)의 창건자인 대니 셰히터는 최근 ‘극복해야 할 많은 커다란 문제들
이 있긴 하지만 결국 구독자와 청취자,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는 성공을 이룰 것’
이라고 평한 바 있다. 셰히터의 말은 BBC의 한 중역에게도 막연한 영향을 미친 듯
하다. 최근 열린 회의에서 미디어 활동가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대답했다. ‘지금은 이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에 귀기울여야 할 때
입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전문적이고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만
약 우리가 그들을 무시한다면, 결국 강력한 언론의 흐름을 그냥 간과해버리는 일
이 될 것입니다.’
미디어 행동주의의 확산은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가장 극명한 사례는 영국과 미
국이다. 영국의 경우 그 뿌리는 1970년대의 무정부주의 출판물들과 최근으로는 옥
스퍼드의 언더커런츠(Undercurrents) 같은 대안 비디오 뉴스 집단들이 이제 막 시
작한 작업들에서 찾을 수 있다.
언더커런츠의 비디오 활동가 네트워크는 생태 문제, 도로건설에 맞서는 직접행
동, 사냥반대 행동, 미디어 비평, 뮤직 비디오, 섭버트(subverts; TV 상업광고 패
러디) 등을 섭렵하는 수백 편의 미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다. 이 다큐멘터리들
은 세계적으로 배포되고 5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상 경력이 있는
10여 개의 비디오 잡지를 통해 제작되었다.
[스콜(Squall)]이나 어스 퍼스트(Earth First)의 [행동 아니면 죽음을(Do or
Die)] 같은 인쇄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생태주의 언론인들은 언더커런츠의 성공
을 반영하듯 수백 개의 신문과 잡지-새로운 저항 캠프의 파고 속에서, 또는 아주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활동가들에게는 필수적인 읽을거리이다-를 펴내고 있
다. 해적 라디오 방송국들 또한 ‘레이브’로만 이루어진 채널에서 관심이 멀어지면
서 대안적인 정치 토론 방송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브라이튼에서는 악명높은 4A
채널(Radio 4A)가 BBC의 4채널(Radio 4)을 같은 시간대에 [슈뉴스(Schnews)](영국
의 하위문화 저널 – 옮긴이)의 내용으로 패러디하고 ‘버림받은 섬 디스크
쇼'(Deserted Island Disks; WQED-FM 채널에서 인기있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현재는 ‘청취자의 선택’으로 바뀌었음 – 옮긴이)를 패러디한 프로를 내보내고 있
다.
최근에는 저렴한 디지털 기술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대안 언
론의 대다수가 인터넷 공간을 위한 뉴스로 그 모습을 바꾸고 있다. ‘인터넷과 전
자우편을 통해 활동가들과 급진 언론인들이 예전에는 엄청난 돈과 메이저 공급사
들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했던 전세계적 배포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런던의 언론인이자 레드페퍼 연구소(Red Pepper Investigations)의 편집인, 그리
고 온라인 출판으로 중심을 전환한 [스콜]의 공동창립자인 짐 캐리의 말이다.
인터넷 출판에 드는 비용이 저렴하고 편집상의 압박에서 자유로움으로 인해 기
성 출판물들에서 출판을 거부당한 많은 자료들이 종종 내용이나 분량에서 풍부한
방향으로 번창할 수 있게 되었다.
‘웹에 기반을 둔 뉴스물의 뿌리는 1996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시카고의 언
론인이자 TV 프로듀서인 레이첼 리날도의 말이다.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
당대회 기간 동안 [대안 미디어 포괄 조직인] 카운터미디어(Countermedia)가 항의
시위를 웹상에 올리자는 전략을 계획하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그 이래로 전술이
급상승되었죠’. 초기의 시도들은 기술적 난관과 재정 부족, 잡다한 대중의 반응에
봉착했지만, 시애틀과 워싱턴의 WTO 반대시위에 이르는 몇 달 동안 우리는 굉장한
활동과 세계 최대의 웹 독립미디어 뉴스서비스인 인디미디어센터(Independent
Media Center)의 탄생을 목격하였다.
공식적으로 출범할 무렵 인디미디어센터는 7만 5천 달러의 자금을 모았고 두 개
의 사무실과 수십 대의 컴퓨터, 비디오 편집장비, 휴대전화, 웹 서버 등을 모아놓
고 있었다. 재정의 대부분은 개인 후원자들이 준 것이었지만 하이테크 기업들도
일부 장비와 기술 지원을 해주었다. 영국,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폴란드를 필두
로 전세계에서 인디미디어센터가 잇따라 생겨나 현재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어
떤 시위든 벌어지기만 하면 전세계 다른 지역으로 생생하게 전달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키고 싶었습니다’. 시애틀의 변호사이자 인디미디어센터 창립자인 댄 머클
의 말이다. ‘주류 언론이 경찰력 증강과 폭동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우리는 믿을만한-즉 진실을 담은- 대책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5백여 명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인디미디어센터의 웹사이트는 시애틀 시위 동
안 15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했으며 워싱턴 시위때도 비슷한 숫자였다. ‘시애틀의
성공은 대단해서 우리 서버가 마비될 지경이었습니다. 야후, 원월드, BBC, CNN,
로이터 등의 거대 사이트에 광고까지 됐지요.’ 머클은 말을 이었다.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무엇이 가능한가 하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었지요’.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메이데이 시위 당시 영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활동
이 이루어졌다. 언더커런츠는 웹을 통해 이 행사를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우리는
주요 언론망의 시청자 규모와 맞먹는 사람들에게 우리 필름을 보여주었습니다. 전
형적인 폭도와 정신나간 폭력배들의 아우성을 담지도 않고 말이죠.’ 언더커런츠의
핵심인물이자 프로듀서인 폴 오코너는 확신하고 있다.
메이데이 시위는 그러나 미디어 활동가들에게 성과와 더불어 많은 문제를 제기
하였다. 많은 활동가들이 추행과 체포, 공격을 당했으며 심지어 장비를 뺏기기까
지 했다. 이는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례의 목록이 증가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통계이다. 직접행동과 대안적 정치를 보도하는 사람
들에게 가해진 경찰의 추행은 전세계적으로 기록되고 있으며(전국언론노조(NUJ)와
국제언론연맹(IFJ)은 최근 들어 전례없는 규모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독립미디어 운동이 직면한 문제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미디어 활동가들이 마주치는 최대의 장애물은 아마도 운동 진영을 넘어서 합당
한 수준의 신뢰를 받기 위한 분투일 것이다. 주류 언론인 대다수는 아직도 ‘독립
미디어’를 활동가들이 전문 리포터인 체한다는 식으로 보고 있다. 프로듀서인 피
터 맥도날드에 따르면, ‘명백히 불공정한 내용을 방송하거나 기고하는 자칭 언론
인들의 수가 늘어나는 우려스러운 경향이 퍼지고 있다. 이는 급진적 목적에 적합
하도록 이슈를 공중납치하려는 뻔뻔스러운 시도이다. 활동가들이 운동 자료를 배
포하고 싶다는 건 안다. 그러나 그건 신문에 광고를 내는 식으로 표시를 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문 리포터들의 신뢰도가 의문에 처해질 것이다.’
대다수 미디어 활동가와 독립 리포터들은 이러한 견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정성’은 이론상으로는 훌륭한 개념이지만 주류 언론이 공정성을 결여함
으로 인해 그 의미가 완전히 탈각되었습니다’라고 짐 캐리는 주장한다. ‘주류 언
론의 뉴스 모두는 자신이 집착하는 의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생존을
위해 상업광고에 의존하는 최대의 요인입니다. 결국 이것이 공정성 주장과 타협하
는 거지요.’
환경 언론인인 휴 워윅은 언론인들은 환경 같은 이슈에 있어서는 전문성이나 공
정성과 관련된 비난을 받느냐 마느냐에 관계 없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폭
로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은 사람들에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려
야 하며 그들의 행동을 촉구해야 합니다’.
-라디오, 방송, 신문, 온라인을 막론한- 보도의 전문성은 책임성의 문제라는 점
을 알고 있는 많은 독립미디어 언론인들은 자신들이 전문적 접근방식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이는 본지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정확한
사실을 다루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실이야말로 견해에 비해 반박불가능하니까
요’.
다른 쪽에서는 독립언론에서 전문성 수준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덜하다. ‘대안미
디어는 주류의 작동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폴 오코너의 말이다. ‘우
리의 작업을 팔기 위해 체제의 원칙을 받아들인다면 체제를 비판할 수 없습니다.
대안미디어는 대안적인 방식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책임성이나 공정성이라는 가상
의 개념을 거부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기업언론에 직접적으로 도전해야 합니다’.
작가이자 평론가인 데니스 커크패트릭은 독립미디어 운동이 더 많은 청중에 호
소하고 사람들을 늘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접근방식을 재고하
고 출판물의 질과 효용성, 자신의 사상과 전망의 명료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
다… [독립미디어가 전통적으로 확고한 기반을 유지해온] 미국의 사례에서 성공
요인을 배우고 효율적인 자금 모집과 발전을 위한 본체를 구축해야 하며, 대안적
인 현재의 상황이 가진 잠재력을 증진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할 경우에야 자신이
지닌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대안적 견해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만큼 확고한 전국
적(국제적) 기반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한편 대니 셰히터는 그런 비판적 입장을 가지기에는 아직 시기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독립미디어는 이제 막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작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에야] 내용의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사고
하는 발걸음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개척자들의 헌신성과 결단
력, 창조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 앤드루 웨이슬리는 [레드페퍼]의 사진편집인이자 언론과 인권을 전문으로 다
루는 언론인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