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를 공기업화 해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정종남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karan27@hanmail.net)
11월 18일 부평 역에서 대우자동차 관련 집회가 열렸다. 부도난 대우자동차는 공장이 가동중단 된지 일주일이 넘었다. 대우차가 부도나자 언론은 예외 없이 ‘감원동의 서명’을 거부한 노조에 그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채권은행의 한 간부는 동의서를 받는 것과 채권단이 추가 금융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김일섭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은 집회에서 “법원은 대우차를 법정관리하는데 그 종이쪼가리가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러면 왜 요구했을까? 그것은 정부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서였다”며 절대 동의서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회사가 부도나기 전 이미 3개월 째 임금과 상여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공장이 멈추자, 공사장을 전전하며 품팔이를 하고 있다. 한 노동자는 “밤마다 소주 한잔씩 안 마시고는 잠을 못 잔다. 부인은 생활비에 보태려고 하루종일 해봐야 4천 원 벌이밖에 안 되는 부업을 시작했다”고 울분에 차서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김우중은 프랑스 니스에 있는 수십 억 원 짜리 호화 별장서 휴양을 즐기고 있다. 이는 부실경영 책임을 지고 구속됐던 몇 몇 조무래기 경영자들의 사례와도 상반되는 것이어서 정부 스스로 정책일관성을 훼손하고 있는 꼴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이와 관련해 “YS정부시절 한보그룹 정태수가 4조원을 빼돌린 사건으로 국회의원 20여명이 구속되었다”며, “현 정부가 40조원을 빼돌린 김우중을 구속하지 않는 것은 정권 전체가 공모자이자 공범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우자동차 부도는 어제 오늘 예견되었던 게 아니다. 기업들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설비투자를 확대한다. 무분별한 경쟁적 투자는 어느 시점에 이르면 시장에서 다 팔리지 못하는 과잉생산을 초래한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떨어져 이윤이 줄어들기도 하고, 기업은 더 큰 손해를 피하려고 생산설비가동을 줄여야만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투자했던 엄청난 비용(대부분이 빚)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지 못하므로 빌린 돈의 이자 갚기조차 버거워진다. 이것이 대우자동차 부도의 진짜 원인이다. 지금 세계 자동차 산업가동률은 70%에 못 미치고 있다. 기업으로선 30%에 달하는 생산라인은 가동하느니 놀리는 게 손해를 줄이는 길인데 그러므로 놀고 있는 30%에 투자된 자본은 고스란히 낭비인 셈이다. 한편, 지금껏 대우자동차의 성장은 정부와 은행이 제공한 특혜성 금융지원 덕분인데 대우차가 부실덩어리가 된 지금은 그 지원 때문에 은행과 정부가 부실해 지고 있다. 그러므로 부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가당찮은 위선이다.
이 때문에 ‘대우사태 올바른 해결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 김영규 대표는 “부도 책임은 경영진, 채권단, 정부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23조원을 빼돌린 김우중을 구속하고 재산을 몰수하면 18조 가량의 빚을 청산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또 채권은행단이 출자전환하고 정부가 공적자금을 부실채권 정리에 쓴다면 회사를 살릴 수 있는데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만 한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같은 취지로 권영길 대표는 대우가 “우리 나라 전체 학생이 10년간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돈을 빼돌렸다”며 김우중을 구속하고 돈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정부의 해외매각 계획에 대해 “제일은행을 매각할 때 11조원을 투자해서 겨우 5천억에 팔았다. 11조원은 노동자의 돈이다.”며 해외 매각에 반대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500여명의 노동자와 학생들이 요구한 ‘대우자동차 공기업화’는 현실 가능하다. 프랑스 르노 자동차는 1980년대에 한시적 공기업화를 이뤘으며, 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으로 주정부가 출자하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주 4일 근무를 실시한 바 있다. 클라이슬러 자동차도 1979년에 공기업화 했던 경험이 있다. 정부는 대우 부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고 공기업화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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