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알았던 것을 나도 알기 위하여 (귀농학교일기3)

엄익복 (평화인권연대 갈등중재모임‘봄길이되는사람’활동가, iknow@netian.com)

다섯째날

『오래된 미래』의 1부 「전통」에는 라다크 사람들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농사를 지을 때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어디로 물이 흘러가는지, 어디에서 조금 도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여기에서 한 삽 떠서 저기에다 쏟아놓고, 꼭 물길을 열 만큼만 돌을 움직여 놓고, 이 모든 것을 아주 섬세하게 때를 맞추어서 할 줄 알았다.

외양간의 흙은 파내어 거름으로 쓰고, 인간의 배설물도 부엌에서 나온 재와 섞어 퇴비로 쓰고, 모든 것을 재순환 시켰다. 추수를 할 때는 노래하고, 마시고, 춤추며 축제를 열었고, 타작을 할 때는 짐승들이 곡식을 마음껏 먹으며 밟고 돌아다니게 했고, 키질은 완벽하고 편안한 리듬으로 곡식을 날려, 겨는 바람에 날아가고 낟알만 모으는 법을 알았다.

라다크 사람들의 농사 짓는 법은 자연을 잘 알고, 곡식의 성장을 잘 알고, 생태계의 흐름을 잘 알아 이 모든 것에 어울리게 되어 있다. 이런 농사는 대량 생산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해마다 풍성한 혜택을 주고, 자연과 인간이 모두 지속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농사법은 라다크 뿐 아니라 우리 나라에도 일반적으로 있었다. 화학농법이 보급되기 전에는 농사짓는 대부분의 마을이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자연의 순환에 어울리게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산업화가 진행되고, 농약과 화학비료로 생산성을 높이려 하면서부터 자연의 순환은 무시되었고, 땅은 병들어 간 것이다.

그리고 옛날에는 잘 알았던 것들을 이제는 알 수 없게 되었다.

귀농학교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실제 농사를 짓고 계신 농부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 모두 유기농을 하고 계신 분들인데, 전남 벌교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강대인 선생님은 자연의 흐름을 알지 못하는 관행농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셨다. 지역과 시기에 따라 땅의 기운이 다 다른데, 정부는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방법으로 시킨다는 것이다. 윤달이 든 해에 심어야할 나락과 시기가 다르고, 입동이 일찍 오는 해에 심어야 할 나락과 시기가 다르고, 이마저도 지역의 토질과 주변 자연에 따라 다 다른 법인데, 정부는 똑같은 지침만 내려놓고 지키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침대로 농사를 지으면 작물도 적합하지 않고, 토질에도 어울리지 않고, 시기도 맞지 않아 좋은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 놓고 농약 치고, 화학비료 주고, 제초제를 뿌리게 하니 땅이 살아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시키는 것에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지역과 자연의 흐름에 맞는 농사를 지으며 그것에 맞춰 살아가면, 아침에 구름 모양을 보고도 그날 해야 할 일을 알고, 바람의 방향만 보고도 태풍이 언제 올지를 알고, 땅을 언제 갈아야 좋은 땅이 되는지, 언제 파종을 하고 언제 추수를 해야 자연의 기운과 맞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정성어린 마음으로 농사를 지으면, 그 마음의 기운을 받아 농사가 더 잘 된다고 한다. 이것을 ‘의식농법’이라는 말로 부르기도 하는데, 벼와 직접 소리내어 대화를 하고, 벼 앞에서는 좋은 말만 하고, 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지어야 정말 생명이 깃든 좋은 벼로 자라난다는 것이다.

강대인 선생님은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따라해 보라고 했다.

“사랑하는 벼들아 잘 잤니?”

아침에 벼에게 인사하는 것인데, 모두들 어색해서 모기만한 소리로 따라했다. 그러자 아주 큰 소리로 다시 따라하라고 하셨다.

“사랑하는 벼들아 잘 잤니?”

“농사라는 게 다 사랑으로 짓는 겁니다.”

의식농법이라는 이름을 꼭 붙이지 않더라도 이런 정성과 관심, 사랑을 갖고 농사를 짓는다면 그 기운이 전달되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벼에 대해서도, 땅에 대해서도, 라다크 사람들처럼 잘 알게 될 것이다. 그 사람들이 알았던 것처럼, 옛 사람들이 알았던 것처럼, 지금도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나도 알고 싶다. 어쩌면 농사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삶에 이런 것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우선 따뜻한 말 한마디로 관심을 보이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말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에게도 지금 연락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귀농학교 중반 어느 날

(다솜 한의원 황인태 원장님의 말씀 중에서)

인간은 먹는 것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본래 한 생명이었던 것을 먹음으로써 우리가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내가 먹는 것은 나에게로 와서 내가 된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내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온전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내가 결정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을 먹어야 할까? 내가 먹는 것은 나에게로 와서 어떻게 내가 될까?

그것을 아는 것은 의외로 쉽다.

먼저 생긴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나무를 보라. 대나무는 인간의 뼈처럼 생겼다. 대나무를 먹으면 뼈가 튼튼해진다. 호두는 어떨까? 호두는 인간의 뇌처럼 보이기도 하고, 내장이 꼬여 있는 것처럼도 보이기도 한다. 맞다. 호두는 뇌에 좋기도 하고 내장에 좋기도 하다. 조금 먹으면 뇌에 좋고, 많이 먹으면 내려가서 내장에 좋다. 그럼 솔잎은 어떨까? 솔잎을 먹으면 머리카락이 윤택해 지고, 몸이 날씬해진다. 이런 식으로 생긴 것을 보면 나의 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성질을 잘 봐야 한다.

지렁이는 땅을 잘 파고 다니는 성질이 있다. 지렁이를 먹으면 이런 성질처럼 혈액순환을 좋게 해준다. 또 지렁이는 해를 보면 금방 죽는 차가운 성질이 있다. 따라서 지렁이는 열을 떨어뜨리는 데도 효과가 있다.

해바라기 씨는 해와 같은 성질이 있다. 해바라기 씨를 먹으면 각성효과가 있어서 잠이 안 오고 열이 난다. 콩나물은 쑥쑥 잘 자라는 성질이 있다. 콩나물은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성분이 많이 있다. 또 콩나물은 해를 안보고 물만 먹고 자란다. 그래서 콩나물은 뜨겁게 먹어도 차게 먹어도 시원하다. 우리가 먹는 것의 성질을 알면 우리 몸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때를 잘 봐야 한다.

여름에 자라는 쌀은 따뜻하고 겨울에 자라는 보리는 차다. 따라서 보리는 해열제로 좋고, 미끌미끌한 성질 때문에 소화제로도 좋다. 녹차도 봄에 따는 세작은 머리를 맑게 해주고, 조금 늦게 딴 중작은 배를 따뜻하게 해 준다. 생선도 때가 있어 굴은 11, 12월이 되어야 맛이 있고 7, 8월에는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때를 알면, 때가 아닐 때 해서 생기는 탈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먹는 것들은 그것이 갖고 있는 성질 그대로 우리 몸에 들어와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 옛 분들은 이것을 경험으로 알아서 먹는 것으로 적절하게 몸을 돌볼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것을 알기가 어렵다. 각종 농약과 제초제, 비료 때문에 본래 성질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 많고, 비닐하우스 재배로 때에 맞지 않는 작물이 나와 성질이 달라진 것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재배된 것인지 알 수 없어 그 효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인삼은 사람을 닮아서 사람에게 가장 좋다고 하지만, 농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기도 해서, 몸에 좋다고 먹었다가 농약 중독으로 더 큰 탈이 날 수도 있게 되었다.

자연과 인간은 닮아 있다. 자연이 병들면 인간도 병들고, 자연이 오염되면 인간도 오염된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인간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자연을 알 수 없게 된 것은 인간에게도 어떤 일이 닥치게 될지 알 수 없게 된 것과 같다.

오늘날 이렇게 자연이 파괴되고 땅과 물과 공기가 병든 것은 인간이 무지하고 오만하기 때문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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