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위기 : 랠프 네이더는 왜 침묵하는가?

「세계사회주의자 웹사이트」 11/24 제리 화이트

미 대선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위기에 대해 녹색당의 대통령 후보 랠프 네이더

는 죽은 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네이더는 미국의 양당체제에 대한 기업의 지배를 올곧게 비

판하고 또한 그만큼이나 대다수 미국인들의 정치적 권리 박탈과 민주적 권리에 대

한 모욕을 비판했다. 하지만 기성 정치계 내부의 가장 반동적인 세력들이 합심해

벌이고 있는 소동에 대해서 네이더는 단 한 마디의 항의 표시도 하지 않고 있다.

부시 진영 배후에 자리잡은 이들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위해 반민주적인 방법과 우

익적 정서에 대한 호소를 동원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플로리다에서 거의 10만 표를 얻고 전국적으로는 3%의 득표를 했으며, 그 자신

민주당과 공화당에 대한 진보적 대안임을 내세웠던 대통령 후보가 지난 2주 동안

의 사태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표 은폐를 통해 백악관

입성을 노리는 부시 측의 시도를 비난하는 네이더의 공개 성명서는 공화당의 책략

에 대한 대중적 저항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선거 이후 수 차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텔레비전과 라디오, 신

문 등과의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네이더는 선거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DC의 네이더 선거운동 본부의 대변인은 녹색당 대통령 후

보가 이 문제에 대해 한 장의 공개 성명서도 내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 이

유를 물었을 때, 대변인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저 밑(남부의 플로리다를

일컫는 의미도 있음-옮긴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그리 깊이 개입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단지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정치적 다툼일 뿐이다.” 공공연히 퍼

진 공화당의 투표 조작 혐의와 소수계 유권자들에 대한 위협, 그리고 이 때문에

민주적 권리의 근본적 측면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네이더가 침묵을

지킬 수 있는지 묻자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네이더가 가진

권리이다.”

네이더의 침묵은 어떻게 설명되는가? 그의 대변인이 보여주다시피, 네이더는 막

다른 골목에 이른 선거 파동을 기업이 지배하는 똑같은 두 정당간의 정권 뺏기 다

툼으로밖에 보고 있지 않다. 보통 사람들이 특별히 관심 가질 필요가 없는 그 무

엇이다.

그러나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어떻게 노동 대중이 권력의 중추를 손아귀에 넣

으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자신들의 민주적 권리를 함부로 짓밟을 채비를 하고 있는

우익 정치 세력들에 무관심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말인가?

노동계급은 기본적 권리에 대한 공격에 맞서야 한다. 그러나 자주적인 관점에

서, 그리고 그들 자신의 방법으로 맞서야 한다. 공화당 우파에 대한 반대가 앨 고

어와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함의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을 통해 우리는 민

주당이 공화당의 반동들에 맞서 민주적 권리를 방어하는데 심각할 정도로 무능하

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위기가 노동계급에 던진 과제는 미국인 대다수의 이익

을 수호하기 위해서 민주적이고 사회주의적인 강령에 기반한 그들 자신의 정당을

건설해야한다는 필요성이다.

네이더가 민주적 권리에 대한 공화당의 공격에 맞서기를 거부한 것은 그의 조직

이 지배 엘리트들로부터 진정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당 모두에

대한 징벌”이라는 표현 속에 드러난 그의 입장은 급진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

지만 사실상 이것은 공화당을 지배하고 있는 극우 세력에 대한 굴복일 뿐이다. 노

동계급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는 그 사실로 인해-사실 녹색당은 계급투쟁이라는 개

념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근본적인 권리에 대한 공공연한 공격에 맞선 그 어떤

저항도 조직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네이더의 침묵은 그의 기교적이고 거짓된 구상과 딱 일치한

다. 즉 절대적인 의미에서 두 당은 동일하며, 이들이 미국의 거대 기업들의 이익

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상대적인 차이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

지만 물론 그런 상대적인 차이는 존재하며, 정치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러한 차

이는 인민 대다수에 영향을 미치는 국면들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의 이해가 두 당 모두를 지배하고 있으며, 공식 정치 무대의 정치적 스펙트

럼이 우경화하면서 이들 사이의 정치적 차이가 좁혀져 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

러나 지난 십 년에 걸쳐 이들 두 당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진행되어 왔다는 것 역

시 사실이다. 이것은 객관적으로 미국의 정치, 경제 엘리트들 내 상이한 부분들간

의 분쟁으로부터 기원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지배 엘리트 내의 투쟁은 클린턴 행정부에 대한 일련의 그럴듯한 조사로부터 촉

발되어 연방정부의 기능 정지와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그리고 선

거 결과를 가로채려는 공화당의 현 시도에 이르기까지 가속화되어 왔다. 이 사태

들에 그 어떤 정치적 의미도 없는 것처럼 태연한 척 하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공화당은 극우 세력들이 지배하고 있으며, 기업계의 가장 강력한 층위를 대변하

고 있다. 이들 기업계는 심지어 클린턴의 보수적인 정책들마저도 자신들이 이 나

라에 강제하려 하는 훨씬 극우적인 의제들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

은 개인의 부 축적과 노동계급 착취에 있어서 모든 제한을 철폐하고자 한다. 그러

기 위해서 공화당과 우파 종교인, 인종주의적이고 파시스트적인 지지자들은 민주

적 규범과 입헌적 권리를 전복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노동자와 소수민족의 편에 서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들로부터 점점 등을 돌

려왔던 민주당은 지배 엘리트 중의 또 다른 부분과 좀 더 특권화된 사회적 층위를

대표한다. 이들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라는 보다 전통적인 방식을 통해 미국 자본주

의의 이익을 수호하려 한다.

노동계급에게 지배계급 내부에서 이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그저 한가롭

게 앉아 있는다는 것은 재난을 초래하는 짓일 뿐이다. 여기 걸린 기본적인 문제는

고어나 부시의 운명이 아니라 미국 인민의 민주적 권리의 운명이다.

네이더의 진부하고 자기만족적인 관점은 선거 결과에 대한 최근의 언급에서 극

명하게 드러났다. 11월 17일 공영 라디오 방송의 <국정 대담>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 차례는 무엇입니까? 저는 부시가 당선되든, 고어가 당

선되든 별다른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습니다. 너무 공평하게도 둘 다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나는 그 어떤 주요

한 변화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네이더는 또한 [뉴욕타임스]에, 만약 부시가 당선된다면, 매우 적은 표차와 엇

비슷하게 나뉜 의회, 그리고 텍사스 주지사 시절의 성격 등이 그가 저지를 위험의

폭을 좁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 많이 알지 못합니다.” 부시에 대한

네이더의 말이다. “그는 그리 정력적이지도 않습니다. 논쟁을 좋아하지도 않지

요.”

이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평이다. 부시 배후의 세력들이 일단 백악관을 차지하고

나면 갑자기 보다 온건한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이

들은 지금 이 나라를 입헌적 위기 속으로 몰아넣고, 남북전쟁 이래 본 적도 없는

분열의 망령을 일으켜 세울 채비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자신들의 입지가 약해

지고 인기가 떨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그들은 이런 순진한 생각과는 전혀

반대로 자신들의 반동적인 의제들을 맨 앞으로 밀어댈 것이다.

물론 네이더는 두 당 사이에 차이가 존재함을 알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공화당이 아니라 민주당의 표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주장에 응대하

고, 민주당에 그들의 “진보적 뿌리”로 복귀할 것을 요구하는데 그토록 많은 시간

을 할애했었다.

두 당 사이의 싸움에 대해 그저 말뿐인 실수나 잘못된 평가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들이 네이더 측에 존재하고 있다. 그의 침묵은 또한 반동적 측면에 대한 정치

적 계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네이더는 공화당의 선거 캠페인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그가 구애하고 있는 우파 세력들로부터 자신이 유리되기를 원하

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6월 녹색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네이더는 녹색당원들에게 자신의 선거운동을 “관음적 언론”에 대한 반대처럼, “극

단적 가치가 아닌 전통적 가치들”로 꾸며서 보수적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가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나 보다 우익적인 정치인들

의 지지자들에게 지원을 호소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그는 메히코, 중국과의 무역협정에 반대하는 보호주의 캠페인에 참여한 극우 정

치인인 개혁당 대통령후보 패트릭 뷰캐넌과도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네이더는 이

투자협정을 “미국의 주권을 팔아먹는 행위”라고 선언했다.

최종적으로 네이더는 공화당의 클린턴 대통령 탄핵 몰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

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그는 상원의 클린턴 사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리

고 자신이라면 클린턴을 몰아내는데 투표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거 전 뉴

욕에서 가진 한 기자회견에서 이것을 반복적으로 말했다. “클린턴은 상원에서 유

죄판결을 받았어야 했다. 그는 대통령직에 오점을 남겼으며, 선서에 거슬러 거짓

말을 했다. 이 같은 문제들은 처벌받아 마땅한 것이다.”

탄핵 움직임 배후의 세력들에 빌붙고, 현재의 정치 위기에 침묵을 지키면서 네

이더는, 객관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우익 반동 진영의 범죄를 방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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