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뒤안길 : 감추어진 또다른 파괴
안병주(수원환경운동센터 활동가,acoation@jinbo.net)
얼마 전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 나라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거리거리에는 ‘김대중 대통령 노벨 평화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찬바람에 나부끼고 있습니다. 북한과 남한의 정상회담과 이어지는 이산가족 상봉의 스토리는 누구에게나 눈시울 적시는 감동을 주고 있고, 경의선 철도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제 통일의 그날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아래의 신문기사를 읽어보면 통일의 기대 뒤에 감추어진 파괴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철도와 포장도로 건설사업이 한창인 파주시 장단면과 군내면 일대 현장은 30%의 공정율을 보이다 최근 동절기를 맞아 공사가 중단됐지만 이미 생태계 환경을 크게 훼손한 상태입니다.
지난 9월 사업 착공 당시 가장 중요한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했던 엄청난 과오가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뒤늦게 평가단을 구성했지만 이미 상당수 공사가 진행돼 철도 노선은 거의 윤곽을 잡았고, 포장도로도 숲과 야산을 파헤쳐 노면을 확보한 상태로 환경영향평가 자체가 형식에 그쳤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통선과 비무장지대의 정상적인 환경영향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이상 소용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2-3개월내에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계획대로 내년 3월부터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경의선 철도와 포장도로는 정상적인 환경영향평가 대신 생태조사에 국한된 졸속 평가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도 형식에 불과합니다. 경의선 공사 구간의 환경영향평가는 다른 개발사업이나 토목공사와는 의미가 다릅니다. 노선이 연결되는 파주 장단반도 일대는 갈대와 습지의 형성으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12월 19일자 경인일보>
경의선 복원공사 이전에도 북한과 경제협력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북한 경수로 핵발전소 건설이었습니다. 95년 12월 북-미간 ‘경수로 협정’의 체결로 본격화된 북한경수로 문제는 그동안 남북경협의 물꼬를 트는 통일운동의 효자처럼 인식되어져 왔습니다. 한반도의 문제가 미국의 관리 감독아래 진행되는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전세계적으로 이미 사향산업인 핵발전소 산업을 ‘통일’과 ‘경협’이라는 이유로 35억달러라는 엄청난 자본을 국민세금에서 쏟아부었고, 이는 다국적 핵발전소기업의 핵실험장으로 한반도를 내놓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핵발전소를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수로 협정’에 이에 다시 ‘금강산 개발’의 이슈가 떠오릅니다.
현대그룹이 2030년까지 총 1조5천6백65억원을 투자해서 금강산 일대 2백27만평을 개발하겠다고 하는 ‘금강산 종합개발계획’은 2004년까지를 2단계 사업기간으로 설정, 해금강과 삼일포, 온정리, 시중호에 호텔8개(객실 3천개)와 콘도 4개(1천3백가구), 해금강과 온정리에 모텔 6개(6백실), 삼일포와 시중호에 골프장 2개(36홀), 통천에 스키장 1개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개발방식은 남한에서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자연환경이 수려한 곳이면 어디든지 호텔, 콘도, 음식점으로 뒤덮었던 방식입니다. 지금은 자연그대로 남아있는 곳을 찾기 힘들정도 온통 국토가 파괴되어 있기에 더 이상 개발할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 북한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자본의 절박한 심정으로 인해 빚어지고 있다고 판단하는게 과연 무리일까요?
올 한해 김정일과 김대중의 역사적 만남이 가장 큰 사건이었다고 하면 그 이면에 드리워진 개발과 파괴의 논리는 더욱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듭니다. 한민족의 통일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통일이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도 않은채, 과거 분단이데올로기를 통한 사회적 통제와 비슷하게 이제는 통일이데올로기를 이용한 무차별 개발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씻어낼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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