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선거를 민주노총 강화·혁신·노선 정립의 계기로!
고민택 / 강령위원장
민주노총 3기 임원선거를 맞아
얼마 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과의 공동투쟁 가능성을 한껏 부풀리며 노동계 ‘동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던 언론이, 한국전력 파업 실패 이후에는 노동계의 겨울투쟁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정부·자본과 함께 한 목소리를 내었다.
바로 직전 대우자동차에서 ‘노사합의서’가 합의된 상황이 겹쳐 있었던 것도 하나의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했던(?) 한국통신 투쟁이 일어나고 연이어 금융노동자들의 투쟁이 터져 나왔다. 대우자동차 역시 아직은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새롭게 투쟁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사실, IMF 경제위기와 김대중 정권 등장 이후, 지난 3년간 노동자대중은 이처럼 크든 작든 수많은 투쟁을 끈질기게 해왔다.
이토록 대중은 쉴 새없이 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상층 지도부나 활동가들은 투쟁동력 형성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로 현장 노동자대중의 입장에서는 힘겹게 투쟁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성과가 적을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의 전망이 잡히고 있지 않은 속에서, 상층 지도부나 활동가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상층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의 불신, 그 이유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사실 그 원인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쉽지 않다.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이 낳은 성과와 오류가 서로 뒤엉켜 있어 이제 와서는 어느 것이 성과이고 또 어느 것이 오류인가를 판단하기조차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민주노총이 지금과 같은 상태에 처하게 되기까지는 그럴 만한 몇 가지 주요한 원인이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은 지난 3년간 신자유주의와 김대중 정권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둘러싸고 ‘정치적 혼란과 동요’를 반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투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쟁방향·목표·동력을 집중하지 못한 채 사안별 대처에 급급하고 있다. 그 결과 민주노총의 역할과 위상이 현저히 약화되고 말았다.
다음으로 민주노총은 계속해서 노동자대중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은 정치적 수사화된 지 이미 오래이며, 대중투쟁의 역동성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일정을 박는 ‘박제화’된 투쟁을 거듭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권과 자본과의 관계에서는 교섭에 매달리고 노동자대중과의 관계에서는 일정을 제시하는 것으로 지도력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나마 일정조차 스스로 어김으로써 불만과 불신만 조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은 노동자계급의 대정부 정치투쟁 강화를 통한 정치세력화를 적극 꾀하기 보다는 이를 민주노동당 지지나 당원 조직화 같은 ‘정치방침’으로 대체함으로써,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정치활동을 대단히 협소화·왜곡하고 있다. 산별노조 건설 추진은 어떠한가.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동력 형성과 투쟁을 통한 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하기 보다는 상층 간부를 중심으로 한 ‘일정 논의와 일정박기식’으로 흐름으로써 당연히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정부보조금·한국노총과의 관계 등 자주적 노동운동의 확립과 관계된 주요 현실 사안에 대해서도 시류에 흔들리고 있거나 분명한 태도를 유보함으로써 조합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민중연대투쟁을 주도하지 못한 채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시민운동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이데올로기·정책 수준에서 거꾸로 끌려다니고 있다. 국제연대에서도 지난 아셈(ASEM) 반대투쟁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세계 노동자계급의 대의에 입각한 활동과는 무관하게 행동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조직화와 관련해서도, 비정규직 완전철폐가 아닌 법적 보호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분출하는 비정규직 투쟁을 전체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모아내지 못함으로써, 총자본의 정규-비정규직 분할 통제전략을 돌파하지 못하면서, 총노동자계급의 대표조직으로서 자신을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들어 전체 정세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향후 노동운동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통일문제’에 대해서도 노동운동·계급운동의 관점에서 대응하지 못하고 협소한 민족주의에 갇혀 있거나 이른바 ‘통일일꾼’의 전유물로 방치하고 있다.
상층의 야합이 아닌, 대중의 요구와 의지를 반영해야
이런 상황과 조건에서 민주노총 3기 임원선거를 맞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금 민주노총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과 해결·극복·정립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는 상층 지도부만의 노력으로 풀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거행위가 노동자대중과 분리된 채 상층 지도부 사이의 ‘이합집산’이나 ‘정치적 야합’으로 흐르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 나서는 모든 세력은 노선과 경향을 불문하고 노동자대중이 선거의 주체로 설 수 있는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이를 대중 앞에 밝히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 하나의 방안은 대의원 선거구를 확정하고 대의원들이 조합원의 뜻과 의지에 따라 투표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에서 분명한 ‘쟁점’이 형성되도록 선거에 나서는 세력은 자신의 정치적 태도와 입장을 투명하고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노동자대중의 요구와 의지를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는 어떤 정치적 미사여구가 난무한다고 해도 한낱 ‘상층만의 잔치’에 불과하며 그 결과는 ‘찻잔 속의 폭풍’에 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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