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사)영화인회의 주최로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에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완전 민간자율기구화를 위하여’를 주제로 한 포럼이 개최됐다. 사실 이번 주제는 영화인회의에서만 몇 회 째 다루고 있는 것으로, 다른 영화관련 단체나 문화예술단체에서 열렸던 심포지엄이나 토론회까지 포함한다면 적지 않게 논의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인회의가 2001년 첫 번째 포럼의 주제로 다시 ‘영상물등급위원회(등급위)의 완전 민간자율기구화’를 들고 나온 이유는 그만큼 이 사안이 영화계에서 절실하다는 것과 더불어 그 움직임이 아직 미비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날 포럼은 30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심광현 영화인회의 정책위원장의 사회, 조광희 변호사, 전찬일 영화평론가, 하승우 영화인회의 정책위원회 실무위원 등의 발제로 진행됐다.
먼저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조광희 변호사는 등급위 관련 법률의 위헌성에 대한 발제를 통해 “현재 영화진흥법에 명시된 ‘등급보류’ 조항은 표현물을 직접 가위질하지 않지만 등급을 주지 않고 계속 보류시킴으로써 검열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이는 명백한 위헌이며, 영화 <거짓말>은 ‘등급보류’가 검열의 한 장치임을 확실히 드러내준 사례”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8월 16일 입법 예고한 영화진흥법 개정안 역시 ‘다른 법령에 저촉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상영등급을 분류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조항(제21조 4항)을 두고 있어 여전히 검열 즉, 위헌의 요소를 지니고 있음을 밝혔다. 조 변호사는 이와 더불어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문제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에 대해 헌법이 갖고 있는 실제성과 장식성을 들어 ‘이는 장식적인 요소의 헌법을 실제화하는 과정이고, 그들(보수 세력) 또한 다른 표현물(연극, 미술 등등)에 비해 영화를 현대의 가장 유력한 매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 대응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영화평론가의 입장이 아닌 등급위의 위원으로서 영화등급분류에 대한 실무 경험을 토대로 등급분류에 대한 일반적 과정과 관행에 대해 진술했다.
전찬일 씨는 등급위원구성, 등급분류과정을 통해 등급 분류가 일관성 없고 자의적일 수밖에 없음을 밝히고, 현재 등급위 위원들이 관행에 매달린 채 ‘노출불가’ 원칙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행이 하루 빨리 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등급보류 조항이 있기 때문에 등급위는 검열기구’임을 주장하고 ‘현재와 같은 등급위 체제와 방식, 인원 구성으로 제한상영관이 도입된다면 검열이 강화되는 것’이라며 제한상영등급과 등급보류 판정은 다를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찬일 씨는 ‘현재 등급위는 스스로의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찬일 씨는 발제 이전에 이번 주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완전 민간자율기구화를 위하여’에 대해 ‘완전’이라는 단어는 현재 등급위가 민간자율기구라는 것을 부분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완전’을 뺄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발제한 하승우 영화인회의 정책실무위원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등급기구와 등급제를 비교 분석하고 현재 우리나라 등급위의 위상과 새로운 등급위의 위상과 모델을 제시했다. 하승우 씨는 ‘미국식의 완전등급제를 지지하나 현실적으로 그 실현이 어렵다면 유럽식의 반관반민적인 등급기구도 제한적으로 참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하지만 유럽식 등급기구를 도입하더라도 등급위에 행정행위적 심사권을 위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앞서 조광희 변호사가 지적했던 영진법 개정안 제 21조 4항은 등급위에 행정행위적 심사권을 위임한 것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의를 검열의 성립요건으로 본 96년 헌법재판소에 결정을 거스르는 시대 착오적인 입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발제 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등급위 소속의 직원이 직접 나와 발제자와 포럼 참석자들과 함께 현재 등급위의 활동의 한계점과 재정적, 구조적 어려움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해묵었지만 결코 간과하고 할 수 없는 이번 주제를 갖고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기란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만큼 이번 포럼은 위험한 시도이기도 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새롭게 논의되거나 향후 구체적인 활동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동안 이러한 자리에 등급위 소속에 위원이나 직원은 찾아 볼 수 없었던 것에 비해 등급위 위원인 전찬일 씨를 비롯해 실무 직원이 함께 참석해 영화관련 단체와 등급위 양쪽이 함께 ‘등급위의 민간자율기구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는 점에서는 일정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구색 맞추기에 급급해 예전에 비해 별반 달라진 것 없었던 발제 내용과 실질적 논의의 부재라는 지적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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