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열(평화인권연대 활동가, alterite@jinbo.net)

최근 한국 무기시장에 대한 각국 정부 및 군수기업들의 로비가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월 7일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콜린 파웰 미 국무장관이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종으로 F-15K 전투기를 선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물의를 빚었으며, 3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하게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F-15K 전투기 생산업체인 보잉社는 아예 국내 주요일간지에 “한국의 안보는 F-15K가 책임집니다”라는 전면광고를 직접 게재하는 열의(?)까지 보이고 있다. 물론 한국무기시장에 대한 관심은 미국과 그 나라 군수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10월 아셈 회의에 참석했던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은 라팔 전투기를 생산하는 다쏘社 회장과 함께 방한해, 라팔 전투기의 한국 판매와 관련한 ‘모종의 부탁’이 있었음을 시사한바 있으며, 오는 2월 말 한국을 방문하는 푸틴 대통령 또한 수호이 전투기의 한국 판매를 ‘간곡히 부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무기업체들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지난 97년 금융위기이후 잠시 유보되었던 무기도입사업이 다시 본궤도에 오르면서, 올해에만 거의 10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무기도입사업의 기종이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무기시장에 대한 무기업체들의 관심은 단지 무기도입 사업 같은 일회성 ‘특수’에만 힘입은 것은 아니다. 이미 한국의 무기시장화, 더나아가 동북아시아 무기시장의 활성화는 90년대 중반이후 급격하게 진행되어오고 있으며, 여기에는 탈냉전이후 새로운 무기시장을 찾고 있는 초국적 군수기업들과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각국 행정부들의 행보, 그리고 한국 군사부문의 구조적인 체제변환노력들과 같은 여러 요인들이 서로 관계 맺고 있다.

한국의 무기무역과 관련한 몇가지 사실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무기시장화는 1990년대를 경유하면서 급속히 진행되었다.(표 1 참조) 아시아 지역의 무기도입은 88년부터 97년까지 세계 무기거래량 중 31%에서 49%로 급속히 증대되었으며, 95년을 기점으로 중동지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무기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톡콜롬 국제평화연구소의 연감에 따르면 이중 동아시아지역은 98년 현재 세계 무기거래량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동아시아의 무기시장화에는 몇가지 국제적으로 연관된 요인들이 작용했다. 그 내용을 개관해보면, 우선 탈냉전이후 국내시장 축소에 따른 군수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과 신흥무기시장을 둘러싼 수출국들의 경쟁이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했다. 예컨대, 1985년부터 97년 사이에 세계 국방비 지출이 30%가량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축소된 이윤을 증대시키기 위해 군수기업들은 초국가적 협력(인수 합병등)과 신흥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과 같은 주요 무기업체들은 이 기간동안 이루어진 인수 합병의 결과로 형성된 거대 초국적 군수기업들이며, 이 나라 정부들은 자국 군수산업의 기반을 보호하기 위해 무기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95년 개발도상국 혹은 분쟁지역에 대한 무기판매를 지원할 목적으로 “재래식 무기 이전정책”을 정비했으며, 과거 무기수출강국이었던 러시아는 “옛 소련시절 무기수출대국의 위치를 되찾기 위해(중앙일보 96년 7월)” 자국 군수산업에 대한 세금인하와 민간차원의 무기수출도 허용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군수기업들의 무기시장개척에 가장 큰 지렛대 역할을 했던 것은 이른바 ‘깡패국가론’으로 지칭되는 제국주의국가들의 군사전략이었다. 즉, 소련이 사라진 뒤 탈냉전기 새로운 골치덩이로 북한, 이라크 같은 나라들의 대량살상무기보유가능성을 과장하고, 이들 나라의 위협으로부터 자국 및 동맹국들의 안보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세계 도처에 대한 제국주의적 군사개입과 무력도발을 정당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동북아시아의 경우 94년 북한의 NPT 탈퇴, 98년 발사체 실험등을 이유로 미국은 아시아 지역의 안보를 저해하는 깡패국가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으며, 미사일방어체제(NMD/TMD)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 TMD 계획은 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동시에 아시아지역의 군사적 갈등과 무기시장화를 추동하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물론 이는 군수기업들 입장에서는 관련 무기개발과 무기수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같은 것이다. 여하튼, 이런 맥락에서 아시아지역은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새로운 최대 무기시장으로 급부상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경험했던 아시아국가들의 잠재적 무기구매력과 최근 들어 아시아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군 현대화계획 또한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대만과 더불어 동아시아 무기시장화의 가장 중심에 서 있는 나라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1994년 사이엔 세계 무기 도입 20위권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1994년 이후 무기도입이 급증하면서 현재에는 세계 4대 무기도입국에 꼽히는 나라가 되었다.(표2 참조)

전력증강사업

한국 무기시장의 팽창은 국내적으로는 군구조 개편이라는 국방부의 장기프로그램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다. 이 내용의 대강은 국방부가 작년에 공개한 ‘2000~2004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알 수 있는데,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에 대비… 앞으로 5년간 26조 7천 억원을 투자해, 북한은 물론 통일 이후의 안보환경변화에도 대비하는 기술집약형 군 구조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남·북한 정상회담에 이은 일련의 화해·협력 증진과 관계없이” 전력증강사업을 진행시키겠다고 밝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전력증강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또한 이번에 제출된 국방중기계획은 과거와는 달리 현정부의 ‘중기 재정계획’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계획하고 있는 전력증강이 단지 희망사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현가능성 또한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중기기간동안 국방부가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주요 무기도입사업은 다음과 같다. △육군의 전천후 공격헬기 대대 창설을 위한 AH-X 사업 (713억원), △공중감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무인정찰기(UAV) 확보사업 (470억원),△ 이지스급 구축함(KDX-Ⅲ) 기본설계 (58억원), △차기전투기(F-X)사업 (1,075억원), △차기 유도무기(SAM-X)사업 (200억원) △ 조기경보기 등.. 이중 대형공격헬기사업과 차기전투기사업, 그리고 차기 유도무기 사업은 도입기종을 올해 안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전력증강사업의 문제점은 다방면에 걸쳐있다. 우선 거론해야 할 문제는 북한의 위협 혹은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상황을 부풀려 다분히 공격적일 수 밖에 없는 무기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대형 헬기 도입사업인데, 국방부는 “남한의 전차보유수가 2250대에 불과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전차 3800대에 대응하기 위해서 공격용 헬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가 매년 발간하는 국방백서에 따르면 94년부터 99년까지 6년간 한국군 전차는 1950대에서 2250대로 늘어난 반면, 북한군 전차는 3800대 수준을 계속 유지했다. 또한 북한군 전차는 64%가 70년대 이전의 구형 전차여서 K-1 등 신형 전차 비중이 높은 한국군에 비해 질적으로 열세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열리고 있는 국회 국방위에서는 ” 수명 25년이 지난 전차를 제외할 경우 전차 전력은 남한이 1027대, 북한은 41대로 오히려 남한이 25대 1로 절대 우세하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하였다. 더욱이 대형 공격헬기의 유력기종으로 손꼽히고 있는 아파치 롱보우 AHD는 국제적으로 그 파괴적 효과가 널리 알려져 있는 열화우라늄탄의 탑재가 가능한 무기이기도 하다. 한편, 전력증강사업의 전역미사일방어체제와 관련성 또한 문제이다. 한국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누누히 TMD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조성태 국방장관은 “우리나라의 지역적 특성들을 고려할 때 TMD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재차 확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발언들과는 별개로 실제 한국이 전력증강사업을 통해 구입하려 하는 무기들이 TMD체계의 핵심적인 무기체계라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예컨대, 차기 유도무기사업(SAM-X)의 단독 후보기종인 PAC-3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TMD 저층 방어 시스템의 핵심 무기이며, 이지스급 전함은 요격미사일 NTW가 탑재되면 TMD상층방어시스템의 유기적인 일부분이 되는 전함이다. 결국 한국의 입장은 TMD 연구개발에 참여하지 않되 실제적인 무기도입을 통해 TMD체계에 편승하겠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무기도입사업이 여러 공격적 요소로 가득하고, 더나아가 TMD와도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남북관계에도 그리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작년 정상회담이후 한반도 평화의 가장 시급한 의제로 군축과 관련한 논의가 시급한 시점에, 역설적이게도 남한에서는 “전력증강과 무기판매쟁탈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는 사용되기 전부터 사람을 죽인다.

무기거래의 활성화는 결국엔 사회적으로 형성된 자원을 여러 유용한 부분에 투자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결국에는 여러 사회적 인권을 축소시킬 수 밖에 없다. 예컨대, 현재 전 세계적으로 7000억달러에 이르는 돈이 각종 무기개발과 무기거래에 투자되고 있는 반면, 인간의 기본적인 건강이나 영양과 같은 인간개발을 위해 사용되는 자원은 군비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에 전력증강사업비로 설정된 26조원 또한, 98년 민주노총 추산에 따르면, 당시 발생했던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자금으로 집계된 바 있다. “무기는 사용되기 전부터 사람을 죽인다”라는 금언이 무엇을 경고하는 말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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