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개인활동가, relbc@hotmail.net)
생명공학분야에서는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생명공학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한 영화인 ‘가타카’를 보셨습니까?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연아(일반적으로 아무런 유전적 가공도 없이 태어난 사람)이고, 동생은 여러 가지 우수한 유전정보들을 조합하여 태어난 사람입니다. 자연아인 주인공은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있고, 비만일 확률이 있으며, 저능아일 확률도 존재하고, 성인병에 시달려 고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무참히 짓밟혀집니다. 반면 그의 동생은 완벽한 유전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사람이었으므로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갑니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에서는 대검찰청, 한국복지재단, (주)바이오그랜드와 협약을 체결하여 유전자정보(DNA)를 활용한 미아(가족)찾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MBC뉴스를 통해 대검찰청 과학수사과 유전자감식실에서 감식한 유전정보를 통해 14년만에 잃어버렸던 아들을 찾은 부모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여주며 유전자 감식을 통한 미아찾기에 대한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쳤습니다. 머리카락 한올로도 개인의 유전정보를 쉽게 감식해 낼수 있는 기술의 발전에 감탄(–;)하기도 전에, 더 걱정되는 것은 미아찾기 사업 추진의 내용이었습니다. 미아찾기 사업은 말 그대로 전국의 미아들의 유전정보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의 유전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가족을 찾아주겠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유전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한 예는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유전자정보 채취 대상이 범죄자로 한정되어 있었으며 그마저도 개인인권침해라는 이유로 숱한 반대여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미 1996년부터 검찰에서는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정보은행의 구축을 계속 추진해왔으며, 이번 미아찾기 사업에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유전자의 검식등의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등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TV 뉴스의 감동적 드라마를 만드는 것에 큰 역할을 담당한 검찰에서는 유전자 검식에 필요한 기술들이 이전의 범죄자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며, 부모와 자식간의 공동의 유전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15가지 이상의 검사를 해야 했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세한 정보들이 검찰로 넘어갔을 때의 위력은 또 하나의 전자주민카드를 만드는 것과 다름 아닐 것입니다. 특히 유전정보를 제공하는 미아의 경우, 유전정보의 활용이나 정확한 지식 없이 부모를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정도의 내용으로도 간단하게 동의서를 얻을수도 있다는 잇점을 가지고 있어서, 미아들의 개인인권 침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또 한 측면에서는 미아나 범죄자등 사회적으로 소수자이며 약자에 속하는 이들로부터의 인권침해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물론 검찰에서는 개인유전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철저히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얼마전 헌혈 혈액이 민간기업이나 정부기관에 간단한 요청서만으로도 연구용이라는 외피를 쓰고 유출된 사건으로 보았을 때, 검찰의 다짐은 절대 신뢰할 수 있을만한 상황이 아닐것입니다. 지금 어디에선가 내가 헌혈한 혈액으로 민간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유전자연구를 위한 작업이 진행될지도 모르는 일인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유전자 연구에 대해서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생명공학기술은 세계 상위권에 도달해 있지만 그 기술의 활용에 대한 법적 규정이나 사회적 여론의 수위는 아직 기술 후진국의 수준이나 다름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일반대중들은 무차별 실험대상에 놓여진 상태입니다. 소수자들로부터 시작된 인권침해가 일반시민들에게까지 확대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영화 ‘가타카’에서처럼 유전정보기술의 남용으로 벌어질 이후의 문제도 심각하겠지만,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유전자정보은행 구축 사업이라는 황당한 발상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에게 어떤 말이나 또는 글을 쓴다는 것이 언젠가도 말했던 것처럼 지극히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부끄러운 반성문이 되어버릴 공산이 무척이나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모양의 협박 어린 모습과 지난번에 저지른 원고 빵구라는 대만행 때문이 아니라 할지라도 반성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 글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이 글을 쓴다. 반성문치고는 제법 건방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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