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둔 진실, 이제는 알고 싶다

반세기 동안 은폐된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요구 ◎

한국전쟁 시기 및 전쟁 전후에 발생했던 민간인학살 사건 모두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회의원들과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피해자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하는 ‘범국민위원회'(공동대표 강정구 등)와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나라와 문화를 생각하는 모임'(대표 김원웅, 아래 의원모임)이 공동주최한 ‘민간인학살 특별법’ 공청회가 열렸다. 지금까지 ‘거창학살’과 ‘제주 4·3’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된 바 있지만, 한국전쟁 전후 발생했던 민간인학살 전체를 다룰 수 있는 법은 없다.

공청회에서 발표된 ‘민간인학살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의 주요 골자는 48년 정부 수립 후부터 한국전쟁 정전협정일까지 발생한 ‘모든’ 민간인학살 사건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족 대표를 포함해 2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대통령소속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가 진상조사와 명예회복, 유골수습, 위령사업 등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특별법(안)은 또 광역단체장 산하에 실무위원회를 설치하며, 정부기관이나 단체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진상규명위원회 및 실무위원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청회 토론자로 나온 정맹근 경남산청 시천·삼장유족회 대표는 “한국전쟁당시 경남에선 수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아직까지 국민 대다수는 이러한 사실이 있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며 “가해자나 피해 당사자가 조금이라도 생존해 있는 지금 하루라도 빨리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론자였던 김원웅 의원도 “전쟁 중 민간인학살은 제네바, 헤이그 협약에도 위배되는 중대한 반인도적 범죄”라며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입법 추진이유를 밝혔다. 진상규명대책위와 의원모임은 6월 임시국회에 법안을 상정하고 늦어도 9월 정기국회까지는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심태섭]

◎ 민간국제법정에 미군 회부 ◎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학살을 저지른 미군이 민간 국제전범재판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미군학살만행 진상규명 전민족특별조사위원회'(아래 전민특위)는 21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5일부터 18일 사이에 북한을 방문했던 ‘미군만행국제진상조사단'(아래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와 6월에 열릴 ‘코리아국제전범재판소’ 일정 및 개요를 밝혔다. 전민특위는 지난해 1월 남북한, 해외 동포가 연합해 결성됐다.

램지 클라크 전 미국 법무부장관을 단장으로 한 진상조사단은 지난 16일 북한의 대표적 미군학살 자료박물관인 ‘신천박물관’을 비롯해, ‘5605애국자묘’, ‘400어머니묘’, ‘102어린이묘'(앞의 숫자는 사망자 수) 등을 돌아보는 등 북한 내 미군학살 사건의 증거 자료 및 증언들을 수집했다.

19일 서울에 도착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클라크 단장은 “한 북한여성이 미군에 의해 부모형제뿐 아니라 자신의 두 팔까지 절단당했다는 증언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정의 실현을 위해서도 남북한 민중들이 당한 불행과 고통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매우 절박한 과제임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 주민을 살해하면서 미군이 화학무기까지 사용했다는 증언도 방문기간동안 들었다”며 “이것은 유대인에 대한 나치의 만행을 능가하는 참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전민특위는 6월 23일 미국 뉴욕 인터쳐치센터에서 ‘코리아국제전범재판소’를 열 계획임을 밝혔다. 전민특위는 “전범재판소 재판장은 인도 전 대법관 지탕드라 샤르마 씨가 맡게되며, 공동 수석검사는 남측 변호사 변정수(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씨와 조선민주법률가협회 소속 북측 법률가 1명, 램지 클라크 씨가 함께 맡아 기소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남북한 법률가들은 오는 6월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전범재판소에 제출할 ‘남북 공동 기소장’을 작성할 예정이다.

또한 전범재판소 국제재판관은 조르쥬 헤이지 프랑스 상원의원, 벤자민 듀푸이 전 유엔주재 아이티 대사, 월터 설리반 팍스 크리스티 주교 등 14명이 맡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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