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는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개인정보보호에 대해 많은 관심이 고조되었던 해였다. 특히 해킹사건에 의한 65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은 개인정보보호와 보안의 중요성을 한껏 증대시킨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정부도 지속적으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법률적인 강화를 하고 있고 오는 7월부터는 한층 강화된 법률이 시행된다.
이러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보면서 이제는 다시 한번 개인정보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해봐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타인에 의해 유출 시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
사이트들은 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나
일반적인 사이트에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려 하면 가입화면에 주민등록번호란에 체크표시를 해가며 반드시 기록해야 하는 란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참고로 i-biznet은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란이 없습니다) 이들이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이유로는 대개 실명확인에 의한 온라인 피해 방지등을 내세우고 있다. 과연 실명확인이 되면 언어폭력이나 통신사기가 없어지는가 하는 문제를 보면 매우 부정적이다. 실명확인으로 정보화 역기능이 없어진다면 인터넷 이전에 활성화 했었던 PC통신에서 그런 일이 없어야 했다. 지금도 PC통신에는 매일 같이 언어폭력이나 불건전정보, 통신사기 같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 알다시피 PC통신은 거의 100% 실명이다. 실명제를 한다 해서 그런 역기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지난 10년간 증명해왔다.
오히려 그런 면보다는 사이트 관리차원에서 ‘편리’하게 하기 위해 이용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사이트에는 몇명의 실명회원이 있다라는 식의 과시용이나 광고주들로부터 광고를 유치하고 광고를 고객별로 타게팅시키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을 따름이다. 사실 각 사이트들이 실명과 이를 증명하기 위한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직장, 직장주소, 직장전화번호, 휴대폰 번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하는데 그만큼의 개인정보를 요구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가를 다시 한번 검토해 보았으면 한다.
사용자가 스스로 방위하는 개념으로 주민번호를 생성하여 이용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주민번호를 피하기 위해 생성기를 이용하여 주민번호를 생성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금의 현실이 그렇게 하는 사용자를 비난할 일인지 생각해 보자. 한국정보보호센터 산하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가 발표한 ‘개인정보보호침해 신고접수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2000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 총 2297건의 개인정보보호침해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4월에 113건에서 점차 증가해 12월에는 533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유형별로는 타인 개인정보의 훼손, 침해, 도용이 956건, 원하지않은 정보(전자우편, 전화, 팩스) 수신이 325건, 개인정보 열람·정정·삭제요구에 불응이 152건 등이다. 조치는 2133건이 고충처리 되었으나 2건의 수사의뢰와 36건이 사실확인 중이다.
동의 없는 제3자 제공 및 목적 외 사용과 원하지 않은 정보(전자우편, 전화, 팩스) 수신, 개인정보의 훼손, 침해, 도용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스스로 방위하는 개념으로 주민번호를 생성하고 가짜로 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사이트의 입장에서 보면 주민번호를 강제로 넣게하여 오히려 가짜정보를 양산해 내는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 결국 피해는 진짜 정보를 넣은 사용자에게 돌아간다. 외국의 경우를 봐도 그 어느 사이트도 개인을 정확하게 식별 가능케 하는 주민등록번호 같은 정보를 요구하지않는다. 그래도 운영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은가?
정보통신진흥협회, 2300만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하고 있어
정부의 태도는 더욱 문제가 많다. 통신관련법을 개정하며 앞으로 사이트에 주민등록번호를 생성하여 등록하는 사용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만들고 있다. 금융실명제는 그렇다치고 일반적인 웹사이트에 정통부가 나서서 주민등록번호와 개인정보를 넣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권력에 의한 국민의 통제수단으로서 인터넷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해석 할 수밖에 없다.
1998년 12월부터 정통부산하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신용정보 공동관리망을 통하여 온라인사이트의 신규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해주고 있다. 2000년 5월까지 1300만건의 실명확인요청을 받았고 2300만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이 신용정보를 시작한 개요를
1. 통신사업자와 공동으로 통신서비스를 이용하고 이용요금을 연체하는 이용자에 대한
신용정보를 상호 제공하고 이용하는 신용정보공동관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2. 운영통신서비스요금 연체가 없는 선의의 이용자의 보호측면에서 통신 요금체납자에 대해서는 신규가입제한 또는 금융거래, 신용거래등에 제한
이라고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휴대폰, 무선호출기, PC통신 체납자에 대한 신용정보로 시작하였다가 나중에 사이트 실명확인으로 확대되었다. 휴대폰 같은 요금의 체납자에 대한 제제를 위해 이용되는 것은 한편 이해가 되나 사이트의 실명확인을 하는 것에 신용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정당한 당위성이 없다.
정보통신부는 신용정보판매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사이트에서 신용정보공동망을 이용하여 회원의 실명을 확인 할 때 건당 20원의 사용료를 정보통신진흥협회에 지불한다. 간단히 말하면 신용정보공동망의 개인정보를 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상업용 사이트에 판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판매된 개인정보가 구매한사이트에서 유출되어 사용자의 피해로 돌아왔을 때 정보통신진흥협회는 어떤 책임을 질것인가.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다. 정통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용하지 않는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몇몇 사이트에서 실명확인을 하는 것을 자랑처럼 언론에 보도하고 있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정보는 최소한으로 꼭 필요한 것만 수집하고 특히 주민번호는 수집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웹사이트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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