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 미국/2001/루데스 포르틸로 Lourdes Portillo/75분/다큐멘터리

때와 곳: 8월 28일 (토) 3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대강의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찾아간 범행 지역에서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던 송강호의 그 눈길 말이다. ‘살인의 추억’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한 그 섬뜩한 공포의 눈빛은, 불행히도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비단 우리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사라진 여성들>은 아직도 계속 젊은 여성들이 죽어가는 멕시코의 국경지대 후아레스(Juarez)를 찾아간다. 이 지역에서는 1993년부터 현재까지 250여명의 젊은 여성들이 납치, 강간,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 사건의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 정부와 경찰, 언론의 묵인 아래 똑같은 희생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종된 어린 소녀들, 그리고 사막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되는 시신들.

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배후에는 미국과의 접경지대로서 마약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 지역의 특성이 자리잡고 있다. 마낄라도라, 세계화, 마약거래와 고위층의 연루, 지하 거대조직. 이 핵심 단어들이, 오랜 기간 동안 그토록 많은 여성들의 인권이 유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이자, 감독이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사건의 실마리이다.

멕시코에서 미국의 조립공장을 일컫는 말로 쓰이는 ‘마킬라도라’는 멕시코 식민지 시절에서 유래한 것으로 방앗간에서 옥수수를 빻을 때 절구통에 붙어 있는 옥수수 가루라는 뜻이다. ‘마낄라도라’란 미국이 옥수수를 들고 온 손님이라면, 멕시코는 미국의 옥수수를 빻아주고 절구통에 붙어있는 찌꺼기 가루만 가진다는 다소 냉소적인 비유인 셈이다. 외국 자본에 혜택을 주는 경제특구인 마킬라도라에 들어오는 외국 기업은 대부분 미국계 기업으로 멕시코의 저렴한 노동력을 노리고 들어온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단순 조립공정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대부분 미숙련 저임금 노동력을 선호하고, 따라서 미숙련 여성 노동력이 고용의 50%이상을 차지한다.

가난하고 어린 여성 혹은 여자아이들은 마낄라도라에 일자리를 얻는 것이 꿈인데, 여기에서는 마약거래가 일상화되어있다.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일을 할 경우, 생산성이 더 높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다. 주지사는 연쇄살인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여성들에게 밤늦게 귀가하지 말라는 방안을 내놓는다. <사라진 여성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계속 실종되고 살해되는 여성들을 방치하고 묵인하는 경찰, 이들과 모두 한 통속인 언론, 정부가 바로 공범이 아닌가 의문을 제기한다. <사라진 여성들>은 음울하고 서글픈, 답답한 현실에 대한 보고서이자 비가이다.

박혜미 (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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