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무장하라(Arm The Spirit)!
정신을 무장하라(Arm The Spirit, 웹사이트 : http://burn.ucsd.edu/∼ats/)
는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자율주의/반제국주의 정보센터로서 정치범, 민족해방
투쟁, 무장투쟁, 반파시즘, 가부장제에 대한 투쟁 등을 다루는 풍부한 자료를
퍼뜨리고 있다. 그중의 한명인 브라이언 K.(Brian K.)를 만나서 그들의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국제센터 먼저 당신 단체의 역사와 주요 활동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브라이언 1990년에 잡지로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주료 정치범, 특히 독일의
적군파(RAF)나 이탈리아의 붉은 여단(Red Brigade), 미국의 흑표범당
(Black Panther Party) 등 무장투쟁 조직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또한
수감된 북미의 백인 반제국주의자들과 푸에르토 리코 독립운동가들에도
관심을 기울였지요.
국제센터 무미아 아부자말(Mumia Abu-Jamal)도 지원했겠군요.
브라이언 물론이지요. 당시 북미에는 위와 같은 유럽의 운동이 영어로 소개되
지 않았었습니다.
국제센터 잡지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브라이언 90년도에 워싱턴DC에서 하나의 재판이 있었습니다. ‘저항음모사건
(Resistance Conspiracy Case)’라고 불린 사건이었는데 엘살바도르와
푸에르토 리코의 무장투쟁을 지원한 죄목이었지요. 수감된 정치범들에
게 편지를 보내고 책이나 돈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라
든가 하는 정보를 알려내었지요.
이전에 캐나다에서는 밴쿠버에서 발간되는 ‘저항(Resistance)’이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이때 막 발간이 중단되었지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성원중 몇 명은 무정부주
의흑십자단(Anarchists Black Cross)이라는 그룹과 관계를 맺고 있었
지요.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미국이나 캐나다에는 무정부주의 운동
이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그룹의 무정부주의자들이 모이는 연차
총회도 있었고 간행물도 여러 종류가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쇠퇴했고 간행물도 대부분 중단되었습니다. 우리 ‘정신을 무장하라’
그룹은 이들과는 달리 좀더 넓은 좌파의 문제들을 다루고자 했습니
다. 무정부주의는 그럴 수 없었지요. 무정부주의자들은 보통 민족해
방운동 같은 것은 다루지 않습니다.
국제센터 시위를 조직한다든가 하는 다른 활동도 벌였습니까?
브라이언 영사관앞에서 스페인이나 이태리의 단식중인 정치범들을 위해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소규모였지요. 북미
의 좌파, 특히 극좌파는 극히 소규모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 우리는 관심사를 더 넓혔는데 크게 두갈래로 나눌 수 있습
니다. 첫째, 남미와 북미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민족해방운동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쿠르드족 해방운동에 초점을 맞
추었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주택점거운동(squatting movement)과 반
파시즘운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후자는 무장투쟁은 아닙니다.
한국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접촉할 기회는 없었지요. 또한가지
변화는 92년에 인터넷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잡지 발간은 비
용이 너무 많이 들었고 따라서 인터넷에 집중하기 시작했지요.
국제센터 굉장히 이른 시기에 인터넷을 활용하기 시작했군요. 그런데 무슨 이
유로 관심이 옮겨졌지요?
브라이언 첫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무장운동들이 중단된 것입니다. 하지만 무
장투쟁을 했던 정치범들은 여전히 감옥에 있고 따라서 계속 이 문제
를 다루고 있지요. 또한가지 이유는 우리가 다른 좌파들과 생각이 달
라졌기 때문입니다. 북미에는 소수이지만 여전히 전투적 좌파들이 있
습니다. 트로츠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마오주의자 등등. 이들은 어
떤 문제를 다룰 때 자신들의 관점에서 다루지만 우리는 그 운동 자체
의 관점으로 다룹니다. 이런 점이 우리의 관심사가 풍부해진 이유가
될 수 있겠지요.
국제센터 인터넷 활동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브라이언 1995년에 메일링리스트와 홈페이지를 시작했습니다. 메일링리스트에
는 전세계 600여 개인과 그룹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우리 홈페이지에
모두 저장되어 있습니다.
국제센터 당신 그룹의 주요 성공사례를 소개해 주십시오.
브라이언 글쎄요. 무엇이 성공인지 모르겠군요. 작년에 페루 투팍아마루해방운
동(MRTA)이 일본대사관을 점거했을 때 우리는 굉장히 놀라운 행동이
라고 생각했다. 당시 우리는 그들이 제기했던 죄수문제라든가 신자유
주의 문제가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죠. 어쨋건 우리는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첫 번째
성명서와 독일신문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홈페이지에 실었습니다. 당
시 독일에는 두명의 페루인이 망명해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이들은
투팍아마루해방운동의 성원이었고 이 조직의 국제대변인으로 활동하
고 있었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성명서와 뉴스를 갱신했습니다. 독일
에 있던 대변인에게 편지를 보냈더니 고맙다고 하면서 홈페이지 작업
을 계속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후에는 그들이 직접 자신들의 목
소리를 홈페이지에 실을 수 있었지요. 우리 홈페이지가 많이 알려지
자 공식 언론매체들이 “인터넷 상의 게릴라”라며 크게 다루었지요.
당시 매일 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웹사이트를 방문했고 굉장히 많
은 나라들로부터 지지메시지가 왔습니다.
국제센터 그 당시에 당신들이 만든 것이 투팍아마루해방운동의 유일한 웹사이
트였습니까?
브라이언 유럽에도 하나 있었는데 스페인어로 되어있었습니다.
국제센터 지금도 이 웹사이트를 볼 수 있습니까?
브라이언 물론입니다. 투팍아마루해방운동이나 쿠르드민족해방운동 웹사이트를
여전히 볼 수 있는데 이는 단지 역사로서가 아니라 그 운동의 계속적
인 발전을 위한 것입니다. 또한 우리 메일링리스트는 95년부터 계속
우리 웹사이트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국제센터 최근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죠.
브라이언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계속적으로 알려내는 외에 책을 발간하려 준비
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독일의 자율주의 운동이나 유럽의 무장투쟁
운동에 관한 것이지요.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한편 신문이나 잡지 등의 인쇄매체를 발간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우리 메
일링리스트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 일종의 모순입니
다. 죄수들이나 가난한 국가들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
이죠. 다른 사람들이 우리 메일링리스트를 인쇄물로 출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국제센터 일본에 머무르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다른 성원들은 어디서 활동
하고 있지요? 성원들간의 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브라이언 다른 네 명은 토론토에 있습니다. 저는 일본에 있지만 우리는 인터넷
을 통해 어렵지 않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인터넷과 다
른 인쇄매체들을 얻어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지요.
국제센터 당신의 주요 관심사는 뭐지요?
브라이언 일본에 오기 전 독일에서 몇 년간 살면서 쿠르드민족해방운동을 지원
하는 일을 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쿠르드문제 전문가라고 할 수 있
지요. 현재는 독일과 계속 접촉하고 캐나다에도 쿠르드족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과의 연락을 통해 쿠르드 보고서를 만들고 있습
니다. 다른 성원들은 관심분야가 다르지요.
국제센터 쿠르드민족해방운동에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브라이언 냉전 이후 쿠르드족 해방운동을 막을 세력이 사라졌고, 93, 94년에
이에 대한 전유럽적인 운동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쿠르드해방운동이 매우 잘 조직되어 있음을 알았습니다. 또한 쿠르드
사회가 상당히 봉건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쿠르드해방운동을 이
끄는 주요 이념은 사회주의, 국제주의, 여성해방주의 등입니다. 이
점은 다른 민족해방투쟁과 다른 점이지요.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의
경우 계급적 문제 등은 매우 적게 다루어집니다. 냉전 이후 제국주의
반대를 말하는 사람들이 적어졌지만 쿠르드 민중들은 지속적으로 이
를 제기하고 있었고 그래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국제센터 쿠르드사회가 봉건적이라고 했는데, 사회주의나 여성해방주의가 운동
을 이끈다는 건 모순 아닌가요?
브라이언 물론 모순적이지요. 하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30년전만 하더
라도 쿠르드 여성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의무였지만 현재는 사회로
진출하고 있고 심지어 민족해방운동의 지도자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사고방식이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변화를 매우 고무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쿠르드 민중들은 여성
해방 없이 민족해방도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국제센터 다른 성원들은 어떤 부분을 다루지요?
브라이언 주로 반파시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요.
국제센터 좀 추상적으로 들리는데요. 반파시즘이 무슨 의미입니까?
브라이언 유럽의 극우파에 대항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는 유럽의 인종주의, 극우파에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운동입니다. 정
부나 국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파시스트 운동에 반대하는 것이지
요.
국제센터 북미에서 다루는 문제는 무엇이지요?
브라이언 북미는 거대한 파시스트 국가입니다. 특히 미국이 그렇지요. 오클라
호마 연방정부 폭파사건, 혹인교회 방화, 여성보건센터 파괴, 게이나
레즈비언에 대한 공격 등이 북미에 현존하는 파시스트 운동입니다.
국제센터 잠깐만요. 여성보건센터 왜 파괴당하지요?
브라이언 낙태시술하는 병원을 말하는 것이지요.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폭파사
건으로 전세계에 알려진 백인민병대가 가장 선두에 선 파시스트 운동
세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들은 클린턴 행정부를 좌익이라고 간주
합니다. 북미에서 반파시즘 운동은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지요.
국제센터 파시즘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광범위한 것이군요. 웹사이트에 실린 당
신 그룹의 소개글을 보면 반파시즘과 함께 자율주의(autonomism)라는
말이 나오는데 요. 제가 알고 있는 자율주의와 같은 건지 궁금하네
요. 북미에도 이와 같은 운동 흐름이 있나요? 앞에서 잠깐 나왔는데
무정부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브라이언 이탈리아에서 태동한 자율주의, 즉 아우또노미아와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지요. 사실 자율주의는 매우 광범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일부는 전통적 맑스주의에 대한 반대를 의미하고 한편으로는 포괄적
인 급진적 좌파, 혹은 정당에 속하지 않은 급진적 맑스주의를 의미하
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모두라고 할 수 있지요. 80년대 독일, 네덜
란드 등 유럽에서 급진적 청년학생운동이 생겨났습니다. 그들은 무정
부주의와도 관련이 있지만 자율주의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주로 무
장투쟁이나 팔레스타인해방운동 등과 연대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일
부는 공산주의자였지만 소련을 따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계승하는 자율주의는 이러한 것을 의미하지요. 물론 여기에는 사회민
주주의에 대한 거부도 빠질 수 없습니다. 다시 얘기하자면 우리가 사
용하는 자율주의라는 개념은 상당히 광범위한 것입니다.
국제센터 민족해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이 부분이 다른 무정부주의와
변별점을 갖는 것 같은데요.
브라이언 우리는 북미출신입니다. 북미라는 대륙 자체의 태생이 원주민인 인디
언을 절멸시킨 것이었고 그 이후
흑인 노예노동과 식민주의에 기반해서 성립된 곳입니다. 따라서 우리
는 자연스럽게 식민지와 민족해방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우리는 억압받는 민족들이 해방되어야 함을 인정하지만,
해방 이후에 새로운 지배계급이 동일한 지배체제를 계승하는 것에는
철저히 반대합니다. 이를 위해 민족해방에 성적 차별, 계급지배 등의
이슈가 결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가
무정부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정부주의는 민족문제에 대해
발언하지 않습니다.
국제센터 저희 질문은 다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인상이라든가 정치상
황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해 주시죠.
브라이언 서울에 며칠 머무르면서 어디에나 국기(태극기)가 걸려있는 걸 보면
서 참 이상하게 생각했지요. 현 정부가 비판을 봉쇄하기 위해 민족주
의를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전에도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한국관련 소식을 주의깊게 보아왔는데요. 여기 와서
든 느낌은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가 굉장히 ‘한국적’이라는 것이었습
니다. 또한 준법서약서라든가 정치범 문제 등을 좀더 알고 싶군요.
국제센터 한국 정치범 문제를 다룰 생각이 있습니까?
브라이언 물론이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고 있습니다. 우선
관심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계속 알려내는 작업을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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