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부당한 처사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일방적인 임금삭감, 노동강도의 강화, 작업환경의 비인간화 등 사장 마음대로 강요하는 노동조건에 무차별적으로 희생될 수 없다는 자생적인 결의가 그것이다.

“직원 대부분이 건축 등을 전공한 대졸자이기 때문에 노조는 생산직 노동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의식이 강했다”고 밝힌 안경기 씨는 이달초 회사쪽에서 직원 12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통고에 요즘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노조가 필요하다는걸 새삼 절감한다”고 털어놓기는 무노조 경영으로 악명 높은 삼성의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현재 5대 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삼성중공업은 한국중공업에 자산인수방식으로 합병될 것으로 발표됐다. 한국중공업 측이 ‘고용승계란 있을 수 없다’고 밝힌 가운데 1천5백여 명의 삼성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 건설 투쟁을 전개하다 해고된 김용희 씨 등 해고노동자들은 ‘삼성해고노동자 복직투쟁위원회’를 건설, 보다 강도 높은 복직투쟁과 고용안정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지금까지 고용안정투쟁에서 비켜나 있던 장애인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원하고 있다는 점.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의 조직국장 박경석 씨는 “지금까지 장애인 노동자들은 길들인 가축처럼 무기력했다. 기아임금, 장시간 노동, 비인간적 대우는 장애인 노동의 붙박이 장롱이었다”며, 그러나 “정리해고 사태를 맞아 장애인 노동자는

정리해고 1순위로써 속수무책 짤려 나가고 있다. 이제는 장애인 노동자도 노동조합을 건설하여 자신의 생존권을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고 강하게 역설했다.

“이제 끝났다. 패배를 인정하자”는 패배주의가 설득력을 갖는 요즘, 정리해고 반대투쟁 전선의 이면에는 선진적 투쟁의 단초들이 생생하게 발아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노동조합, 단결, 투쟁을 신뢰하는 아래로부터의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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