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의 재벌인 삼성은 창립 이래 ‘무노조 원칙’을 강력하게 유지해 왔다. 삼성의 초대 회장인 이병철이 “자신의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된다”고 공언했던 일화는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실제로 작년 삼성에 노동조합을 건설하려 한 활동가들은 시베리아로 전출 통지를 받기도 하였다. 그런 한편 삼성은 구조조정을 맞아 내부적으로 무자비한 인원감축을 추진해 왔으며, 이로 인해 이른바 ‘삼성맨’들의 생존권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드디어 삼성의 노동자들은 이병철(현재 회장은 이건희)의 눈에 흙을 뿌렸다. 지난 10월 9일 삼성의 실제적인 계열사인 신세계백화점에서 역사적인 노동조합 신고필증을 받은 것이다. 이것은 삼성의 집요한 탄압과 사측이 만든 유령노조의 반대가 있는 가운데 노조설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된 예상이 있은 다음에 발생한 사건이라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번의 노동조합 설립은 IMF 구제금융 이후 내수시장이 냉각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무임금 시간연장, 휴일근무 등 노동조건이 형편없이 열악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반란이다. 노조 설립과 동시에 800여 명이나 조합원으로 가입한 것은 이것의 정확한 반영!

한편 신세계 노조 설립에 이르기까지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상업노동조합연맹(상업노련)의 적극적인 지지가 뒷받침되었으며, 상업노련은 이를 통해 앞으로 유통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과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전선에 청신호를 울리

고 있다.

요즘 들어 전국에 신규 노동조합이 속속 건설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경우 지난 4월말 이래 노조수가 22개나 증가하였다. 그러나 사측의 집요하고 공공연한 막가파적인 탄압도 엄연히 존재한다. 지난 7월 25일 중부일보는 노조발기인 12

명을 보복성 해고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투쟁하면 승리한다는 것을 신세계 노조는 충분히 입증하였다. “35년의 회사 역사상 처음 벌어진 일이기에”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사측의 넋두리는 이제 고용안정 투쟁을 향한 노동자들의 무용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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