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3자가 어렵게 이끌어낸 합의사항을 `국민의 정부’ 스스로가 지키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18일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을 허용키로 한 1기 노사정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마련해 차관회의에 상정했으나, 법무부 등 일부 부처의 완강한 반대로 보류됐다.

지난 9월말 노사정위 재합의를 기초로 한 개정안은 초기업단위노조 가입 허용대상을 실업자 중 전직실업자로 한정하고 있으며, 구직활동을 포기한 장기실업자도 배제하는 등 1기 노사정위 합의보다는 크게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와 대검쪽은 △실업자는 근로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33조상의 근로자가 아니며 △실업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해줄 경우, 실업자만으로 노조설립이 가능해지고 정치세력화하는 등 공안상의 문제점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반대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두차례에 걸친 노사정위 합의사항을 정부 스스로 반대하는 것은 국민의 정부 신뢰성에 큰 먹칠을 하는 것”이라며 난감해 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의 노사정위 탈퇴 및 대정부 투쟁의 빌미를 제공해 산업평화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동부는 특히 법무부의 주장이 법리상으로 잘못됐을 뿐 아니라, 지나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임금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로 규정돼 있어, 실업자도 노조설립 및 가입이 가능한 근로자 개념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라고 강조한다.

또 실업자에게도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게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노동기준이자 관행으로서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 대부분이 실업여부를 불문하고 노조가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만 이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7차례나 시정권고를 한 국제노동기구는 18일 열린 이사회에서 한국에 대해 실업자 노조가입을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하라는 내용의 잠정권고안을 거듭 채택했다.

초기업단위노조란 기업을 토대로 하지 않고 있는 지역별·업종별 노조를 이르는 것으로 성남지역제화공노조, 연예인노조, 항운노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노동부는 지난해말 현재 초기업단위노조는 148개로 10만7000명이 가입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매듭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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