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근로시간 단축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사회논리와 기업논리’팽팽’

근로시간 단축으로 어느 정도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까?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정말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가중시키고 실업을 증가시키는 것일까?

27일 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원기) 주최로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국제회의 장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노·사 대표와 학 계 인사들은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열띤 공방을 벌였다.

김소영 노사정위 책임전문위원은 기조발제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 사 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라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유지 및 고용창출 효과를 유발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식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과 윤우현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적어도 40시간까지 임금삭감없이 근로시간을 줄여 실업을 막아야 한다”며 “특히 실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 초과근무에 대한 각종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영배 한국경총 상무이사는 “임금삭감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오히려 실업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시급한 구 조조정을 효과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원활한 고용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나타나는 긍정적·부정적 효과는 무엇이며, 이를 통한 고용창출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은 어떤 것일까?

◆ 고용창출 효과 = 지난 94년 독일 폴크스바겐사, 노사는 10만여명 종업 원 중 3만여명의 감원대신 20%의 임금삭감과 주 4일 근무에 합의하고 이들 의 고용을 유지했다. 또 올들어 프랑스에서는 실업예방의 대안으로 법정 기 준근로시간을 주당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시간단축촉진법 (Aubry법)을 제정, 2000년부터 20인이상 사업장에 주 39시간에서 35시간으 로 단축하도록 했다.

민주노총 윤우현 정책국장은 이같은 외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법정근로 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하면 현재 연간 실노동시간 2,500시간을 2,000시 간으로 줄일 수 있고, 그 결과 약 200만명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 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이정식 국장은 “시간단축으로 고용을 유지했을 때 간접노무비용 이 단기적으로 증대할 수도 있으나, 시간단축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실업감 소와 고용유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효 과가 훨씬 뛰어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특히 근로시간 단축은 ‘감원을 중심으로 한 고용파괴형 구조조정’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한 고용 안정형 구조조정’의 대안을 제시하는 적극적 실업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경총 김영배 상무는 “우리나라 기업의 과잉인력은 약 20%이상이며,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그 비율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향후 3 4년 경 기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속에서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오히려 실업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반대논리를 폈다.

서강대 남성일 교수도 근로시간이 많이 단축된 나라일수록 실업률이 높다 는 연구보고서를 예로 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오히려 시간당 생산성이 떨어져 기업부담을 늘리며 고용창출 효과도 없을 것”이라 고 잘라 말했다.

◆ 임금 손실분 부담 = 노동계는 현재 44시간인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줄어들기까지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임금감축은 있을 수 없다 는 주장을 폈다.

한국노총 이정식 국장은 “89년 근로시간을 48시간에서 44시간을 줄일 때 도 임금삭감은 없었고, ILO도 임금삭감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권고하고 있다 “며 “서구의 사례를 보더라도 적어도 주40시간까지는 임금삭감 없는 시간단 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총 김영배 상무는 “임금삭감을 하지 않고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 단축된 시간만큼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매출에 영향을 미쳐 고용창 출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소영 책임전문위원은 “고용유지 차원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실질임금의 삭감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므로 임금삭감을 근로자측이 수용하 고, 근로자의 소득상실분의 일정 부분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 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꼭 지금 시기여야 하는가 = 경영계는 경제위기 극복이 시급한 이 시점 에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쟁점이 되는 것에 불만이다.

경총 김영배 상무는 “가동률이 떨어지고 기계가 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입 되는 노동력이 같다는 것은 준고정적 노동비용만 늘어나는 꼴”이라고 “현 시기는 근로시간 단축보다는 기업 스스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상황 을 타개하는 데 주력할 때”라며 이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노민기 근로기준과장은 “실업대책이든 여가활용이든 임 금삭감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선(善)”이라며 “지금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유지·창출과 함께 시간당 생산성 향상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최적기 “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윤우현 국장은 “근로시간 단축방안이야 말고 가장 확실한 사회 안전망”이라며 “정부는 눈먼돈을 실업대책에 쓸 것이 아리나 효율성을 위해 서라도 근로시간 단축에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실근로시간 단축 = 노동계의 주장대로 법정 근로시간이 줄어든다고 해 도 실근로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공염불이다.

노동부 노민기 과장은 “실근로시간 단축없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못박으면서 “법정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을 줄이는 것은 주5일제 근무 등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 근로시간 유연화, 휴일·휴가제도 개선 방안 등을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 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이정식 국장은 “시간외수당 할증률을 상향 조정하거나 잔업수당 대신 의무적인 휴가부여로 잔업에 대한 보상을 하는 방법 등으로, 노동자에 게는 추가소득을 얻기 위해 잔업을 선호하는 유인자체를 줄이고, 사용자에 대해서는 잔업확대 여건을 추가고용 기회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실근로시간 단축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노총 윤우현 국장은 “기본급 비중 확대, 연장근로 제한, 휴일휴가 확 대 등 실근로시간 단축을 촉진과 임금보전 방안이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 라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시간 단축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 했다.

[저 자] 이정희 기자

[출 처] 매일노동뉴스

[발 행 일] 1998.11.28

[발 행 처]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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