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이 27일 성당 내 6개 농성장 가운데 5개 농성장을 강제철거했다.이날 철거로 성당에서 쫓겨 나게 된 농성자들은 한총련 농성단, 조흥시스템 퇴출노동자, 건 설일용직노조,

‘새날을 여는 실업자연맹’ 회원들이며, 전날 철수한 금성기공 해고자들의 농성장도 철거됐다.

농성장에 대한 강제철거는 오전 11시경 시작돼, 오후 3시경까지 만도기계 농성천막을 제외 한 다섯 개 농성천막이 모두 철거됐다. 이 과정에서 철거를 저지하려는 농성자들의 강력한 항의가 벌어졌으며, 철거를 제지하던 대학생 허 아무개 씨가 부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만도기계의 경우, 수배자들이 농성중이어서 철거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철거에 앞장 선 사람들은 30여 명의 남녀 신도들. 그 가운데엔 명동성당의 신도가 아닌 ‘인부’도 포함돼 있었다. 철거에 나선 신도들은 “빨리 치워버리라”는 고성과 함께 시종 독기를 감추지 않았으며, 농성자들에게 반말섞인 욕설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철거에 참여한 한 신도는 “보기에 안 좋고 성당 시설도 훼손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며, “농성이 계속되면서 신도 숫자가 줄어드는 등 성당이 입은 피해도 막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철거사태가 벌어지기까지 농성자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기간의 농성이 진행되면서 농성자 가운데 일부가 술판을 벌이는 등 농성기강이 문 란했던 점이 여러차례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자진철거 의사를 밝힌 농성자들 을 막무가내로 내몬 것은 그동안 ‘민주화의 성지’로 존경을 받아온 명동성당의 명성에 커다 란 먹칠을 한 결과가 됐다. 민주노총 신현훈 쟁의부장은 “지난 9월말 11개 농성장의 순차적인 자진철거 계획을 성당측에 알렸고, 이에 따라 이미 5개 농성단이 철수한 상황이었다”며 성당측의 조처를 비판했다.

명동성당의 김지영 신부는 “농성이 너무 오래 진행되어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비워주고 그 자리에 새로운 농성자가 들어오는 시위문화가 바람직하지 않냐”며 “자진철거 약속을 계 속 미루니까 신도들이 결국 참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신부는 “이번 강제철 거가 앞으로 명동성당 농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밝혔다.

조흥은행으로부터 퇴출당한 뒤, 126일간 농성을 진행해왔던 조흥시스템 해고자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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