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의 병을 낫게 하고 식량문제를 단숨에 해결해주는 구원의 손인가, 아니면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 잠재적 폭발물인가. 유전자조작생물체(LMO.Living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를 보는 시각은 세계 석학들 사이에서도 이처럼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그런 만큼 21세기를 뜨겁게 달굴 논쟁거
리인 것이다.
9개 시민.환경단체들이 오는 4일 미국산 LMO 콩이 수입되는 데 대한 반대시위를 벌이기로 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외국에선 LMO를 둘러싼 논쟁이 활발하다 못해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을 낳고 있을 정도다.
지난 6월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회원들은 프랑스 파리의 여러 슈퍼마켓에 침입, LMO 콩이나 옥수수 등이 첨가된 포테이토 칩과 비스킷 등의 식품을 강제 철거했다. 식품포장에 LMO 표시를 하도록 한 유럽연합(EU)의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이유였다.
영국에선 지난 7월 한 유기농법 농부가 제기한 “유전자조작 옥수수 농사 금지청구소송”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것을 계기로 찬.반 세력의 충돌이 갈수록 번져가고 있다. 최근 6개월간 300여개의 LMO 재배 시험장 중 40개 이상이 환경단체들에 의해 파괴됐다는 보고가 있다.
스위스는 아예 생명공학연구 자체를 제한하자는 내용의 국민투표를 지난 6월 실시하기도 했다. 연구를 제한하자는 안에 34%가 찬성해 부결됐지만 그만큼 논의가 성숙돼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결과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선거를 앞두고 기업들이 대대적인 홍보를 펼친 때문”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LMO를 생산하는 미국 정부는 시판전 모든 LMO 식물에 대해 시험재배를 해 안전성을 측정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대며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국가도 사실 현재로선 없다.
그러나 문제는 LMO가 한번 환경에 노출되면 어떤 환경 또는 유전자와 결합해 어떻게 변모할지 지금으로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잠재적 위험이다. 흰쥐가 검은쥐가 되고 인간의 심장을 가진 돼지가 태어나는 등 수억년의 진화를 단숨에 뛰어넘는 생물체가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가 감히 속단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만든 새 생물체는 35억년에 걸친 진화의 역사를 한순간에 바꾸게 되므로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이 지나치면 자칫 생명공학의 연구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환경론자들이 어떤 제동을 걸더라도 21세기 국가경쟁력은 결국 생명공학에 달려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생명공학연구소 김환묵박사는 “LMO에 대해 근거없는 부정적 견해가 퍼져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국가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 LMO에 대한 안전성 체계를 갖추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종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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