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0일은 세계인권선언이 탄생한지 50년이 되는 날이다.반문명의 반성위에서 탄생한 ‘인권선언’은 50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에서 또 다른 의미로 부활한다.인권법 제정이 코앞에 닥친 가운데 사회 저변의 인권의식도 눈에띄게 달라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인권은 무엇인가’하는 물음에는쉽사리 답하지 못하는 것이 또한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아직도 주변에서는인권침해와 차별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1998년 12월 ‘한국의 인권’을점검해본다.[편집자주]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순간에 서 있습니다.인권법 제정과 국가인권기구의설립에 여야와 시민단체가 합의했습니다.이는 실로 엄청난 일입니다.이로써우리나라는 마침내 ‘인권국가’의 기틀을 마련…]
12월10일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과연 이런 내용의 연설을 할수 있을까?
인권과 관련,올해는 두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해이다.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자 국가보안법이 제정된지 50년이 되는 해이기도하다. 정부가 올초부터 인권법제정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설치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까닭은 여기에 있다.
정부는 그동안 세계인권선언 50년째가 되는 12월10일을 인권법 탄생의 ‘D데이’로 삼고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법무부가 법안을 마련하고 공청회도 한차례 개최했다.
그러나 계획대로 인권법이 입법될 지는 미지수이다.법무부와 인권·시민단체간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인권문제를 ‘전담’할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문제에 있다.
법무부가 독립적인 민간법인을 고집하고 있는 반면, 인권·시민단체는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설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양측은 이 문제에 관한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시민단체 입장에는 여당인 국민회의가동조하고 있다.
법무부는 인권위가 인권보장을 위한 기존의 국가기관을 대체하는 기구가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기구로 규정하고 있다.인권보장은 국가기관의 기본적책무라는 전제하에 여기서 간과할 수 있는 ‘틈새’를 인권위가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따라서 비국가기구,즉 특수법인으로 설립해야 한다는 게 법무부측의 논리이다.
반면 시민단체는 서구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도 국가기관의 인권침해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기존 국가기관에 인권보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다른 국가기관이 이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시민단체는 법무부측이 검찰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인권위의 국가기구화에 반대하는 것이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인권위를 법무부의 산하단체로 만들어 직접 감독지휘할 속셈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김대통령이 인권위를 ‘유엔권고안’에 따라 구성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입장이 이렇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은 유엔권고안의 해석차에서 비롯된다.
유엔에서 ‘국가인권기구’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지난 78년부터였다.유엔은 인권위원회에서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를 거친 끝에 93년 ‘인권 보장 및증진을 위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원칙’을 결의안으로 채택했다.유엔권고안은 ‘파리원칙’으로 불리는 이 결의안과 95년 유엔인권센터가 발간한 ‘국가인권기구 설립지침서’를 함께 가리키는 말이다.
유엔권고안에는 인권기구가 ‘국가기구’ 또는 ‘민간법인’이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다만 인권위가 정부를 비롯한 모든 공적·사적 기관의영향력에서 벗어나 법률행위능력과 의사결정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독립된법적지위를 보장하도록 돼 있다.
외국의 경우 민간법인(영국 뉴질랜드)과 국가기구(인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필리핀)로 양분돼 있다.법무부측은 법무부안만 가지고도 우수한 모델이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중요한 인권침해 행위를 다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업무범위가 넓고 권고권,조정권,수용시설 불시시찰권 등 외국 인권위가 갖지못한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측은 우리의 독특한 인권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구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한다.현재 우리의 법체계나 관행상 인권위를민간법인으로 했을 경우,법무부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국민의무관심과 시민단체의 냉대 속에서 무리하게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지 말고 시한을 늦추더라도 충분한 논의와 대국민 캠페인을 거친 뒤 입법화해야 한다는게 시민단체측의 주장이다. 시민단체측은 법무부가 자체안을 고집,인권위를민간법인으로 했을 경우 실력행사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권위의 위상 이외에 다른 부분은 대부분 합의가 이뤄진 상태이다.법무부는 11월28일 3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당정협의에서 인권위의 위상과 성격부분을 뺀 나머지 부분에 대해 대폭 양보한 수정안을 제출했다.이는 시민단체측이 수용한 국민회의안과 대부분 일치한다.결국 인권위의 위상 문제가 인권법 제정의 최대 ‘걸림돌’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인권법 제정과 국가인권기구 설치 문제는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논의되기 시작됐다.김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내용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했다.더욱이 김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인권보장을 강화하고 국민인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이 문제는지난 6월초 김대통령이 국제인권연맹의 인권상 수상을 계기로 급류를 타기시작,9월25일 마침내 법무부 시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감시를 받아야 할’ 법무부가인권법 제정의 주체로 나선데 의구심을 나타낸 민간단체들은 9월17일 인권법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 민간단체공동추진위원회(국가인권기구공추위)를결성, 독자적인 시안을 마련하는 한편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공추위에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등의 인권단체를 비롯,경실련 참여연대 등총 3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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