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그 해에만 임수경·임종석씨, 문익환 목사 등 1천여명의 양심수가 구속됐지만 노태우 대통령은 “양심수는 한명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민가협 회원들은 그 암담한 현실을 문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그해 12월28일 어렵게 마련한 무대에서 정태춘 안치환씨, 성악가 정은숙씨 등이 노래를 불렀고 그 사이사이 양심수들의 이름이 나지막히 울려퍼졌다.

그 공연,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이 이제 10돌을 맞는다. 세계인권선언 50주년 기념일 이틀 뒤인 12일 오후 6시 장충체육관. 정태춘 박은옥 김종서 김창완 전인권씨, 그룹 사랑과평화 안치환과자유 자우림 꽃다지 조국과청춘 가극단 금강과 배우 문성근 명계남 원창연씨, 올해 석방된 시인 박노해씨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들려주는 노래와 극과 시에서 우리는 양심수 문제를 만나게 된다.

문성근씨, 금강의 배우들, 박노해 시인이 시극 <98 겨울 감옥>을 꾸며 난방시설 하나없는 감방에서 체온만으로 이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양심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김창완씨가 양심수 자녀들과 함께 <개구장이> 등을 부른다. 안치환씨와 꽃다지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같이 부르고, 자우림과 사랑과평화 등이 모두 라이브로 공연한다. 첫 공연을 함께 연출했던 문호근(예술의전당 예술감독)씨와 김정환씨가 나란히 연출을 맡았다.

지난 10여년 동안 이 공연에는 사연도 많았다. 지금까지 약 10만명의 관객이 이 공연에 동참했고 모든 출연진은 출연료를 전혀 받지 않고 이 무대에 섰다. 정태춘씨는 10번 공연에 개근했고 김종서씨는 대학축제인 줄 알고 우연히 이 무대에 섰다가 공연의 뜻을 이해하고 이번까지 다섯 차례 참가하는 단골손님이 됐다. 96년 공연은 원천봉쇄됐다가 15분 전에야 입장이 허가되기도 했다. 고 김광석, 고 김남주 시인, 고 문익환 목사, 한영애, 넥스트, 패닉, 지하철노조노래패 소리물결, 새하늘새땅 등 전혀 다른 활동을 펴온 사람들이 이 무대에서 한 마음으로 만났다. 항상 “이번이 마지막 공연이기를 바라며”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을 만들어온 출연진과 관객들은 71살의 우용각씨 등 405명의 양심수(10월21일 현재)가 여전히 감옥 안에 있는 현실 앞에서 올해도 다시 공연장에 모인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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