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간 회담은 지금 열리고 있는 핵의혹 지하시설 회담 뿐 아니
라 미사일 회담, 테러국 지정해제 회담, 미군유해 송환회담 등 여
러가지가 있다.
이런 현안에 대한 해법은 매우 제한돼 있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
은 주고 받는 것이다. 북한은 94년 핵문제때도 그랬듯이 `값’만
맞으면 문제를 푼다. 금창리 지하시설 문제도 북한은 입장료를 내
라는 것이고, 미사일 문제도 결국 돈이며, 유해송환 문제에도 유
해발굴에 필요한 경비문제가 개재된다.
그러나 미국이 줄 수 있는 것은 제한돼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
지급해온 식량지원, 경제제재 완화 또는 해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책, 외교관계 격상 등이다. 문제는 현안들을 따로따로 놓고
협상할 경우 이 당근을 나눠줘야 하는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면
당근의 효용성도, 협상타결 가능성도 줄어든다.
지금 문제가 돼있는 금창리 지하시설 문제도 그렇다. 북한은 입
장료를 내라고 하고, 미국은 `보상’을 뜻하는 입장료는 내지 못하
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식량지원
등 대북지원을 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북한을 압박한다. 말을 바
꾸면 문제가 풀리면 식량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지하시
설 입장료와 식량지원 문제가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공식
화할 처지는 아니다. 그러나 일괄타결 속에서는 그런 문제들이 녹
아서 처리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일괄타결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 대표단이 일괄타결 해법에 대해 기초
적인 견해를 나눴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되는 일이다. 김대중 대통
령이 윌리엄 페리 한반도 조정관을 만나 일괄타결 해법을 제시한
것이 이런 논의의 물꼬를 튼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
은 본다. 94년 핵협상때 미국의 `포괄적 해결’의 바지가랭이를 붙
잡고 늘어진 김영삼 정부의 대북정책과 구분되는 대목이다.
미국 강경파들이 지하시설 문제를 필요 이상의 위기상황으로 부
풀려 놓고, 국무부 한반도팀이 뚜렷한 비전이나 방향도 없이 표류
해온 상황에서 비록 초보적인 탐색단계이긴 하지만 일괄타결 문제
가 논의되는 것은 북미관계 진전방향의 가닥을 잡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런 틀에서 볼때 지금 현안으로 떠오른 지하시설 문제가 내년
봄께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북한이 지하시
설에 대한 현장접근 필요성을 인정하고 현장접근 방안에 대해 1차
평양회담서 제기한 3억 달러 현금보상 문제를 완고하게 고집하지
않은 것은 사태의 진전”이라고 평가한 회담에 정통한 한 소식통
은 “미국 의회가 케도 예산 집행의 조건으로 명기한 지하시설 문
제해결의 시한인 5월말 이전에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
다”고 말했다. 식량과 중유를 비롯해 기본합의 틀 안에서 얻는
것이 상당한 북한으로서도 이를 쉽게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들은 이 과정에서 식량지원, 경제제재 완화 등 대북지원문
제가 다른 현안들과 함깨 묶어지는 일괄타결 방식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연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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