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위대의 대외 활동영역을 확장하고 한반도의 유사시에 자위대의 후방지원을 용인하는 쪽으로 급속히 나아가고 있다.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자민-자유당 연립정권 출범을 앞두고 26일 연립협상의 최대 난제인 안보문제를 조율해 나가기 위한 `기본원칙’을 확정했다. 기본원칙은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일본이 “더욱 적극 기여하도록 한다”고 명시하는 외에 유엔 다국적군에 대해 일본이 “무력행사와 일체화하지 않는 형태로 후방지원 등의 협력을 해나갈 것을 검토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본원칙은 또 `헌법틀 안에서’라는 전제 아래 분쟁지역의 무장해제와 감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자위대의 본격참가를 동결한 조처를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도록 돼있다.

한편 야당인 민주·공명당은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 법안과 관련해 한반도에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군의 요청과 유엔의 결의에 따라 자위대가 후방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간 나오토 민주당 대표는 26일 <텔레비전아사히>에 출연해 “북한문제는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라크의 경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포동이 날고 잠수함이 일본해(동해)에서 이동하고 있다. 전수방위, 미일 안보 조약 상의 (미군지원)의무와 겹친다. 어느 정도 지원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방위에 결부되는 일은 해도 된다는 게 헌법해석”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와 함께 출연한 간자키 다케노리 공명당 대표도 자위대는 “전투행위에 참가할 수는 없어도 후방지원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개입 목적과 임무가 무력행사를 수반하는 것이라면 헌법상 이것은 허용될 수 없다”(80년 정부 답변서)는 견해에 따라 전선으로 무기를 수송하는 활동이나 부상병을 치료하는 활동 등은 문제가 있다는 자세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오부치 총리는 “일본이 무력행사를 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무력행사와 일체화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의료활동을 포함한 후방지원 등의 협력은 헌법상 허용된다”(지난 7일)며 자위대 파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고, 이번 기본원칙은 이를 더욱 명확히 한 것이다.

기본원칙은 자위대의 유엔 평화유지군 참가와 협력을 주장하는 등 안보와 관련한 헌법 재해석을 요구하면서 이를 자자연립의 명분으로 삼아온 자유당쪽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형식을 밟고 있다. 문제는 “무력행사와 일체화”의 해석에 관한 논란이다. 이에 대한 자민당의 해석은 자위대가 직접 무력행사에 나서지 않는 한 무력행사를 포함한 유엔 등의 활동에 협력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결국 부상병 후방치료, 통신지원, 병력·물자수송,연료보급, 항공기·선박·차량정비, 선박임검까지 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민주·공명당의 후방지원 합헌발언은 이런 방향전환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이며, 특히 한반도 유사사태시 자위대의 간접개입을 허용하는 것이어서 내년 정기국회에 상정될 미일 방위협력지침 관련 법안(주변사태 법안, 자위대 개정법안, 미일 물자용역 상호제공협정 포함)의 통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동북아 군사긴급사태 발생시에 대비한 국방당국간 긴급연락체제 정비 기본합의 등 최근 한일 두 나라 사이에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안보협력 강화도 이런 움직임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북한의 핵의혹 및 미사일 개발은 이런 변화의 직접적 원인이자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이런 변화가 북한의 강경자세를 합리화하는 악순환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도쿄/한승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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