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 창동 마애불(中原倉洞磨崖佛). 충북 충주시 가금면 창동 240 소재. 시도유형문화재 제76호

눈 덮여 흰빛뿐인, 문경 새재 넘었네

아래로 흐르는 것이 제 본연의 의무라는 듯,

맑은 살얼음 밑으로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

흰 옷자락들이 분분히 나려 대지를 덮고 길을 덮고

마른 나뭇가지와 푸른 솔잎을 덮어

무한히 흰 빛에 둘러쌓인 계곡 따라

생각도 말도 다 잊고 꿈결인 양 걸었네

다 갈아엎고 파고 들어낸다는데

버들치와 가재는 구호도 내걸 줄 몰랐네

몽땅 가르고 쌓고 막아 뱃길 낸다는데

오래 흘러온 물은 제 길이라 목청 높이지 않고

달래강은 찰랑찰랑 마애불 발목만 애무하듯 닦아 주는데

나는 저 말 못하는 것들에게 왜 이리 미안한가

‘한반도 운하는 대재앙이다’ 플래카드 따라가는

나는 왜 자꾸 고개가 떨궈지는가

제 것이라 주장할 법적 소유권도 등기도 없이

빼앗고 죽이고 갈아 뭉개도 선언문 한줄은커녕

아프다 말 한 마디 못하는 저 순한 산하 앞에서

나는 왜 자꾸 무릎이 꺾이는가

생명을 밟고 지나가고도 매번 뒤늦게 알아차리는

나는 왜 과오덩어리인 것만 같은가

푸른 천공을 받아안은 물은 변함없이 제 길을 가는데

마애불은 돌아앉아 말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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