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이후 노조원 23% 감소…노조의 전략과 활동 근본적 수정 필요
– 권현지 연구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월례토론회서 제기
노조조직률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더구나 고착화되고 있는 원인을 노조운동의 내부에서 찾아내고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주최한 1월 월례토론회에서 권현지 연구원은 “현재 우리 노조운동이 맞고 있는 조직률 저하 위기가 경기 요인과 실업률 증가 등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노동조합의 대응력이나 보호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노동조합의 구조적, 전략적 한계”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 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해결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최근 노조조직률 하락 경향을 세가지 측면, 즉 여성 노조원의 현저한 감소와 중소노조의 생존력 감퇴, 그리고 산업의 서비스화에 대한 노조대응력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89∼97년 기간 동안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 이상 늘었지만 여성노동자의 조직률은 5.6%로 남성노동자의 14.9%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90년 이후 남성 노동자의 조직률이 -14.83% 하락하는 동안에 여성노동자의 조직률 하락은 -45.36%에 이른다.
두 번째로 중소영세기업 노조들이 대규모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러한 중소영세기업노조들의 탈락현상은 “노조활동의 성패가 기업내 단위노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일수록 노조가입 성향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조직률의 하락세가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결국 노조에 가입할 의사가 있는 혹은 노조가 필요한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없는 조직구조의 문제점을 노조운동이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노조원 상실을 어떻게 상쇄하나
이와 함께 권 연구원은 “85년 이후 제조업 노조의 비중이 51%에서 35%로 대폭 줄어들었지만, 이것은 비제조업 노조의 상대적인 증가 때문이 아니라 제조업 노조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비중이 높아져 가고 있는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에 대한 특별한 조직화 프로그램을 통해 감소분을 보충할 수 없다면 노조조직률이 더욱 현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컨대 노동운동이 조직적인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산업과 노동시장의 흥망성쇠와 함께 부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되, 그것에 대해 노조운동이 얼마나 예민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느냐 여부가 노조조직률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노동자규모가 증가되고 있는 비제조업 특히 서비스 및 기타 부문의 경우 조합원수가 피고용자 증가추세를 쫓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조직률 감소가 나타나면서 제조업의 조합원 상실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의 집중화와 활동의 현지화
그렇다면 이러한 조직률 하락에 대해서 노조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권 연구원은 조직률에 관한 국제비교를 통해, 노조조직의 집중성과 노동시장의 구조, 그리고 노사관계 제도가 노조조직률 추이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즉 단체교섭이 산업이나 전국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노조가 실업보험을 관장하고 있는 북유럽의 경우 신자유주의 공세가 강력하게 펼쳐졌던 85∼97년 동안에도 비교적 노조조직률의 변화폭이 적었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조직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교섭구조가 분산된 나라들은 조직률의 급락을 경험했다.
여기에 그는 노동조합의 주체적인 전략과 행위선택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제시했다. 즉 신규조직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조직적인 노력과 비용을 투여했느냐가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노조운동의 원리와 실천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이제는 노동조합운동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제조업 정규노동자 중심의 기업별 노조운동’의 근본적인 수정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도부에 의존하는 ‘리더십 중심의 조직관리 전략’에서 탈피하여 힘의 근원을 조직확대와 현장통제력에서 찾으려는 ‘조직화모델’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90년 이후 노동조직이 분열된 상태에서 동일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소모적인 내부의 조직경쟁을 탈피해야할 필요성도 지적했다. 그리고 40여개가 난립하고 있는 현재의 산별연맹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산별연맹간의 과감한 통합을 촉진함으로써 대산별연맹체 → 대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위한 대담한 기획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전략적인 투자와 프로그램 개발해야
아울러 상급단체 수준의 미조직 조직화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외국의 예로 영국의 ‘조직학교'(OA)와 미국의 ‘조직화연구소'(OI), 호주의 조직화활동(OW)를 예로 들면서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한 전문인력의 양성과 안정적인 활동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리의 경우 여성, 영세사업장, 서비스부문 등 모두 자연발생적인 노조설립을 기다리는 것으로는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때문에 우리가 미국의 AFL-CIO처럼 수천만달러를 쏟아부을 수는 없다 할지라도, 보다 집중적이고 효과적인 조직화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인 점은 분명하다.
이와 함께 권 연구원은 일용직노동자와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한 ‘준조합원’ 제도의 활용과 함께 실업계 학생과 대학생, 주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예비조합원’ 제도의 활용 등 다양한 고민거리를 제공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