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중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25일 [탄도탄요격 미사일(ABM)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어떤 개정도 반대한다}는 종래 입장을 되풀이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ABM 협정 개정 움직임을 {양국간 전략핵 균형을 파괴시켜 전략핵 부문에서 미국의 절대적 우위를 구축하려는 패권주의 음모}로 의심하고 있다. [가난한] 러시아가 [부자] 미국에 대해 그동안 발언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핵균형 덕분이었는데, 이 [균형]마저 파괴된다면 러시아는 주변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잡혀 있다.
ABM 협정은 72년5월 미국과 구소련의 핵무기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체결됐다. 어느 한쪽도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능력을 갖추면 안된다는 내용이다. 보복공격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면 선제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론에 바탕을 둔 [방패 포기 군축협정]이다. 그런데 미국이2005년까지 모두 105억 달러를 들여 [방패](첨단 레이더 및 요격 미사일망)를 갖추겠다면서 ABM 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이란,이라크,북한 등이 핵미사일을 개발해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지,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방패]를 만들 돈이 없는 러시아가 미국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일부 강경파는 {제2단계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Ⅱ)의 하원 인준을거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협정에 따르면 양국은 핵탄두를 3천∼3천5백개까지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러시아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 협정에 관계없이 어차피 그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 유지할 능력이 없다. START-Ⅱ 협정 인준이 거부될 경우 제1단계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Ⅰ)이규정한 핵탄두 6천개를 계속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미국만 유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러 양국은 ABM 협정 문제 외에도 이라크 문제, 코소보 문제, 러시아 3개 연구기관의 대이란 핵로켓트 기술 지원 혐의 문제 등으로 대립하고 있다. 러시아는 IMF 금융지원이 절실한 [현실]을 잘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미국과 대등하게 맞섰던 과거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미국은 {러시아는 말 이외에 이라크 공습에 반대할 아무런 수단을 갖고있지 못하다}는 식의 오만함으로 러시아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황성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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