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위기설’ 유포 혈안…연립 정부, 분위기 조장에 한몫

일본에서‘한반도 3월 위기설’이 널리 유포되고 있다. 발행 부수 60만을 자랑하는 <슈칸신초((週刊新潮)> 최근호는 올해 걱정거리 11개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첫 번째 걱정거리로‘북한의 폭발’을 들었다. 이 주간지는 △지난 1월 초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노동 미사일 실전 배치가 완료되었음이 확인되었다 △북한 <로동신문>이 ‘타격목표는 명백하다’는 구호와 함께 미사일 3기가 각각 서울·워싱턴·도쿄를 겨냥하는 포스터를 게재했다 △정초 북한 신문들이 이례적으로 인민들에게 자폭을 호소하는 공동 사설을 내보냈다 △미국이 중유 지원금 지급을 거부한 것을 선전 포고로 간주한다고 선언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반도에 언제 전운이 감돌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더 나아가 한반도 전문가 말을 빌려 현단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50%이지만, 2월16일 김정일 생일에 대포동 미사일이 또 발사되면 70%, 지하 핵시설 의혹에 대한 미·북한간 교섭이 결렬될 경우 80%,한·미 합동 군사 훈련(팀 스피리트 훈련)이 재개되면 전쟁 발발 가능성이 100%라고 지적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같이 전운이 감도는 한국을 천황이 내년에 방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도 북한의 공격 피할 수 없다”

<슈칸신조>를 비롯한 주간지와 월간지 들만이 한반도 위기설을 유포하는 것은 아니다. 일간지 <산케이신분(産經新聞)>은 연초부터 ‘위기의 예조’라는 대형 캠페인 기사를 연재하면서 94년 제네바에서 조인된 미·북한 핵 합의가 깨질 경우 한반도에서 군사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며, 그럴 경우 북한이 일본을 기습할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관련 보도에 신중하기로 소문난 <아사히신분(朝日新聞)>도 예외는 아니다. 이 신문은 지난해 12월23일 ‘긴장이 고조되는 북한정세’라는 기사에서, 북한 핵시설 의혹을 푸는 데 진전이 없으면 한반도 사태가 긴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같은 날 북한 특수부대가 일본에 상륙할 경우에 대비한 자위대 출동 시뮬레이션을 2개 면에 걸쳐 실었다.

그러나 연초에 일본을 방문한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일본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한반도 위기설을 억측에서 나온 것이라고 부정해 일본 언론의 보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한반도 위기설에 쐐기를 박은 사람이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13일 일본 언론사 간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반도에 3월 위기도, 4월 위기도 없다. 미국이 위기설의 진원지도 아니다”라며 언론사간부들의 질문을 가로막았다. 그는 일본 주재미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으며,대화로 문제를 풀어 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퇴임을 한 달 앞두고 도쿄에 들른 미국 태평양함대 프리어 사령관도 18일 기자 회견에서 한반도 위기설을 일축했다. “(북한의 지하 핵시설 의혹을 둘러싸고 한반도가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소문은) 근거가 없는 억측에 불과한 것이며, 한반도에 위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본 언론들의 ‘한반도 위기설’유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예컨대 <슈칸분순(週刊文春)> 최근호는 ‘북조선 3월 선전포고로 일본 자멸’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에서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불가피하며, 일본도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왜 일본에서 한반도 위기설이 증폭되는 것일까. 우선 일본은 지금 극심한 불황에 직면해 완전 실업률이 미국을 앞질렀다. 그래서 그런지 올 7월에 ‘공포의 대왕이 하늘로부터 쏟아져 내릴 것’이라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나 종말론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또 76년 전 간토(關東) 대지진 때 유언비어에 현혹되어 조선인을 대량 학살한 것처럼 내부 불안을 외부 탓으로 돌리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불황이 계속되고 종말론과 대지진설이 유행하는 요즈음 일본인들은 한반도 위기설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포동 미사일 충격’도 일본에서 한반도위기설을 부추기는 큰 요인이다. 미국 국방부 차관보 시절 동아시아 지역에 미군 10만명을 전진 배치한다는 전략을 수립한 바 있는 조셉 나이 씨는 최근 <산케이신분>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은 대포동 미사일 한 발로 잠자던 일본인들을 깨운 어리석음을 저질렀다”라고 논평했다.

나이 씨의 지적처럼 일본 정부는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빌미로 98년 말 군사 정찰위성 도입과 미국과의 전역 미사일 방위(TMD) 연구 참가를 결정했다. 군사 정찰 위성 도입 문제는 방위청과 자민당 방위족 의원들의 30년 숙원 사업이었다. 그런데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횡단했다는 충격적 소식이 전해진 후 일본 정부는 미사일이 발사된지 4개월 만에 이 숙원 사업을 해결할 수 있었다.

자민당과 자유당이 연립 정권을 구성한 것도 대포동 미사일 충격이 한 원인이 되었다. 자민당은 참의원에서 단독 과반수에 미달하기 때문에 현안인 미·일 방위협력지침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여력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에 반대하는 사회민주당보다는 같은 보수 색깔인 자유당과 연립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민주당이 자민당과의 연립에서 보수 우경화에 브레이크 노릇을 했었다면, 자유당은 반대로 액셀러레이터노릇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유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당수가 누구보다 안보문제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포동 미사일 충격으로 탄생한‘자·자 연립 정권’으로서는 한반도 위기설이 정권의 기반을 다지고 미·일 방위협력지침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더없이 호재일 수도 있다. 일본 언론들이 연초부터 일본 정부 당국자들이 일부러 흘린 정보를 근거로 삼아 북한의 위협을 크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일본 언론이 유포하는 한반도 위기설이 전혀 근거 없는 유언비어는 아니다. 일본 언론이 지적했듯이 미·북한 핵 합의가 깨질 경우 북한은 핵개발을 다시 시작할 것이고, 미국이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한반도 위기설을 군비 증강 빌미로 활용

만약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일본이 수수 방관할 수는 없다. 새로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일본은 한반도로 출동하는 미군을 후방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케이신분> 캠페인 기사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을 무력 침공하기 전에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원자력발전소 등 7개 목표를 노동 미사일로 선제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군에 대한 후방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북한특수 공작원이 일본에 상륙해 신칸센을 파괴하는 등 후방 교란 작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북한 언론들도 일본을 선제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떠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8일 ‘미군에 기지를 제공하는 일본 반동이 우리의 타격 목표’라고 논평한 데 이어 11일에는 ‘도쿄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하고, 20일과 22일에는 ‘우리의 인공 위성이 공포의 미사일로 변할지 변하지 않을지는 전적으로 일본 당국자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위협했다.

이렇게 보면 한반도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일본도 적지 않게 타격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일본이 한반도 위기를 경계하고 대비하는 것은 수긍되는 일이다. 그러나 한반도 위기를 군비 증강의 빌미나 정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재료로 이용하고 있는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북한의 위협보다는 일본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도쿄·蔡明錫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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