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정치권이 미.일 방위협력지침 (가이드라인) 후속법안 심의로 연일 떠들썩하다. 자위대 행동반경 확대로 요약되는 법안들은 국회통과가 확실해 동북아안보지도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미국의 군사력 우산밑에 숨어 있던 일본의 막강한 전력 (戰力) 이 헌법상의 족쇄를 뿌리치고 바깥나들이를 하게 된 것이다. 오는 4월께로 예상되는 가이드라인 관련법안 국회통과 이후엔 북한 잠수정 침투 같은 한반도 주변사태도 상황에 따라 자위대 활동범위에 포함되게 된다.

◇ 예상되는 변화 = 200×년 ×월 ×일. 이라크가 또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즉각 유엔안보리를 소집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의 반대에 부닥쳐 유엔군 결성은 무산됐다. 이에 미국은 다국적군 조직에 나섰다. 미국의 요청을 받은 일본은 비 (非) 전투지역인 아라비아해에서 다국적군을 위해 탄약.무기수송을 지원했다. 탄약을 지원받은 지 5분만에 다국적군 함선 1척이 이라크의 미사일공격으로 격침됐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대량파괴무기 사찰을 거부한 북한에 대해 미국이 해상봉쇄령을 내렸다. 일본총리는 미.일 안보동맹에 따라 자위대에 ‘방위출동’ 명령을 내렸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즉각 동해의 공해상에서 선박검문과 기뢰제거활동을 시작했다. 일본 국내에서는 민간 항만과 공항이 미군에 제공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국회에서 심의 중인 다국적군 후방지원 참가 및 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이 통과된 후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91년 걸프전 당시 비용만 부담했고, 한반도 유사시 일본으로 불똥이 튈 것만 대비해오던 자위대의 모습이 아니다. 올해부터 일본 자위대의 해외활동은 새 국면을 맞는다. 한마디로 국제분쟁에도 개입하는 자위대로 탈바꿈한다. 한 소식통은 “새 안보정책은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전쟁과 분쟁이 일어났을 경우 자위대가 평화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디까지 참가하고, 얼마만큼 군사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가 요체” 라고 요약했다.

현재까지의 심의과정을 보면 자위대는 가이드라인 관련법상 필리핀 이북 및 대만. 한반도 유사시 공해상에서의 선박검사와 기뢰제거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군이 맡게 돼 있던 유사시 임무의 상당부분을 자위대가 맡는 셈이다. 다국적군 참가의 경우 무기와 탄약수송도 가능하다는 것이 일본정부의입장. 유엔평화유지군 (PKF) 참가 결정으로 자위대 보병부대가 PKO지역에 갈 수 있게 됐다.

◇ 배경 = 자위대 활동강화로 요약되는 새 안보정책은 일본정국 보수화의 산물이다. 집권 자민당이 이른바 ‘국제공헌론’ 을 외치는 자유당과 지난달 연립정권을 결성한 것이 정책선회의 기폭제가 됐지만 그렇다고 야당들이 적극적 안보론에 일치된 목소리로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로 국민의 안보경각심이 대폭 고취된결과다. 새 안보정책은 동북아에서 안보비용 부담을 줄이고 대 (對) 중국 견제능력을 높이려는 미국의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일본의 이같은 분위기는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마저 본격화하게 만들었다. 초당파 의원연맹은 국회에 현행헌법의 문제점을 조사하는 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일본은 새 안보정책을 바탕으로 극동에서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전시 작전통제권을 미군이 갖고 있는 한국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과의 협조가 불가피하게 됐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금지하고 있어 한.일간의 직접적인 군사협력은 어렵지만 가이드라인을 축으로 한 간접적인 협조체제가 구축될 전망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높여 동북아의 안정에 기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일과 중국의 대립구도를 불러 한반도 통일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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