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한적십자사(한적)로 일원화돼 있던 대북 지원창구를 민간단체에게도 개방키로 한 것은, 올들어 정책의 무게 중심을 긴급 구호에서 농자재 지원 등을 통한 북한 농업개발쪽으로 옮긴 데 따 른 후속조처로 풀이된다. 또 ‘현실변화의 인정’과 ‘대북 유화 제스처’라는 두가지 고려도 담겨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들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김순권 박사의 국제옥수수재단 등은 북한의 특정 지역과 자매결연을 맺어 농자재 지원 및 계약영 농 등 남북농업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농업협력사업은 그 성격상 긴급구호가 전문인 한적의 틀 안에 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한간에 ‘탐색전’ 을 벌이고 있는 당국회담(고위급정치회담) 분위기 조성을 염두에 둔 정부의 ‘다차원 포석’의 측면도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정부가 대북지원과 관련해 규제에서 자율로 정책방향 전환을 통 해 북쪽에 간접적인 신호를 보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처가 대북지원창구 완전 개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단서’가 있다. 이종열 통일부 인도지원국장은 “그 간의 대북지원 실적과 합법성·전문성·분배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민간단체의 독자 지원 창구 개설을 선별적으로 허용하겠다”며 “현재 이런 요건을 갖춘 단체는 10여개 안팎”이라고 밝혔다. 민간단체에 그냥 맡겨두기보다는 남북교류협력법상의 승 인·조정권을 활용해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적잖다. 그동안 대북지원사업을 활발히 펼 쳐온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환영한다”면서 도 “선별 기준을 내세워 정부가 개입하려 들기보다 민간의 자율성과 역동성, 자체 조정 능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연 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북지원창구를 다원화하겠다면서 선별 기준을 내세우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민간의 문제는 민간 에 맡긴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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