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한문 앞에서 촛불 들고 앉았다가

왈칵 달려든 전경들에 팔다리 들려 끌려가면서

나는 왜 그렇게 악을 쓰고 발버둥 쳤을까?

못 이기는 척 끌려가면서 이놈들 이거 놔!

소리 정도 쳐도 품위는 유지하는데

손목이 비틀려 멍들고 옷이 찢어지고

차 안으로 끌려 올라가며 허리가 접히고

그렇게 저항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불법 마구잡이 연행

누구나 그냥 당하고 사는 세상인데

나이 환갑이 지난 놈이 무슨 처녀 겁탈당하는 것처럼

난리 호들갑을 떨었으니

애 같은 전경이 한심하다는 듯이

야릇한 웃음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차 안에서도 그렇지

차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시내를 돌고

오줌이 마려워 제발 어떻게 좀하고 가자는 말은

당연히 묵살을 당하는 건데

그걸 가지고 인권유린이니 가혹행위니 하며

사과하지 않으면 못 내리겠다고 버티는 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지

결국 새벽에 또 한 번 팔다리 들려 끌려나오며

당할 수모는 왜 생각 못했을까?

그랬으면 조용히 유치장에 갇혀 있다가

고분고분 조사 받고 나올 일이지

단식은 무슨 단식을 한다고

주변 많은 사람 귀찮고 짜증나게 하고

묵비권은 뭔 대단한 일 했다고

그냥 앉아서 노닥거리다 끌려온 주제에

조사관 입에서 한숨소리 나오게 했을까?

나는 조사 끝나고 유치장에 돌아와

쇠창살 부여잡고 뼈저린 반성을 했다

* 요즘 불법 마구잡이 연행이 일상화되어 있다. 나도 오랜만에 닭장차에 실렸다. 사소한 일에 몹시 화가 났다. 생각해 보니 지난 십년 간 우리는 너무 편하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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