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에 도착한 윌리엄 페리 미 대북 (對北) 정책조정관을 맞는 외교통상부와 통일부의 표정이 썩 밝지 못하다.

미국쪽에서 대북 강경기류가 파상공세처럼 전달돼오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페리의 저서 (예방적 방위)가 보도된 데 이어 이날 미 하원 공화당 지도부의 6개항 대북 정책 권고안이 공개됐다. 미 공화당 지도부가 페리 보고서에 반영시킬 것을 권고한 항목들은 북한의 핵개발 엄격한 감시, 미사일 개발.수출 저지, 불법적인 마약거래 중지 등이다. 정부는 페리의 서울 도착에 앞서 임동원 (林東源) 청와대외교안보수석주재로 홍순영 (洪淳瑛) 외교통상.강인덕 (康仁德) 통일부장관이 참석한가운데 비공식 전략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페리가 제시할 카드엔 ^대북 포용정책의 기간^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의 압박수단^한반도 돌발상황에 대비한 군사적 대처 강화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했다.

대북 포용자세에 대해 페리는 ‘일정 시한’ 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돌출행태로 볼 때 시한을 정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점을 되풀이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햇볕정책이 먹혀들지 않을경우 취할 이른바 페리의 ‘투 펀치 (two punch)’ 전략도 시각차이가 만만치 않다. 이는 북한에 대한 무시 또는 압박을 구사한다는 것이나 폐쇄체제에 익숙한 북한 지도부에 얼마나 약효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북한이 포용정책을 외면할 경우 미국은 대북 지원을 끊고 주한(駐韓) 미군 방위력 증강 등 군사적 대응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적했다. 현재 북한에 돈이나 식량.에너지를 주고 있는 나라는 한국.중국.일본.미국이다. 또 대만이 북한과의 대표부 상호 설치를 조건으로 교역.투자증진 등을제안하고 있다. 페리는 이들 나라를 차례차례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미.일간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는 전역미사일방위체제 (TMD) 확대방안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새로운 전략구상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 미국이 TMD카드를 꺼내고 있다는 것이다. 탕자쉬안 (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이 페리의 방중 (訪中) 직후인 7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만을 TMD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강력 비난한 것은 미국의 ‘한반도 해법’ 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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