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재개를 위한 북일간의 접근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북한에 국교정상화교섭을 위한 예비협의를 공식제안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지난주 말 싱가포르에서 양국 외무성 국장급이 비공식회담을 여는 등 지난해 말부터 계속돼 온 일련의 물밑접촉의 연장선 위에 있다.

9일 방일한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 조정관과 협의를 통해 미일이 앞으로의 대북정책 기조를 포괄적 접근 쪽으로 확정한 것은 일본의 이런 대북접촉 노력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했다.

개인자격 방문이지만 이번주 사흘간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초청으로 북한을 다녀온 나카야마 마사아키 자민당 중의원 의원(전 총무 청장관)은 국교정상화를 위해서는 “일본이 먼저 공식회의를 열자고 선언”할 것을 북한 쪽이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쪽의 이런 입장은 싱가포르 접촉에서도 좀더 분명하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면 일본쪽 제안은 북일 쌍방간의 상호교감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의 대북접근은 그러나 ‘대화와 억지’라는 양면전술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예비협상을 제안하면서도 국교정상화교섭 재개에는 북한 쪽의 건설적인 대응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이 말하는 건설적 대응이란 미사일 개발·배치·수출, 재 발사 금지요구에 대한 호응과 일본 국내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에 대한 성의있는 논의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일본은 페리 조정관에게도 이 점을 지적해 “일본쪽 생각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따라서 일본은 앞으로 북미협상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줄 것을 미국에 계속 요청하는 한편 이를 직접 북한에 전달하는 독자적인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협상은 이를 위한 유력한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협상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을 경우 단계적으로 대북 식량지원도 재개하면서 국교정상화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일 두나라는 90년 9월 평양을 방문한 자민·사민당과 북한 노동당 3당 대표단이 `북일관계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한 뒤 그해 11월부터 연말까지 국교정상화를 위한 3차례의 예비회담을 열었다. 이를 바탕으로 91년 1월부터 92년 11월까지 8차례의 본회담이 열렸으나 북한 핵문제, 일본인 납치의혹이 부각되면서 결렬됐다 . 96년부터 97년 8월까지 이어졌던 비공식접촉도 같은 문제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도쿄/한승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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